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반도 임진강 하류. ⓒ G뉴스플러스
세계 어느 곳보다 군사력이 밀집해 대립 중인 한반도의 DMZ를 화해와 통합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나왔다.
경기개발연구원 박은진 연구위원은 ‘분단·대립 접경지역의 해외사례와 한반도 DMZ의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접경지역에서 협력을 이룬 해외사례를 검토하고, DMZ 및 접경지역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비정치적 의제를 정기적으로 다루고, 지자체도 함께 참여하는 ‘남북접경관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적대와 단절에서 화해와 통합의 공간으로
내년으로 설치된 지 만 60년이 되는 한반도 DMZ는 이미 평화정착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도됐으나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 DMZ와 유사한 세계 곳곳의 접경지역 중 성공적인 협력으로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통일 전까지 감시가 삼엄했던 독일의 ‘철의 장막’은 현재 생태역사관광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독일은 통일 전부터 동독에서 서독으로 흐르는 하천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접경위원회’를 만들고 수자원, 에너지, 자연재해방지 등의 협의를 시작했다. 또 통일을 대비한 접경지역지원법을 제정해 세제혜택, 공공사업 우선발주 등의 정책도 추진했다.
남북예멘은 접경지역에서 원유를 발견돼 공동이익을 위한 교류협력으로 통일을 이뤘다. 그리스계와 터키계 분쟁으로 DMZ가 형성된 키프로스는 지자체 수준에서 하수처리 등 작지만 꼭 필요한 사업에서 출발해 통합적 도시개발을 실현했다. 에콰도르와 페루는 아마존강 항로협정을 맺어 공동이익을 확보하고 접경평화공원을 설립해 영토분쟁을 해결했다.
가장 성공적인 협력 모델은 접경보호지역을 지정해 과학적 연구와 환경협력을 이끌어낸 사례다. 핀란드-러시아, 폴란드-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의 경우 각각 협력 파트너공원과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해 국제사회 연대와 협력 기반을 다졌다. 대도시가 인접했던 홍콩과 중국은 접경지역에 경제특구와 거점도시를 개발해 거대도시권을 만들어 경제통합을 이뤘다.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DMZ . ⓒ G뉴스플러스
남북 모두 이익 되는 비정치적 의제부터 논의해야
박은진 연구위원은 독일의 ‘접경위원회’와 같이 DMZ와 접경지역의 발전을 협의하기 위해 ‘남북접경관리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한강하구·임진강·북한강 등 남북공동수계 관리와 수해방지, 생태·환경보존, 고려역사 유적관리, 에너지 협력 등 공동이익이 되는 비정치적 의제를 우선 논의하고, 지자체도 참여하는 정기적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계획이다.
보고서를 통해 박 연구위원은 접경지역 협력사례가 적대적 상황에서 공존, 상호의존, 통합의 단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한반도 역시 남북 교류협력 진행에 따라 환경·경제 협력을 시작으로 에콰도르-페루 사례와 같은 평화공원 설립까지 사업내용과 공간적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접경지역 발전정책을 낙후지역 지원 차원의 소극적 접근에서 벗어나 통일 후 활용할 수 있는 계획수립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서울-평양 간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킬 통일경제특구 조성 등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독일-핀란드-러시아가 접경보호지역을 유럽 그린벨트로 확대한 것처럼 한반도 평화생태벨트를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박은진 연구위원은 “해외사례를 볼 때 대부분 분쟁과 적대관계는 비정치적이고 실용적인 사업을 시작으로 상호신뢰관계로 발전했다”며 “남북도 접경지역의 협력을 위해 비정치적이고 실용적인 사업을 우선으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협력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