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식물공장 공동연구에 관한 구체적 협력방안 논의를 위해 카타르 현지를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카타르 국립식량안보증진기구(QNFSP)의 파하드 빈 모하메드 알 아티아 의장과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경기도가 개발한 첨단 스마트 식물공장 기술의 카타르 진출이 확정됐다. 이로써 국내 농업기술로는 처음으로 10조원 규모의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경기도는 8일 카타르 국립식량안보증진기구(Qatar National Food Security Programme, QNFSP)와 식물공장 공동개발 및 보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양측 일정상 서면으로 이뤄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12월 말 먼저 서명해 카타르 현지로 보낸 협약서에 QNFSP의 파하드 빈 모하메드 알 아티아 의장이 8일 최종 서명했다. QNFSP는 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카타르 왕세자 직속기관이다.
협약에 따라 경기도는 이르면 3월부터 카타르 도하 현지에서 시범사업 성격으로 50억~100억원 규모의 식물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도와 카타르는 2월 중으로 경기도 측 인사 2명과 카타르 측 인사 2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장건설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조율할 예정이다. 세부합의사항이 도출되면 도와 카타르는 2월 말께 실제 계약인 MOA를 체결할 계획이다.
임재욱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중동시장 진출을 놓고 경기도와 네덜란드, 일본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라며 “카타르 현지에서 경쟁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주카타르 한국대사의 연락이 있어 2월 MOA를 앞두고 서둘러 MOU부터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설치돼 있는 로봇을 이용한 식물공장. ⓒ G뉴스플러스 허선량
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카타르를 기반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 사막이 있는 세계 모든 국가에 식물공장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로 협약서에는 사막국가협력체(Global dryland alliance, GDLA)를 통해 전 세계에 식물공장을 확산, 보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GDLA는 사막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이 형성한 협력체로 식량부족과 공통 식량안전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안됐다. 특히 이번에 도와 협약을 맺은 QNFSP가 GDLA 구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GDLA는 2014년 UN산하기구로 설립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는 물론 멕시코 등 전 세계 17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지난해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속가능개발회의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사막국가협력체 설립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카타르를 비롯한 GDLA는 식물공장 수출의 최적지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의 경우 지역 특성상 채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도는 이 지역 전체 채소 소비량의 20% 정도를 식물공장에서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약 1천개의 식물공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식물공장 1개 시설당 약 100억원의 시설 투자비가 들기 때문에 최소 10조원 규모의 시장성이 있다는 얘기다.
2014년 사막국가협력체에 경기도 식물공장이 보급된다면 시장 규모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도는 추정하고 있다.
카타르와 협약, 어떻게 가능했나? |
지난해 카타르 방문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도 대표단이 식물공장 연구성과를 발표한 후 QNFSP 측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G뉴스플러스
지난 2010년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로봇을 이용해 계절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생산이 가능한 첨단 식물 생산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3월 농기원은 이 시설에 태양광과 지열 발전시스템을 접합한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스마트 식물공장 개발에도 성공했다.
경기도가 카타르에 수출하는 것이 바로 이 스마트 식물공장이다. 태양광과 LED 인공광, 지열 등을 동시에 사용해 에너지 사용이 적고, 로봇 재배시스템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고품질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의 스마트 식물공장 개발 소식은 중동의 유명 방송인 알자지라 한국 특파원을 통해 카타르 정부에 전해졌다. 지난해 8월 카타르 식량안보증진기구는 식물공장 공동연구에 관한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하자며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초청했다.
김 지사는 10월 28일 카타르를 직접 방문해 식물공장 기술세미나를 열고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식물공장 연구성과를 설명했다.
당시 QNFSP의 파하드 빈 모하메드 알 아티아 의장은 “카타르는 먹거리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토지의 1%만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상태여서 식물공장을 설치·활용하면 물 절약과 신선한 채소생산에 획기적일 것”이라며 “경기도와의 첨단식물공장 공동연구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방문을 계기로 양측의 협상을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8일 식물공장 공동연구와 설치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
김 지사는 “경기도 농업기술이 사막에, 그것도 플랜트 수출을 앞두고 있다”며 “지금까지 중동국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선진농업기술을 수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중동국가 차원에서 직접 관심을 보이고 기술세미나를 요청하거나 중동 투자자가 방한한 적은 없었다. 이번 카타르 식물공장 진출에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도는 이번 식물공장 수출이 1970~80년대 우리나라 기업의 중동 건설사업 붐에 이어 농업 분야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업기술력이 가장 좋은 네덜란드, 일본,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들이 중동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성공사례가 없다”며 “경기도와 카타르의 식물공장 공동연구는 국내 IT기술을 적용한 최첨단 농업시설이 국외로 수출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