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성화’입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요즘 한창 저 때문에 대한민국 전역이 떠들썩한데요, 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여러분들은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평소에는 존재감 제로 상태이다 스포츠 대회가 열릴 시즌이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를 뜻하는 줄임말 신조어)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제가 비록 드문드문 존재감을 드러내긴 하지만 제법 긴 세월을 인류와 함께 해왔답니다. 제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고대 그리스에서 불은 고귀하고 성스러운 존재였답니다. 그래서 항상 신들을 위해 신전 제단에 ‘순결의 상징’으로써 횃불을 밝혔다고 해요. 그 횃불을 올림픽 개최지까지 릴레이로 운반해 가져오는 것이 오늘날 저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제가 무슨 역할을 하기에 그 멀리서 수많은 인원을 동원해가며 모시고(?) 오는지 궁금해지실 텐데요.
저는 대회기간 동안, 경기장과 도시를 비추며 대회의 무사 개최와 대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횃불에 불과하지만 인류 평화와 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또한, 저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하죠?(으쓱으쓱)
아테네에서 채화된 후 전 세계를 돌고 돌아 개최국의 유명 인사들이 저를 고이 모셔들고 주경기장으로 들어서게 되는데요. 그 순간 쏟아지는 관객들의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잊을 수가 없네요. 매 대회마다 경험하지만 늘 짜릿하답니다.
경기도청 잔디운동장에 안치된 성화. ⓒ 성지훈 기자
이제 저는 또 한 번 제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 합니다.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는 대한민국 인천입니다. 9월 19일 인천에서의 임무 수행을 위해 저는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여행을 시작했어요. 보통은 대회가 열리는 나라에서 여정을 시작하는데 이번 여정은 좀 멀리서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그 이유는 1951년 제1회 아시아경기대회가 바로 뉴델리에서 열렸기 때문이래요. 이를 기념하고 대회의 가장 기본 정신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저를 뉴델리에서부터 출발시켰다고 해요.
그렇게 인천을 향한 저의 여행이 시작돼습니다. 뉴델리를 출발해 중국을 거쳐 인천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어요. 인천에 도착하자 제 또 다른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화도 참성단에서 온 횃불이었는데요.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그리스처럼 대회가 있을 때마다 참성단에서 성화를 채화한다고 해요.
경기도립무용단 무용수들이 성화가 갈 길을 열어주고 있다. ⓒ 성지훈 기자
박선규 성화봉송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참성단 횃불과 만난 저는 사이좋게 백령도와 제주도, 울릉도, 포항, 경주, 울산, 안산, 화성까지 대한민국 전국 각지를 순회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마침내 경기도청에 도달했는데요.
제가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로 반겨주었어요. 천사처럼 아름다운 분들이 제가 갈 길을 환하게 비춰주고 계셨고요.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님,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님, 박선규 성화봉송단장님 등 많은 내외빈들도 환영해주셨습니다.
성화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미래의 체육 꿈나무들. ⓒ 성지훈 기자
긴 여정을 마치고 경기도청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 위해 잔디운동장에 마련된 제단에 무사히 자리도 잡았습니다.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어갈 경기체육고등학교 학생들과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다음 대회에서는 이 친구들을 학생이 아닌, 국가대표 선수로 만나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답니다.
너무나 과분한 환영과 사랑 덕분에 저는 경기도청에서 하룻밤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긴 여정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어요. 경기도민 여러분 고마워요!
경기도청에서 휴식과 에너지를 얻고 저는 이제 또 다른 여정에 나섭니다. 대한민국 16개 광역시·도와 70개 시·군·구를 돌아야 하는 대장정의 길입니다.
그리고 오는 9월 19일이면 저는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미래를 위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을 거예요.
저는 여느 대회처럼, 저의 작은 횃불 하나가 45억 아시아인을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이끌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불어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아시아인들의 평화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참! 제가 묵었던 경기도에서도 부천, 안양, 수원 등 총 10개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린다고 해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9월 19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뵐게요!
2014년 8월 20일 경기도청 잔디운동장에서 하룻밤 신세지고 떠난 ‘성화’ 드림
※ 위 기사는 지난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화봉송 안치·출발행사 취재를 토대로 성화의 시점에서 각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