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필두로 한 경기도 대표단은 북미와 일본을 방문해 총 5억달러에 육박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 지난 4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GE본사를 찾은 김문수 지사가 제임스 스슈사장과 3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후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 최근 국제정세에 비춰볼 때 미국과 일본에 해당하는 얘기다. 세계경제위기의 진원지였는가 하면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잿더미가 되기도 했던 두 나라는 여전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경기도의 ‘큰손’들이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도내 외국인 투자기업 가운데 규모 면에서 1,2위를 다툰다. 매년 경기도가 투자유치 대표단을 두 나라에 보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김문수 지사를 위시한 도 대표단은 지난 4월 5박8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다. 7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투자유치활동을 벌었다. 성과는? 물론, 기대 이상이다.
‘큰손’ 美 기업들과 2억1200만달러 투자 MOU
2억1200만달러 투자유치, 해외전문가들과 안보·통일 현안 논의, LA에 경기국제의료지원센터·섬유마케팅센터 개소 등등.
지난 4월 17~24일 5박8일 일정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순방한 ‘경기도 북미 투자유치-교류통상 대표단’의 성적표다. 도 대표단은 투자유치와 해외시장 개척, 의료산업 진출기지 조성, 교류협력 강화라는 당초 목표를 백프로 달성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도내 중소기업 수출증대 등 거시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도 대표단의 북미 방문은 그야말로 투자유치 대장정이었다.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코네티컷~디트로이트~LA를 거치며 5개 해외기업으로부터 2억12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외전문가들과 한미동맹, FTA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17일 캐나다에서 일정을 시작한 도 대표단은 IP생산업체 모임스톤사로부터 5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임스톤사는 LG·SK·KT 등 대기업에 IP전화기를 납품하는 국내 점유율 1위의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안양시에 인터넷전화 개발 및 제조시설을 마련해 일본·인도 등에 단말기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 투자로 오는 2015년까지 직접고용 72명, 간접고용 389명의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회사 이창우 대표는 기술 하나만으로 캐나다에 진출해 투자법인 설립 후 국내에 재투자함으로써 새로운 투자모델을 만들었다는 평을 얻게 됐다.
4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경기도-네오社 MOU’에서 김문수 지사를 비롯한 도 대표단과 제프리 베드포드 수석부회장 등 네오사 임직원들이 200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투자유치는 미국에서 정점을 찍었다. 19일 도 대표단은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산업가스 제조업체와 증액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용인시 개별부지에 1억달러(FDI 3천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LCD·LED 산업에 필수 원자재인 질소가스 생산시설을 마련한다. 16명의 직접고용과 2268명의 간접취업 유발효과가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에 반도체·LCD 생산공정에 필요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 도 대표단은 글로벌기업 GE와도 판교에 3천만달러 규모의 ‘그린산업기술 및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GE는 2012년 3월 준공되는 판교글로벌R&D센터 6개층에 입주해 에너지 소프트웨어, 스마트그리드, 전기자동차, 수 처리와 풍력 등 그린산업분야의 상용기술 R&D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이 센터는 기초기술보다 제품상용화 모델을 기반으로 해 국가차원의 수출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백여명 직접고용효과는 물론, 2012년 하반기부터 연간 1천만달러 규모의 부품을 현지 구매할 계획이어서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에는 뉴욕에서 전자커넥터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몰렉스(Molex)사와 3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몰렉스사는 안산 반월공단 내 개별부지 1만3926㎡에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PC·휴대폰·LCD 등에 사용되는 초박형 전자커넥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1984년 국내에 진출한 몰렉스사는 이번 사업확장으로 400여명을 신규 고용한다. 5년간 2조1733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 평균 540억원의 수입대체효과도 기대되며, 각종 전자기기의 초소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에는 디트로이트에서 LED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원료 생산업체인 네오(Neo)사로부터 2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IT기업으로 LED에 적용되는 반도체 원료를 생산한다. 희귀광물에서 추출하는 마이크로 모터용 자석분말 생산 1위이자, 희귀광물인 희토류 원료 생산 세계 2위의 기업이다.
