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에서 영국군 추모공원 준공식이 열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크리스 채터튼 영국 글로스터 시장 등이 ‘700인의 베레’ 제막식에 참석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치른 대표적 전투인 ‘설마리 전투’ 고지에 영국군 추모공원이 조성됐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23일 적성면 설마리에서 ‘설마리 영국군 추모공원 준공식 및 임진강 전투 추모식’을 개최했다.
설마리는 영국군 제29여단 소속 대대가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도 최후까지 혈전을 벌인 곳이다.
영국군 추모공원은 파주 설마리 계곡과 임진강 전투에서 전사한 글로스터연대 및 영국군을 추모하고자 건립됐다. 도는 국비 6억원 도비 3억5천만원, 시비 3억5천만원 등 13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3월 착공해 전적기념물을 설치하고 공원을 꾸몄다.
공원 내부에는 ‘700인의 베레(The 700 Berets)’ 참전비와 청동군인동상 7개, 참전 용사 914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등이 들어섰다. 특히 지름 4m, 높이 3m 크기의 ‘700인의 베레’ 참전비는 영국군을 상징하는 베레모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이인재 파주시장, 엄기학 1군단장, 변재선 25사단장, 지갑종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 스콧 라이트먼 영국대사, 크리스 채터튼 영국 글로스터 시장 등 국내외 인사들과 참전 영연방 용사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5만6천명을 파병했으며 설마리 전투는 영국군 해외 참전 역사상 위대한 투혼으로 알려져 있다”며 “64년 전 이역만리 먼 곳에서 달려와 준 참전용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과 1250만 경기도민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채터튼 영국 글로스터 시장은 답례사로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고 권리와 자유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해준 경기도와 파주시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준공식 후에는 김 지사 등 내빈과 참전 용사 및 후손들이 추도 미사와 헌화를 했으며, 참전용사들이 기부한 장학금을 예림디자인고와 경기세무고 학생 20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글로스터 시 이름을 딴 영국군 글로스터연대는 6·25전쟁의 대표적인 고립방어전투로 꼽히는 임진강 전투를 치렀다. 1951년 4월 22일부터 4일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계곡과 중성산에서 10배가 넘는 중공군 3개 사단을 맞아 치른 치열한 전투로, 수도 서울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방어전이다. 이 전투는 영국의 해외 참전 역사에서 가장 손꼽히는 투혼이자 희생으로 기록됐다.
임진강 전투와 글로스터연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57년 6월 29일 설마리 계곡 동굴에 영국군 전적비가 세워졌고, 참전용사들은 매년 4월 전적비를 찾아 그날을 기억했다. 한국을 찾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1999년 4월)과 찰스 왕세자(1992년 11월)도 찾아 헌화하는 등 한·영 양국의 우정과 추모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