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보며 도란도란 책 이야기 나누는 오산시 꿈두레도서관 ⓒ 신승희 기자
“놀면서 독서하는 ‘놀이형 도서관’을 들어보셨습니까. 배움을 위해 책상 앞에 앉아야만 했던 이들에게 놀이란 꿈만 같습니다. 어린 시절 배움과 학습을 놀이에서부터 시작하고, 새로운 습득을 위해 놀이학습이 반복됐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우리의 한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고, 카페와 공원 벤치에서 독서하는 모습이 일상화되지 않았을까요?”
지난 4월 12일 개관한 꿈두레도서관은 책과 놀면서 공연도 관람하고 체험하는 혁신 도서관이다. ⓒ 신승희 기자
믿어지지 않겠지만 교육·문화·체험·놀이가 함께 어우러진 꿈 같은 도서관에서, 그것도 맘껏 놀면서 책을 즐기는 곳이 있다. 바로 오산시 세마역로 20번지에 위치한 꿈두레도서관이다. 경기도 오산시 세교지구에 지난 4월 12일 개관한 체험형 공공도서관인 꿈두레도서관은 책과 놀면서 공연도 관람하고 체험하는 혁신 도서관이다.
우선 꿈두레도서관은 이름부터 독특하다. 꿈두레도서관의 명칭은 ‘꿈+두레(~함께)+도서관’의 합성어로 지역주민들과 꿈을 함께 키우는 도서관이라는 뜻이다. 꿈두레도서관은 운영에 따른 중점 목표로 ‘배움이 행복한 교육, 향기가 그윽한 문화, 놀이가 즐거운 체험, 이용이 편리한 개방’도서관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교육, 평생학습, 독서진흥, 문화강좌, 초청강연, 공연, 전시회, 발표회, 이벤트행사, 프러포즈, 현장학습, 1박2일 독서캠프, 독서캠핑, 자연학습장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운영할 예정이다.
꿈두레 도서관은 교육·문화·체험·놀이가 함께 어우러진 꿈 같은 도서관이다. ⓒ 신승희 기자
꿈두레도서관은 건물 연면적 5223㎡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독특한 건축 설계가 돋보인다. 전통의 열람실인 스터디홀과 독서홀은 물론 서고에 2만5771권의 장서가 구비돼 있다. 이밖에 어린이자료실, 유아실, 다목적홀, 문화강좌실, 야외공연장, 독서캠핑장, 자연학습장 등 체험시설을 겸비해 어린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도서관 인근에 고인돌공원, 체육공원, 물향기수목원 등이 있어 실로 놀이를 위한 맞춤형 도서관이다. 어린이들이 놀이터 등에서 뛰어놀다가 곧장 1층 어린이실로 들어가 책을 볼 수 있다. 특히 어린이실 입구에는 흙을 만지고 논 아이들이 세수하도록 배려한 수도 시설이 돋보인다. 또한 어린이들이 책을 빌릴 경우 통장에 도서명을 인자해줘 독서 욕구를 배가시켜준다.
꿈두레도서관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빠·엄마·친구와 함께하는 1박2일 독서캠프를 운영한다. 독서캠프는 지하 다목적실과 1층 어린이실에서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도서관 이용 안내, 독서 퀴즈, 게임, 과자집 만들기, 자유독서, 영화감상 등으로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독서 캠핑장은 주 2회 금·토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11시까지 운영한다. ⓒ 신승희 기자
전국 최초로 도서관에 설치한 꿈두레도서관 독서 캠핑장은 가히 환상적이다. 온 가족이 도서관에서 밤새워 책을 읽고, 달과 별을 보면서 가족이 따뜻한 정을 나누고 추억을 만드는 행복한 공간이다. 지난 4월 18일부터 시작한 독서 캠핑장은 주 2회 금·토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11시까지 운영한다. 캠핑장은 전기장판이 갖춰진 숙소동과 텐트를 치는 평상이 딸린 4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용 조건은 오산시 도서관 회원이면서 초중학생 자녀 동반 가족으로 퇴소할 때 자녀와 함께 독서 감상문을 제출해야 한다. 5월 이용객은 4월 27일~29일 선착순 예약으로 1회당 4팀씩 40팀을 접수 완료했다.
