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대북 말라리아 방역물자를 실은 25톤 트럭이 파주 ‘통일의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23일 오전 9시 30분. 대북 지원물자를 실은 25톤 트럭 3대가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넘어갔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오랜만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북지원은 정부가 아닌 경기도와 인천시 등 휴전선 접경지역 광역지자체들이 주도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남북공동 방역사업의 하나였다.
이날 개성까지 육로를 통해 유충구제약품 1500㎏, 모기향 9만5000팩 등 1억3700만원 상당의 물품이 북측에 전달됐다. 이번 1차분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는 말라리아 진단키트, 방충망, 임신부예방약 등을 2∼3차례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지난 2008년 처음 시작했다. 2007년 당시 전국 말라리아 환자 중 45%인 1007명이 경기지역에서 발생했다. 접경지역에서 발생 정도가 특히 심했다. 도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북한에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을 제안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2008년부터 이 사업을 시행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도는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에 11억3천만원을 투입했다. 이후 말라리아 발생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 후 대북 방역지원이 늦어지면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말라리아 근절을 위해 접경지역 지자체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보고, 올해 초 인천시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동참을 이끌어냈다.
올해에는 사업비도 전년(3억5천만원)보다 3배 가까이 증액한 10억원으로 책정해 지원규모를 확대했다. 올해 처음 참여하는 인천시는 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마침내 경기도가 4월 27일, 인천시가 9일 정부로부터 방역물자 반출승인을 받게 되면서 이날 1차 지원물품이 북측에 건네졌다. 인도적 대북지원단체인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이 사업을 돕고 있다.
이날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공동수송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개성으로 떠나는 트럭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이번 공동방역사업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지속된 남북간 경색 국면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인천시의 참여로 기존의 공동방역지역인 개성시와 황해북도를 비롯해 황해남도까지 방역범위를 넓히게 돼 사업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방역물자 육로 반출에 앞서 이날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공동수송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말라리아 퇴치에는 남북도 없고, DMZ도 없다. 이 사업은 북한을 지원한다기보다 남북이 상생하려는 사업”이라며 “인천은 물론, 접경지자체인 강원과도 협력해 후진국병인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이 사업은 접경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게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남북간 신뢰가 쌓여 식량지원 재개 등 남북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북한 영유아의 영양상태 개선을 위해 이달 말부터 황해북도 등지에 분유와 영양식, 두유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발전 지표 보고서를 보면 2004년에서 2009년까지 6년간 북한 영유아의 20.6%가 체중미달이었고, 43.1%가 심각한 영양부족으로 발육부진 상태를 보였다. 이에 도는 올해 9억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북한 영유아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세부사업을 준비 중이다.
앞서 도는 지난해 (사)남북나눔, 월드비전과 업무협약을 맺고 분유 1만4천캔을 황해북도 지여게 전달한 바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보류된 영양죽 지원도 월드비전을 통해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공동수송식에서 김문수 지사와 송영길 시장이 북측에 전할 유충구제약품의 성분과 용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