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광장시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수많은 마약김밥 집에 아마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을 원조집, TV에 나온 그 집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어느 집에 들어가야 할지 헷갈릴 만도 하다. 이처럼 하나의 아이템이 뜨면 옆집도, 그 옆집에 옆집도 베끼는가 하면 심지어 소송도 불사하며 생기는 짝퉁가게까지, 지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건 서비스산업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지난 12일 서울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 대토론회’에서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신랄한 ‘뒷담화’ 아닌 ‘앞담화’가 펼쳐졌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서비스산업이 정말로 발전하고 있는 게 맞는지, 서비스산업의 진정한 성장과 내실화를 위한 고민을 나눈 자리를 다시 들여다보자.
12일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 대토론회가 열렸다. ⓒ 백승지 기자
너도나도 서비스업, 하향평준화 촉진시켜
현재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흔히 말해 ‘뜨는’ 사업이다. 경제의 서비스화가 진행되어 서비스산업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서비스산업의 전국 고용자수는 연평균 3.2% 증가해 0.9%인 제조업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꼽힌 의료 및 보건서비스, 관광·레저, 교육서비스, SW산업, 금융산업 모두 경기침체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OECD 선진국의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돈이 되는 분야엔 사람이 몰려들기 마련. 제조업에 비해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서비스 업종에 다수의 신규기업이 진입했다. 낮은 진입장벽 탓에 서비스업 창업은 너무도 쉬웠고 결국 서로 경쟁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국내 영업활동 시 가장 큰 애로사항에 정부지원 부족(16.6%)보다 내수시장 경쟁치열(46.6%)이 압도적으로 꼽힐 정도다.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과잉 때문에 서비스산업 자체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낮아졌고 차별화는 사라졌다. 소규모 영세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는 결국 저부가산업이라는 딱지를 달고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마저 축소됐다.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인 창조계층 인력마저 부족해지고 각종 법적 규제에 서비스산업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속담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었다.
박정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이 한국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백승지 기자
서비스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녜요, 고부가가치화 모색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에 자리 잡은 영세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는 저부가가치 업종의 비대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별 고민이나 노력 없이 창업하는 요식업 및 숙박, 부동산업은 부가가치율이 낮은 반면, 부가가치율이 높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나 교육 서비스의 경우 창업기업 수가 많지 않다. 쉽고 빠르게 창업과 성공이 이루어지는 특정 업종에만 치우친 창업이 서비스산업 전반의 저부가가치화 즉, 하향평준화를 이끈 주범이다.
결국 서비스산업의 하향평준화된 수준을 높이려면 초기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퇴직금이나 목돈을 마련하고 할 게 없으면 뛰어드는 것이 서비스산업이라는 잘못된 도식을 바꿔야 한다. 지식집약서비스 또는 창조산업 등의 육성을 통해 산업구조를 전환할 수 있다. 현재 쉬운 업종에 치우친 창업 구조를 바꿔 업종의 고도화를 이루어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모색하는 것이 서비스산업의 상향평준화를 모색할 대안으로 제시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백승지 기자
이 날 회의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명예퇴직 후 퇴직금으로 너도나도 서비스산업에 뛰어든다. 퇴직 후에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미래 보장이 없어서 창업으로 그 불꽃이 튀는 것 같다. 경기도는 이에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과잉은 줄이고 서비스는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경기도의 대처 방법을 소개했다. 또한 “경기도의 지리적 여건을 이용한 서비스산업에는 강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 서비스산업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산업 발전에 정부의 도움을 촉구 했다.
아직도 우리는 서비스산업을 막연히 생각하며 무모하게 시장에 뛰어든다. 퇴직금을 창업자금으로 날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울 일도 아니다.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산업 또한 자신만의 오랜 준비 기간과 차별화된 전략 혹은 획기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 무조건 옆 가게가 생겼다고 덩달아 비슷한 가게를 내는 것은 서비스산업을 죽이는 독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고도화는 우리 사회 전체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업이 더욱 내실을 다져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더라. 그리고 분위기까지 좋더라!’는 최고의 평가를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