4월 25일 101동 수선화에 입소한 서주연씨는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 신승희 기자
지난 4월 25일 저녁 6시 30분, 오산초등학교 서주연 교사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 박찬미 양과 7살 아들 박준호 군을 데리고 101동 수선화에 입소했다. 서 교사는 남편이 직장일로 좀 늦게 도착하는 동안 평상에 짐을 풀고 아이들과 저녁을 준비했다. 서 교사는 “개관식 때 왔다가 우연히 독서 캠핑장을 알고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자연학습장도 앞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 전망이다. 자연학습장은 보육시설 육아들이 채소나 화훼를 직접 길러 자연의 소중함과 정서를 함양하는 체험학습 공간이다. 3~5세(10~20명) 유아를 둔 오산시 소재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 9팀을 선착순으로 선정해 5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보육시설은 씨앗과 모종만 준비하면 되고, 경작도구는 자연학습장에 비치한다. 어린이들은 1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자신이 키운 채소와 꽃을 보고 관리한 후 독서 놀이를 할 수 있다. 꿈두레도서관은 도서관 유휴시설과 공간을 모두 개방해 반상회, 취미 동아리 활동 등 누구나 이용이 편리한 개방도서관을 표방해나갈 예정이다. 꿈두레도서관은 매월 셋째주 월요일에 휴관한다. 전철로 세마역에서 10분, 버스로 세마중고교에서 내리면 2분 거리다. 한편,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5월초 일부 공연과 독서캠프가 취소됐다.
● Interview 김장환 오산시 중앙도서관장
김장환 오산시 중앙도서관장 ⓒ 오산시 중앙도서관
“평균연령이 33.9세인 오산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교육과 보육에 중점을 둬 시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꿈두레도서관은 이에 보조를 맞춰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책과 함께 체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김장환 중앙도서관장은 꿈두레도서관의 별난 풍경에 대해‘교육과 보육’을 강조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꿈두레도서관의 실내장식과 외부환경은 여느 도서관과 색다르다. 곳곳에 특이한 아이디어가 많이 접목되어 보고 찾을수록 정겹다. 장서가 아직 많지 않은 꿈두레도서관은 채워진 도서관이 아니라 채워나가는 도서관을 지향한다. 꿈두레도서관의 ‘자유서가’는 시민들의 기증으로 책을 채우는 공간이다.
자유로운 기증과 편안한 이용을 위해 절차가 간소하다. 이 모두가 독서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 김 관장은 “학교, 공동주택, 엄마아빠들의 카페, 학부모 카페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장서 기증을 홍보해 효과를 보고 있다. 개관 2주 지난 현재 1천여 권의 도서가 기증됐다”며 “시민들과 함께 장서를 채워가며 스토리를 만들겠다. 10년 후, 20년 후에는 꿈과 스토리가 완성되는 꿈두레도서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관장은 특이한 기증도서 아이디어의 배경에 대해 “도서관은 책을 대여하는 곳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도서관을 상시 도서교환 장터로 만들고 싶었다. 다 읽은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가져가 읽는 자유서가제이다”며 “이는 반납기일이 있는 도서관 대여와 달리 아무 부담이 없어 시민들에게 많이 사랑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꿈두레도서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김 관장은 이들 가운데 ‘아빠와 함께하는 1박2일 독서캠프’에 관심이 높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자녀와 아빠가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친밀해지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알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단다. 그야말로 눈물이 핑 돌 만큼 감동적일 때도 있다고 귀띔한다.
“독후감 활동과 게임 등이 끝나고, 후기 작성 시간에는 평상시 아빠와 아이가 서로 못했던 말을 진솔하게 적을 때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책을 더 읽자는 아이와 잠자리에 들자는 아빠의 옥신각신 다툼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참 행복한 싸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