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많은 사람이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기 위해 혹은 취미 등 저마다의 목적은 다르지만 대부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관을 찾고, 두 시간 남짓의 영상물을 보면서 관객들은 감동과 추억, 통쾌함 등을 품고 영화관을 나온다.
그러나 그 영화가 ‘다큐멘터리’라면 어떨까? 하루에 영화관을 찾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평화, 소통, 생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라면 과연 마냥 즐겁기만 할까? 그만큼 우리에게 다큐멘터리는 딱딱하고, 하품이 나오는 문화적 콘텐츠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가 파괴와 사랑, 스피드에 열광하는 동안 범세계적인 평화와 소통, 온 누리의 생명을 다룬 영화는 한편으로 밀려나기 십상이었으며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큰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다가가기 힘든, 히말라야 정상에 위치한 보물 상자와 같은 존재로 밀려나고 있었다.
17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6번째 DMZ 국제다큐영화제가 개막했다. ⓒ 박경환 기자
이렇게 스크린의 한 구석으로 밀려나 점점 어두워지고 있던 다큐멘터리 영화에 한줄기 빛이 비치는 분위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 메시지를 국제적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손잡고 지난 2009년부터 DMZ 국제다큐영화제를 열고 있는 것.
지난 17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제6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평화와 생명, 소통을 온 누리에 비추려는 DMZ 다큐영화제는 조직위원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집행위원장인 배우 조재현 씨를 비롯해 영화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8일간의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조재현 집행위원장, 홍보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경환 기자
개막식에서 남 지사는 “영화는 소통이다. 그리고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 우리의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국제다큐영화제의 힘”이라며 이번 영화제가 가지는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개막 축하공연을 맡은 가수 강산에는 실향민인 부모님을 위해 만든 ‘...라구요’를 부르며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고 DMZ 국제다큐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평화의 염원과 더 나아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박수영 씨는 영화제가 더욱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다가가기를 염원했다. ⓒ 박경환 기자
퍼포먼스를 통해 이번 영화제를 알리고 있는 자원봉사자 박수영(24)씨는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제를 대중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로 전환시키고자 퍼포먼스 중이다.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큰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고양아람누리에서 밝혀진 다큐멘터리의 빛은 킨텍스 메가박스 상영관으로 자리를 옮겨 8일간 국내외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할 예정이다.
흔히들 인생을 영화에 비유한다. 수많은 아이러니와 극적 사건의 반복 속에 살아가지만, 할리우드 영화처럼 화려하거나 다이내믹하지는 않다. 다큐멘터리 영화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인생을 담고 있으며, 미처 돌아보지 못한 우리의 주변의 일상을 담아낸 영상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다큐멘터리에 대한 흔한 인식, ‘지루함’을 넘어서면 익숙함에서 비롯된 동질감과 감동, 공감이 자리하고 있다.
경마장에서 앞을 향해 질주하는 경주마는 주변을 돌아볼 수 없다. 머리에 씌워진 굴레와 후드 때문에 경주마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현재와 미래만을 바라보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현대인 역시 이웃의 삶과 이야기를 보고 들을 여유가 없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혹시 우리에게도 경주마처럼 후드가 씌워져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 후드를 벗고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하고 있는 작지만 울림이 있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다.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는 ‘영화 같은 우리들의 인생’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