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잃지 마’, ‘조금만 기다려 금방 구해줄게’ 등 희망 메세지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4월 16일 오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TV에서 청해진해운의 큰 여객선 ‘세월호’가 제주도로 가던 중 전남 진도 해상에서 옆으로 기울어 침몰이 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리고 승객의 대부분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라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신문 기사들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너무 놀랐다. 재난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침몰하는 배 안에서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등의 내용이 전파를 탔다.‘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얘들아, 모두 살아서 보자.’ 등 메시지가 확인되면서 온 국민이 눈시울을 붉혔다.
단원고등학교 전경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단원고등학교는 꿈기자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단원로(고잔1동)에 위치했으며, 2005년에 개교하였다. 2학년 총학생 325명과 인솔 교사 15명이 4월 15일부터 4월 18일까지 제주도 수학여행 일정을 위해 이동 중 사고가 난 것이다.
아직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인데 첫 제주도 수학여행이 얼마나 설레고 설레였을까? 전날 밤 다 들뜬 마음이었을 것이다.
안산의 하늘은 먹먹하다. 동네마다 침통한 분위기다. 시민들은 뉴스를 접하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심정에 애를 태우고 있다. 안산문화광장 근처에서 노점을 하는 아주머니는 “어제, 오늘 계속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나도 애 키우는 엄마라 충격이 큰 데 희생자들은 까맣게 속이 타들어 갈 거야. 제발 무사히 구조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대안산병원과 병원에 주차된 방송국 차량들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고대안산병원에는 단원고 희생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송국 차량과 언론 기자들이 시시각각 현장을 취재 보도하고 있다.
병원 앞 현관에서는 안산시민 한 명이 뱃머리가 가라앉기 전에 하루빨리 학생들이 구조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취재진과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하루빨리 구조를 바란다는 내용의 1인 시위 현장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안산 단원고는 갑작스럽게 닥친 참사에 2학년은 물론 학교 전체가 휘청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75명만 생존이 확인되었고 아직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학생이 245명이다. (구조가 되면 희생자의 수치는 변하겠지만)
사고가 생긴 후 단원고등학교 정문에는 하루에 수십 번 진도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운동장과 동네 주변에는 많은 언론 차량이 들어서 있다. 학교와 마주 보는 원고잔 공원 벤치에는 동네 어르신과 주민들이 슬픔 가득한 눈으로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자식 소식에 달려갔을 학부모를 생각하면 더없이 안타깝다.
(왼쪽)무사귀환을 바라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려 있다. (오른쪽)적십자 단체가 봉사 활동하는 모습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학교 안은 새마을협회, 적십자, 통신사, 대형마트 등 사회 여러 단체가 봉사활동을 나섰으며, 자치 어머니 봉사회도 힘을 보탰다. 학교 내 환경을 정비하고 갑자기 많은 방문객으로 부족했을 식사도 준비하고, 의료 응급, 구호물품 조달, 휴대폰 충전 서비스도 이뤄졌다. 도로변에는 경찰과 교통안전봉사단체가 신속하게 움직여 진행을 원활하게 했다.
사고 현황을 알리는 4층 실내체육관 모습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4층 실내체육관에선 희생자 학부모들이 진도로 떠난 후 남은 가족들과 학교 관계자, 학교 학생들이 앉아 대형 화면을 통해 진도 사고 상황을 접하고 있었다.
학교가 임시 휴교임에도 이곳을 찾은 1학년 박미영(가명) 학생은 “ 어제(16일) 1교시에 진로 캠프 입소식을 했다. 끝난 후 동아리 단체 톡에 세월호 사고 소식이 올라와 깜짝 놀랐다. 처음에 전부 생존했다 했을 때 안도가 되었는데 오보라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아는 선배 몇 명은 구조되었고 나머지 몇 명은 아직 생사를 알 수 없다. 오늘도 걱정이 되어 친구들과 만나 학교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 시민 대표와 촛불 기도회에 참여한 시민들), 희망 메세지에 참여한 안산시 선·후배 학생 천여 명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저녁에는 무사귀환을 바라는 안산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 촛불 집회(기도회)를 가졌다. 1층 학교 광장에서 어린이, 학생, 어른 모두 한마음이 되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가 어서 빨리 이뤄지도록 소원을 빌었다.
이어 안산시 선·후배 학생 천여 명이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에 모였다. 저마다 손에 든 종이에는 ‘희망을 잃지 마.’, ‘조금만 기다려. 금방 구해줄게.’ 등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친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침묵하면서 친구들이 무사하게 돌아오길 빌었다. 밤하늘도 이 마음을 아는지 가랑비도 멈추었다.
고대안산병원 장례식장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그 다음 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고대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복도에는 애도하는 조문 조화가 수북이 들어서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족 친지들, 시민들의 조문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초기 안내 방송만 제대로 해줬다면 많은 학생들이 살 수 있었을 텐데…” 조문객들은 안타까워했다.
타이타닉 사건 이래로 선장은 배가 침몰할 경우 승객들을 구하고 끝까지 배에 남는 것이 해상 재난의 전통이었다고 한다. 배와 승객을 포기하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해운의 책임과 의무를 따져봐야 한다.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의 합동 분향소 ⓒ 이세희/꿈나무기자단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합동분향소는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마련되고, 분향소 설치를 마치는 23일부터 조문을 시행한다고 한다.
조류가 센 진도 사고 현장에는 베테랑 잠수부들이 밤낮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이드라인(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구조 작업도 가능한 것이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의 아픔이 큰 만큼 꼭 희망이 생기도록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으면 좋겠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치료와 안정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 세월호처럼 노후한 선박 운행을 허가하지 말고 비상시 안전 요령, 인명 장비 작동과 행동 메뉴얼도 꼼꼼히 점검하여 다시는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