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산단 희망공원 카페 앞에서 편의시설 개소 행사로 모형열쇠 전달을 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윤식 시흥시장 외 내빈. ⓒ 백승지 기자
지난 14일, 쇠 냄새 가득하던 시화산단에 커피향기가 진하게 퍼져나갔다. 산단 내 위치한 희망공원에 산단 최초의 카페 ‘칸티에’가 문을 연 것.
시화산단은 가로 7.5km, 세로 4km로 넓은 면적에 비해 편의시설이 전무해 그동안 근로자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왕복 7km를 걸어가야 하는 등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개소한 편의시설은 카페뿐만 아니라 구직정보망, 정보안내판 등 근로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정보 사랑방 역할도 한다.
청년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한 산단 입장에선 청년들이 취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등 편의시설이 생긴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이날 카페에 든 첫 손님들이 나눈 대화는 편의시설의 미래를 마냥 핑크빛으로 그리지 않았다.
개소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이 협소한 카페 안에서 커피 시음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 백승지 기자
작아도 너무 작아… 멀어도 너무 멀어… 이 카페 다시 바꿔줘!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윤식 시흥시장 등은 카페에서 산단 내 기업 대표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카페 안은 훈훈한 분위기 대신 무거운 공기와 날카로운 질문들로 채워졌다.
도와 시흥시가 총 공사비 1억 원을 들여 완공한 카페는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협소했다. 8명의 관계자가 테이블 2개를 바짝 붙이고서야 겨우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 있는 카페공간은 밖에서 보기에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외부 손님이 온다면 여기서 미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김 시장의 말에 김 지사는 “공간이 너무 좁다. 한다면 테이크아웃(take out)으로 해야지 여기는 비즈니스 미팅장소로는 공간이 부적합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입지선정과 이용객 파악도 미흡했다. “여기까지 차 마시러 오겠나?”라는 김 지사의 질문에 김 시장은 “입지는 아주 안 좋은 게 맞다. 그러나 대표님들끼리 체육대회를 많이 하는데 물 하나 사먹을 공간이 없다. 주말에 행사도 많이 하는데 편의시설이 하나쯤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김 지사는 “스포츠, 공 차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카페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지 않나? 카페 이용객에 대한 파악은 이미 개업 전에 했어야 하는데 고려를 전혀 안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장 근로자를 위해 지은 편의시설을 두고 체육시설 이용객을 위한 시설이라 답한 김 시장의 발언만큼이나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공장과의 거리다.
이 날 현장을 방문한 한 근로자는 “공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려면 약 30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무엇 하나 이해가 안가는 시설건축에 김 시장은 “지사님 지시사항이라 하긴 해야겠고 중압감이 컸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운영하면서 보완해 나가겠다”라는 답을 내놨다.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본래 목적조차 제대로 상기하지 못한 채 일만 처리하려는 졸속행정에 정작 근로자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김 지사는 시설 증축 리모델링을 제안 했으나 변경절차를 밟는 데만 1년 6개월이 걸려 사실상 해결책이 없는 셈이다. 근로자 편의와 청년인력 고용의 희망이 헛되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것이다.
시화산단 내 중소기업 ‘서울정밀’에서 사업브리핑을 듣고 있는 김 지사 일행. ⓒ 백승지 기자
청년고용 발목 잡는 건 법적 제약도 한몫… 규제완화 필요
편의시설 개소 행사 후 이동한 시화산단 내 ‘서울정밀’은 청년취업인턴제를 활용해 청년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15~34세의 청년을 쓰면 상공회의소에서 급여의 50%를 회사에 지원한다. 또 6개월이 지나면 노동부에서 1인당 65만원씩 6개월간 회사에 지원한다.
서울정밀은 이러한 지원금을 모두 청년직원에게 분배하고 있다. 내국의 청년직원을 구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정상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있는 사람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다.
기업 관계자는 “청년취업의 목적이라면 과거의 이력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나. 그냥 청년이면 다 쓸 수 있게 해주면 좋을텐데 안타깝다”고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서울정밀 공장시찰 도중 청년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 백승지 기자
중소기업은 최근 심각한 인력난을 외국인 노동자와 용역직원을 고용해 대체하고 있다.
청년들이 고용불황 속에도 중소기업은 찾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은 없다.
청년인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해 청년인력에게 매력적인 직장으로 인식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완비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법적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시화산단에 찾아온 커피 향처럼 언젠가 이곳에 청년들의 웃음소리도 찾아들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