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규배 연천군수, 권오성 육군 제1군단장 등이 3일 연천군 고랑포리 소재의 경순왕릉 후면 지뢰제거식에 참석해 펜스 가림막제거 버튼터치 행사를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신라 경순왕릉 후면 지뢰제거작업에 앞서 기존의 펜스를 절단하는 의식(儀式)에 참석한 김 지사의 모습. ⓒ G뉴스플러스 황진환
“북한 김정일은 신라 경순왕의 역사적 교훈을 알아야 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3일 연천군 장남편 고랑포리에 위치한 경순왕릉 후면 지뢰제거식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김정일 스스로 경순왕처럼 평화적 통일을 결단내리는 그날이 올 수 있도록 경순왕릉이 관광객들에게 평화통일의 교육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펜스 절단식 후 떨어진 ‘지뢰’ 표시 팻말을 손에 든 김 지사. ⓒ G뉴스플러스 황진환
경순왕(재위 927~935)은 신라의 56대 마지막 왕이다. 재위 때 후백제의 침공과 약탈로 국가 기능이 마비되자 무고한 백성들이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고려 태조 왕건에게 평화적으로 나라를 넘겼다. 이후 왕위에서 물러나 경주의 사심관에 임명됐다. 고려 경종 3년(978)에 승하하자 왕의 예(禮)로서 장례를 모셨다.
하지만 경순왕 운구행렬이 경주로 가기 위해 임진강 고랑포에 이르렀을 때 고려왕실에서 경주지역 민심이 이반될 것을 우려해 “왕릉은 개경 백리 밖에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운구행렬을 막았다. 결국 경순왕릉은 고랑포 북쪽에 자리 잡았다. 경순왕릉이 신라왕릉 중 유일하게 경주를 벗어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경순왕은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바치고 편안히 생을 마감한 인물로 알려졌으나 백성들이 전쟁으로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지사는 “경순왕은 역사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국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는 것을 중시했다”며 “김정일은 경순왕의 역사적 교훈을 모른다. 탈북자만 2만명이 넘는다. 주민들은 굶주리는 데 핵을 만든다. 이처럼 허황된 시대착오적 모순은 더 이상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최근 천안함 사건이 있었지만 우리 군(軍)은 최고다. 베트남이든 아프가니스탄이든 환영받고 지역주민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민지원 작전은 미군을 능가한다”고 치하한 뒤 “경순왕릉 주변 지뢰제거는 국가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군 당국의 협력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가 지뢰제거작업에 쓰이는 장비들을 둘러보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경순왕릉은 1975년 국가사적 제244호로 지정됐다. 경기도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국·도·군비 10억원을 들여 왕릉주변 보호책 설치, 능역확장 정비, 주차시설, 왕릉 입구 진입로 확·포장 등 정비작업을 마쳤다.
이어 그동안 난제로 남아있던 경순왕릉 후면 지뢰제거작업에 착수해 군사보호구역 내 문화유적 정비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경기도와 육군 제1군단은 지난해 합동으로 지뢰제거 현지조사를 실시해 지난달 문화재청과 행정협의 절차를 완료하고, 관·군 합동으로 이날 지뢰제거 착수식을 열었다.
지뢰제거는 왕릉 후면 세로 10m, 가로 50m 지역을 대상으로 육군 제1군단 예하부대인 제1공병여단 소속 102공병대대가 작전을 수행한다. 지뢰제거가 완료되면 문화재 심의를 통해 왕릉 후면 유적정비가 실시된다. 경순왕릉 주변을 비롯해 백령리, 봉곡동, 노곡리 등 연천군내 4곳에서 올 10월까지 지뢰제거작업이 펼쳐진다.
권오성 제1군단장은 이날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2005년부터 민통선 이남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100여명이 투입되는 이번 지뢰제거작업은 관·민·군이 우리 문화유적 정비를 함께한다는 큰 의미를 지닌다. 사명감과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성태 도 문화관광국장은 “문화재 주변 지뢰작업으로 문화 유적지 확장에 따른 문화재 보호는 물론, 인근 민가와 경작자 등의 사고 우려를 한층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근접지역에 산재돼있는 지뢰사고를 줄여 주민생활 안전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순왕릉 주변 지뢰제거식에는 김문수 지사, 김규배 연천군수, 권오성 제1군단장을 비롯해 김종출 제25보병사단장, 김진규 경주김씨중앙종친회 부총재, 김수길 신라문화보전회 이사장, 권태환 제1공병여단장, 지뢰제거 장병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순왕릉 뒤쪽 지뢰제거작업에 앞서 기존의 펜스를 절단하는 의식(儀式)에 직접 참여해 군사보호구역 내 문화재 정비의 필요성을 몸소 체험했다.
한 지뢰제거병이 경순왕릉 앞에서 지뢰탐지기 작동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