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선물은 무엇일까? 돈, 사랑, 명예, 건강 등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도 단 하나의 명제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바로 ‘JOB’, 일자리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계속되는 고령화와 경제 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과 중장년 실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청년들은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취직이 되지 않고, 중장년들은 한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를 해도, 50년 이상의 남은 인생을 위해 또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불리하다. 청년과 중장년 틈새에 밀려 이력서 넣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국가적인 취업대란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70만개 만들기 사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라 하니,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은 일자리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일자리 창출은 단순히 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또한 개인의 노력과 투자로 일자리를 얻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노조, 회사, 정부가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여 공공데이터 등 새로운 창조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 각 시장 및 군수들이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 경기도는 지난 24일 판교테크노밸리 공공지원센터에서 고용노동부와 도내 31개 시·군 단체장, 산업체, 노동조합 등과 함께 상생을 통한 따뜻한 일자리 만들기 노력을 시작했다.
경기도와 고용노동부, 도내 31개 시·군 단체장들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일자리 넘치는 따뜻한 경기도를 위한 노력을 J, O, B 각각의 키워드로 살펴본다.
J(JOY) 최고의 즐거움, 즐겁게 일하기 좋은 일자리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일자리가 주어진다고 해서 행복해하지 않는다. 과거 직업을 고를 때 최우선 가치로 급여를 꼽았다면 요즘은 급여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직장,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이번 토론회에서는 ‘더욱 일하기 좋고 즐거운 직장, 복지가 좋은 직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도내 각 시·군의 애로사항이 논의됐다.
파주시의 경우,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며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됐지만, 근로자들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평택시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해 산업단지 종사자들을 위한 복지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기도 청년뉴딜사업 이은경 컨설턴트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상담하다보면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다가도 복지나 급여, 근로환경이 좋지 않아 꺼린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일자리 복지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의견을 새겨듣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더욱 즐겁고 일하기 좋은 복지 최우선 직장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워크넷 사이트와 공공장소에 건강한 중소기업을 선정해 홍보함으로써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O(of) 작은 도시의,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of’라는 영어 전치사를 아는가? ‘~의’라는 뜻의 전치사로, 자칫 문장의 뼈대를 이루는 명사나 동사에 비해 소외될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만약 문장에서 of가 빠진다면 완벽한 문장을 이룰 수 없다.
그 역할이 매우 미미해보이지만 이를 배제하고는 완벽한 문장을 구성할 수 없는 ‘of’처럼, 우리 사회에도 배제할 수 없는, 꼭 챙겨야 할 사람들이 있다. 중증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경기북부 등 소도시 주민들이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약자 계층과 소도시 주민들을 위한 논의도 진행됐다.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권운혁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좋은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담당자가 계속 바뀌거나 인식이 부족한 점을 꼽으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고 확실한 철학을 가진 담당자가 대표로 임명되어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한은정 사무국장은 장애인 일자리정책에 대해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고려하여 일자리 뿐 아니라, 사후관리가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규제로 산업육성이 힘들고 인구 감소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여주시는 농업도시라는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농업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평군, 양평군은 기본적인 고용을 홍보하고 알려줄 직원과 전산망이 부족한데다 교통편도 불편하다며 도시에 맞는 지원과 산업육성을 요구했다.
이에 이기권 장관은 사회적 기업과 장애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모범답안이 되는 사회적 기업을 지자체별로 육성하고 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해결책을 내놓았다.
B(Best) 최고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로 환경 개선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먼저 필요하다. 노동자의 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일자리는 근로자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잦은 이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최고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남양주시의 경우 고용센터에서 취업시킨 사람들이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애로사항을 호소하며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케어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폴리텍대학을 유치해 구직자를 위한 케어와 지원을 이어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포천시의 경우 니트섬유산업의 발달로 중소기업이 많지만 사업자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후계자가 없는 현실을 우려하며 “니트섬유산업 발달을 위해서라도 후진 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포시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공고가 2개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공공 직업훈련원과 통합형 복지고용센터 건립을 건의했다.
협약식 체결 후 기념촬영 중인 행사 관계자들. ⓒ 성지훈 기자
우리 인생 최고의 즐거움인 일자리를 위한 경기도와 고용노동부, 사회단체, 노동조합, 회사 간 상생은 이제 막 시작됐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분명 아쉬움도 존재한다. 실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뮬레이션이나 논의 보다 단순히 참가자들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듣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답변하는 탁상공론식 토론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도, 지자체도 시도하지 않았던 노-사-정 협력과 논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이 날 회의는 분명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JOB’을 한 글자씩 풀어보면 Joy Of Best, 즉 최고의 즐거움이 된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실행되어 더욱 일자리가 넘치는 따뜻한 경기도, 진정한 최고의 즐거움 경기도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