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시화공단(시흥시 정왕동) 내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 각 층에 마련된 강의실에서는 저마다 한국어 수업이 한창이다. 3층에 위치한 한 중급반에서는 10여 명의 외국인 주민들이 모여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상황을 그려낸 듣기평가가 실시되고 있었다.
A : “어서 오십시오. 어떤 구두를 찾으십니까?”
B : “까만색 구두를 사려고 합니다. 편한 것이면 좋겠어요.”
중략~
B : “발이 정말 편하군요. 이 구두는 가격이 얼마입니까?”
A : “18만원입니다.”
안산 다문화특구 지역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주민을 위한 각종 상점이 들어서있다. ⓒ 안산외국인주민센터
듣기가 끝난 후 선생님은 칠판에 글씨를 쓰며 다양한 질문을 했다. “B씨는 무엇을 합니까, B씨는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합니까, B씨는 어떤 색을 골랐습니까?” 학생들이 눈을 반짝거리면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하나둘 답을 내놓는다. “신발이요” “싼 것이요” “검은색이요”…. ‘편한 것’이란 대답이 나오지 않자 선생님은 편하다는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의자를 하나 앞으로 꺼내 앉았다. “혼자 앉으면 편해요.” 그러고는 한쪽에 기대앉으며 “둘이 앉으면 불편해요.” 그제야 학생들은 편하다는 의미를 알았다는 듯 정답을 맞혔다.
2007년 11월에 설립된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는 지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센터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를 활용해 스스로의 인권 보장과 복지 서비스를 누리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다양한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해 원만한 사회 통합을 이뤄 더불어 사는 ‘다문화 공동체’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업은 외국인주민상담센터,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직업 능력 개발 훈련 프로그램,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다문화 가족 복지 지원, 보건의료 서비스, 다문화 공동체 조직 및 운영, 한국 문화 체험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은 외국인 주민이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은 한국어 교육이다. 기초반부터 고급반, 시험 대비반까지 각자 수준에 따라 자유롭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반이 있고, 일요일에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된다. 정원은 반별로 20명 내외인데 출신 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대개 3개국으로 이 중 베트남인이 제일 많고 교육열도 높다. 센터의 총괄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박동규 사회복지사는 “불법 체류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은 누구나 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외국인 주민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 전민규 기자
1년 등록비는 2만원이고, 1만원대의 책값은 본인 부담이다. 등록하면 연필, 공책 등의 간단한 교육 기구도 제공한다.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면 역시 이곳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센터에서는 지역 내 e현대자동차학원과 협약을 맺고 필기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가르쳐준다. 교육비는 무료이고, 책값만 부담하면 된다. 기능 시험을 준비할 때도 해당 학원에 가면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운영 주체가 고용노동부인 경우를 제외하고 지자체에서 외국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경기도뿐이다. 경기도는 외국인복지센터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관리비등의 지원을 통해 센터에서 추진하는 사업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수행 및 외국인 주민의 이용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도내 수원, 안산, 시흥, 화성, 남양주 등 5개 시·군에서 운영 중이며 김포 센터는 5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추진 실적(8월 말 기준)을 살펴보면 수원, 안산, 시흥, 화성 등 총 4개 시·군 센터에서 총 4,385명의 외국인 주민이 서비스를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시흥 센터가 1,286명으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3인3색 외국인 주민의 한국생활 적응기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성공할 거예요”근소반 ⓒ G-LIFE
근소반 31·캄보디아 친구 소개로 한국에 오게됐습니다. 시화공단에서일한 지는 2년 3개월 정도 됐어요. 공장에서 색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데 박스 포장 등 다른 업무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월급의 40%는 고향에 보내는데 부모님이 무척 좋아하세요. 아직 고향을 못 가봤는데 5월 초에 갈 계획이에요. 센터에서는 한국어 교육도 받고, 헬스장에서 역기 운동도 합니다. 타국 생활이 힘들지만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성공할 거예요.
“대학 다니면서 공부해 전문 엔지니어 되고 싶어요”샤니 ⓒ G-LIFE
샤니 28·방글라데시 한국에 온 목적은 단순공장 일보다는 방글라데시와 한국 간 비즈니스를 해보고싶어서였어요. 한국어 배우는 게 어려웠지만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열심히 배웠습니다. 한국말을 잘 못하면 공장에서도 제대로 대우를 받기가 힘들거든요. 여기서 배운 기술을 고국에 가서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 대학에 다니면서 엔지니어링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실력 있는 전문 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사회 복지 배워서 외국인 주민 도울 겁니다”한나 ⓒ G-LIFE
한나 2 7·몽골 한국인복지센터에서파트타임으로 외국인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에 온 지는 5년
정도 됐는데 몽골에서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다 2개월간 한국어 교육 과정을 배우러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머물게 됐네요. 이곳에서 상담 업무를 하면서 외국인 주민에 대한 복지에 관심이 생겨 현재 수원대 사회복지학과 석사 과정에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 복지를 배워서 외국인 주민이 꼭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