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아21의 이재엽 부사장과 직원들. 물 관리기술업체인 이 회사는 경기도 지원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로의 보유기술 수출 가능성이 열렸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물이 귀한 나라, 사우디가 최근 경기도의 ‘물 관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식물공장의 카타르 수출에 이어 경기도 기술이 다시 한 번 중동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 27일 도지사 공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관계자, 도내 물 관리기술 보유 중소기업 대표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물 관리시스템’의 수출에 대해 협의했다.
사우디 방문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도내 시군에서 가동 중인 물 관리시스템과 기술을 견학하고, 자국의 물 관리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지 타당성을 확인했다.
김 지사는 이날 사우디 방문단과의 협의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 누수방지시스템의 우월성에 대해 환담했습니다. 그분들은 우수한 품질 + 착한 가격이 한국제품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 좋은 친구 = 한국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괴롭히거나 침략하거나 식민지로 만든 적이 없는 ‘좋은 친구’라고 했더니 다들 좋아하시네요”라며 대화 내용을 전했다.
경기도는 사우디 측의 이번 방문이 식물공장 기술의 카타르 수출에 이어 또 한 번의 중동 진출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당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우디로부터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전문 물 관리기술 업체인 ㈜팬지아21이다. 이 회사는 의정부시 맑은 물 환경사업소에 물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견학한 사우디 방문단은 기술력에 호평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기도가 ㈜팬지아21의 기술력을 보증하면서 이 회사 기술의 사우디 수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월 27일 도지사 공관에서 사우디 방문단과 오찬을 가지며 ㈜팬지아21 등이 보유한 물 관리 시스템의 수출에 대해 협의했다. ⓒ G뉴스플러스
㈜팬지아21은 1997년 설립된 직원 50명 규모의 ‘물 관리 기술 전문기업’이다. 2011년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해 사무실을 두고 있고, 안양에 본사와 공장이 있다. 이 회사는 서울시 아리수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 경기도 식물공장 사업에서 스마트 컨트롤 시스템(Smart Control System)을 구축하며, 지난해 12월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됐다.
또한, 지난 2003년부터 의정부시 맑은 물 환경사업소에 물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 현재 의정부시의 유수율을 97%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서울시와 과천시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재엽 ㈜팬지아21 부사장은 “이전의 시스템이 단순히 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최근에는 누수 손실을 막고 물 수요량을 예측해 적정량을 공급하는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물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며 물 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팬지아21은 국내시장에 이어 중동국가로의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지금도 이 회사 이재극 사장은 중동지역에 상주하며 중동시장으로의 기술 접목을 연구 중이다. 카타르, 바레인,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중동국가는 ‘물 기근 국가’로 분류돼 잠재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사우디의 경우, 대부분 해수를 담수화시켜 모은 뒤 생활용수, 상업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물 생산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누수율이 50%에 달한다. 비싸게 만든 물이 공급과정에서 절반 이상 버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수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도 심각한 문제다. 토목공사 등을 위해 땅을 파면 누수된 물들이 고여 있어 물을 퍼내는 데에 추가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하수관에서 새어나간 더러운 물이 다시 상수관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누수는 주로 수로관이 노후하면서 발생한다. 수로관에는 마치 소방호수가 뿜어내는 정도의 수압의 물이 지나가고, 땅 속에 묻혀 압력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수도관의 연결부위에서 발생하는 누수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주로 금속재질의 수로관을 사용하는 반면, 사우디는 깨지기 쉬운 PVC 재질의 관을 사용한다. 이 부사장의 말에 따르면, PVC 수로관은 우리나라에서 60년대에 사용되다가 금속관으로 교체됐다.
이재엽 ㈜팬지아21 부사장은 “중소기업이 해외진출을 원활히 하려면 요소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끼리 힘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팬지아21은 중동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듀라캠, ㈜한일네트워크엔지니어링과 손을 잡고 SWI(Smart Water International) 법인을 설립했다.
SWI는 기본계획 수립, 지리정보시스템, 구역화 작업(수로관별로 구역을 나누는 작업), 누수탐사, 최종관리 등 5단계의 작업을 통해 물 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중소기업 특성상 모든 분야를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 중소기업들이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한일네트워크엔지니어링은 누수탐사 전문업체이며, ㈜듀라캠은 땅을 파지 않고 코팅기법을 이용해 수로관을 보수한다. ㈜팬지아21은 모니터링 시스템 등 전체적인 솔루션을 담당한다.
이재엽 부사장은 “㈜듀라캠과 ㈜한일네트워크엔지니어링은 동종업계에 있다 보니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회사마다 각각의 요소기술을 갖고 있고,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서 힘을 모아 SWI 법인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해외사업을 준비할 당시 기술력을 검증받지 못해 신용보증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사정으로 대기업을 거쳐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다. ㈜팬지아21은 지난해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되면서 경기도에서 기술력을 보증해줘 해외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들은 성급해 하지 말고 꾸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요소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WI 법인은 이번 NWC(사우디 물 국영기업)의 방문을 통해 해외진출에 속력을 내게 돼 사우디 제다 지역의 누수관리를 비롯해 터키, 아부다비, 이집트 등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터키는 물 운영시스템에 관심을 보여 2015년까지 관망해석, 실시간 감시제어, 누수관리 등의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노후관 교체 및 관로갱생사업을 위해 SWI 구성사인 ㈜듀라캠의 수로관 코팅기술 도입을 위한 작업 중이다. 이집트는 누수관리를 위해 이달 중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재엽 부사장은 “물 관리 기술은 1~2년에 끝나는 단기간 사업이 아니다. 사우디의 경우도 누수가 심한 지역으로 시작해 장기사업이 될 것이다. 김문수 지사님께서 식물공장에 이어 물 관리 시스템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중소기업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팬지아21 안양 공장 내부. ⓒ G뉴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