네오사는 연내 200만달러를 투자해 평택 현곡산업단지에 1천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삼성LED등 국내기업의 LED 생산에 필요한 염화갈륨(GaCl3)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LED산업은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보이며 차세대 유망업종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네오사의 투자는 LED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화학제품인 염화갈륨(GaCl3)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염화갈륨의 수입대체효과는 향후 5년간 총 1219억원에 달하며, 관련산업 생산유발효과는 5년간 총 2438억원(연평균 488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지사는 디트로이트 방문 당시 GM현대모비스 포드박물관을 시찰하면서 재기에 나서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했다. 노사관계 변화, 과감한 구조조정, 절반수준 임금삭감, 모델체인지 등 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점검했다.
김 지사는 “해외 첨단기술의 기업을 도내에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 세계와 더욱 활발히 교류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투자유치에 관한 한 일본은 ‘있다’
7월 20일 일본 발카공업 도쿄 본사에서 얼린 투자유치 MOU 체결식에서 김문수 지사와 다키사와 도시카즈 발카공업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일본기업은 미국기업에 이어 경기도에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해왔다. 도는 민선 4기 이후 다섯 차례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해 13개 업체와 5억2800만달러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도내 8개 외투기업전용단지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 85개사 중 41개사(48%)가 일본기업이며, 이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8억3200만달러로 전체 외투기업 투자액(11억7100만달러)의 7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도는 일본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맞춤형 투자유치 전략을 짜고, 대기업 구매담당자 등 민간전문가와 함께 TF팀을 구성·운영 중이다. 지난 7월 19~20일 도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해 2억6천만달러가 넘는 투자유치에 성공한 데도 TF팀이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당시 김 지사와 도 대표단은 기업 투자유치와 전기·전자·IT·반도체 분야 투자설명회를 위해 일본의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를 방문했다. 무엇보다 최근 도내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떠오른 평택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이틀 동안 도는 2억6730만달러(한화 2810억원)를 평택으로 끌어당겼다.
도쿄와 요코하마를 방문한 도 대표단은 스미토모화학(도쿄), 제이텍트(오사카), 발카공업(도쿄) 등 3개사와 총 2억6730만달러(한화 약 2810억원)의 투자유치 MOU를 맺었다.
3개사는 휴대전화와 자동차, 반도체 등 각기 다른 업종에서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이며, 이번 투자를 통해 총 248명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3개사의 투자지역은 평택시에 있는 포승단지, 현곡단지, 오성단지로 지난해 12월 삼성이 고덕지구에 투자를 확정한 이후 평택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투자유치 총액의 90%인 2억4천만달러를 투자하는 스미토모사는 국내 투자법인 동우화인켐을 통해 올해 말 포승지구에 휴대전화용 차세대 터치 센서패널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80명을 직접 고용한다.
이 회사가 내년부터 생산하는 차세대 터치 센서패널은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화면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다. 향후 삼성 등 국내 스마트폰 생산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휴대전화 3대 중 1대는 터치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도가 스마트폰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메카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투자기업인 제이텍트(JTEKT)사는 1730만달러(외국인 직접투자 1330만달러) 규모의 자동차 워터펌프 베어링 생산시설을 내년 초 현곡단지에 마련한다. 108명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발카공업은 1천만달러를 들여 오성단지에 반도체용 기계부품 제조시설을 설립하고, 60명을 채용한다. 발카공업은 투자유치 MOU를 체결한 지 두 달도 안 된 지난 2일 오성단지에서 착공식을 거행했다. 이 회사는 내년 2월까지 건설공사와 설비 도입을 마무리하고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반도체용 제조장비를 생산·납품할 계획이다.
투자유치활동과 함께 도가 요코하마에서 20일 개최한 ‘경기도 부품소재 투자환경설명회’도 현지기업 40여 곳의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날 설명회는 일본의 전기·전자·IT·반도체 부품소재 기업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사의 구매전략 책임자가 직접 설명회를 열어 이목을 끌었으며, 경기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스미토모사가 성공사례를 발표해 투자 매력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기업과 함께하는 투자활동에 대해 김문수 지사는 “해외에서 삼성, LG에 비하면 경기도는 브랜드파워가 아예 없을 정도다. 기업과 협력해 도내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은 더욱 새로운 첨단기업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7월 20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스미토모 화학 본사에서 열린 2억4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MOU 체결식에 앞서 김문수 지사(왼쪽)와 토시히사 스미토모 상무(가운데), 김선기 평택시장(오른쪽)이 간담을 나누고 있다. ⓒ G뉴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