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실시!”, 훈련교관의 지시가 떨어지자 2인 1조로 구성된 경기도 청소년기자들과 대학생기자들이 차례로 농연훈련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낮 기온 30℃,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두꺼운 방화복까지 입은 그들은 훈련 전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에 실제 소방관들이 착용하는 20kg 산소통과 방독면은 기자단을 더욱 막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들어선 농연훈련장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그 자체였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화재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틀어놓은 히터와 제습기의 뜨겁고 습한 기운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기자단은 길을 찾으려 몸부림쳤다.
지난 12일 열린 경기도 학생기자단 소통캠프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소방훈련 풍경이다.
경기도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1박2일간의 일정으로 경기도 청소년기자단과 대학생기자단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소통캠프를 개최했다.
농연훈련에 앞서 기자단이 교관의 시범을 보고 있다. ⓒ 경기도 청소년기자단 제공
캠프 첫 날 기자단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도소방학교를 방문해 재난 대비 시스템을 견학하고 실제 소방안전 체험을 통해 소방안전의 중요성을 배웠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컴퓨터로 불을 끈다
경기도청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기자단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였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소방재난본부의 외관은 여느 기관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외관 뒤에는 최첨단 영상설비로 가득한 6층 회의실과 웅장한 규모의 재난종합지휘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 6층 회의실에서 기자단은 실제 재난대책회의 상황처럼 착석하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고영주 소방경으로부터 재난 브리핑을 받고, 3D 가상 재난 대처 훈련 영상을 시청하였다.
가상 소방관 체험 중인 기자단. ⓒ 경기도 청소년기자단 제공
이날 기자단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상 소방관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뛰어난 영상미의 이 프로그램은 도민들이 가정에서 컴퓨터로 소방관 체험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컴퓨터로 불을 끄는 신기한 경험을 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범으로 가상체험을 한 청소년기자단 조성윤(18) 학생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상 체험을 하는 동안 3D 안경을 착용하면 화면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더 실감나게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베타 테스팅 단계에 있으며 올 11월 초 일반에 공개될 계획이다.
■ 경기도소방학교, “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기자단의 두 번째 목적지는 경기도소방학교였다. 이곳에선 본격적으로 실전 위주의 안전체험이 진행되었다. 경기도소방학교는 1100만 경기도민의 안전을 책임질 소방관들을 교육시키는 곳으로 도내 소방관들은 모두 이곳을 거쳐야만 한다.
점심식사를 끝낸 기자단에게 훈련복이 지급되었고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작으로 열연기, 농연훈련 등 5단계의 안전체험이 이어졌다. 사진이나 뉴스로만 소방관을 접하던 기자단에게 태어나 처음 경험해본 안전체험은 벅찼다. 실전과 비슷한 난이도로 구성된 훈련코스를 밟으면 밟을수록 기자들은 점점 지쳐갔다.
이날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훈련으로 기자단은 농연훈련을 꼽았다. 농연훈련은 신속한 화재진압을 위한 훈련으로, 기자단은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 출동시 실제 착용하는 방화복과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훈련장으로 향했다.
농연훈련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더위와 어둠 때문이었다.
경기도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경기도 학생기자단. ⓒ 경기도 청소년기자단 제공
실제 화재발생 현장과 동일한 환경으로 만들어진 훈련실 곳곳엔 히터가 설치되어 뜨거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내복, 훈련복, 방화복까지 겨울철 옷차림보다 훨씬 두툼하게 차려입은 기자단에게 히터바람은 지옥과도 같았다.
여기에 모든 빛이 차단돼 오로지 손의 감각으로 더듬으며 길을 찾아야 해 기자단은 더위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먼저 가던 앞사람과 부딪치기는 예사였고 심지어 나중에 들어간 조가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는 앞 조를 추월해 먼저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훈련장에서 나온 땀범벅의 기자단은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선 이구동성으로 “이건 보통 사람이 할 일이 아니야”, “소방관들은 이 일을 어떻게 하지?” 등 탄식과도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
“힘들었지만, 이번 훈련을 거치며 한 가지를 확실히 얻을 수 있었어요. ‘진짜 안전’이요.”
캠프 마지막 날, 청소년기자단의 최윤호 기자는 짧고도 간략하게 1박2일 캠프 참여 소감을 전했다.
최 기자의 말처럼 이번 캠프에서 기자단은 지옥(?)을 맛보았다. 캠프가 끝나고 땅바닥에 드러눕는 기자가 한둘이 아니었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을 통해 기자단은 실제 위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온몸으로 배웠다. 그리고 안전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몸을 던지며 몸을 구할 방법을 얻은 것이다.
선행후언(先行後言), 논어에 적힌 공자의 가르침이다. 말만하길 좋아하는 제자 자공에게 공자는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며 꾸짖는다. 이러한 고사는 안전이 화두가 되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외치는 꾸짖음일지 모른다. 말로는 안전을 외치지 않고, 실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지금의 시대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