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백마고지행 열차를 타고 연천으로 달콤한 시간여행을 떠난 경대기. ⓒ 김석영 기자
지난 27일,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이하 ‘경대기’) 6기가 경원선 백마고지행 DMZ 트레인을 타고 연천으로 달콤한 시간여행을 떠났다. 연천은 통일의 기반이 되는 곳,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곳,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대기가 탑승한 DMZ 트레인은 지난 5월엔 ‘경의선(도라산행) DMZ 트레인’이, 8월엔 ‘경원선(백마고지행) DMZ 트레인’이 개통되면서 총 4만50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인기 기차여행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이날 경대기를 맞이한 김한섭 연천 부군수는 “재인폭포, 주상절리와 같은 자연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연천이다. 말 그대로 힐링할 수 있는 곳”이라고 연천군의 매력을 설명했다.
서울역을 출발한 지 130여 분만에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 김석영 기자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 27분 서울역을 출발하는 이 열차를 타고 경대기 6기는 130여 분만에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달콤한 연천 DMZ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연천 시티투어. 경대기가 탑승한 버스가 조선 세종 1년에 만들어진 세종길을 달리면서부터 시간여행은 시작됐다.
‘재인’을 찾아서-재인폭포
‘재인’의 슬픈 전설이 담긴 재인폭포. 폭포수가 흐르지 않고 있다. ⓒ 김석영 기자
재인폭포는 연천읍 고문리 한탄강가에 있는 길이 100m, 너비 30m, 높이 18m의 폭포이다. 이 폭포는 전설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옛날 줄타기를 잘하던 광대 재인이 있었는데 고을의 원님이 재인의 아름다운 부인을 탐냈다. 원님은 재인의 부인을 차지하기 위해 재인에게 줄타기 내기를 제안했는데, 바로 이 폭포에 줄을 매어 줄타기를 하는 것이었다. 원님은 내기 도중 그 줄을 끊었고, 재인은 이 폭포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그 후 원님은 재인의 부인에게 수청 들기를 권유했지만, 재인의 부인은 거부하며 원님의 코를 물고 자결한다.
그래서 재인이 사망한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고 하며, 폭포가 있는 마을은 재인의 부인이 원님의 코를 물었다 하여 ‘코문리’로 불리다 지금은 ‘고문리’가 되었다.
재인폭포 아래쪽에는 돌탑이 쌓여있다. ⓒ 김석영 기자
위에서 폭포를 내려다보니 그 높이에 눈앞이 아득했다. 폭포에 물이 흐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보니 돌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흔히들 소원을 빌기 위해 돌탑을 쌓는다고 하지만 이날 본 돌탑에서는 ‘재인’을 향한 애도가 느껴져 마음이 짠했다.
‘주먹도끼’를 찾아서-전곡 선사박물관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굴된 곳으로 유명한 전곡리 유적지. ⓒ 김석영 기자
전곡리 유적지는 1978년 주한 미군에 의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굴된 곳으로, 3000점 이상의 유물이 채집된 전 세계 구석기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유적이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의 바닥에는 구석기인의 발자국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다. ⓒ 김석영 기자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시원한 안개분수와 바닥에 구석기인들의 발자국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 있어 즐거움을 더했다.
박물관에서도 구석기 시대로의 시간여행은 계속되었다. 구석기인, 동물, 식물, 어류, 주먹도끼, 집 등으로 구성된 전시실의 각 게이트를 꼼꼼히 살펴보며 구석기 시대에 대한 부연설명도 얻을 수 있는 ‘시간여행 여권’이 인상적이었다.
‘고려’,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을 찾아서-숭의전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곳으로 전조인 고려왕과 공신의 위패를 모신 숭의전. ⓒ 김석영 기자
숭의전은 조선시대에 전조인 고려시대 왕들과 공신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1397년 고려 태조 왕건의 위패를 모실 사당을 건립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고려 4왕의 위패를 모신 정전에서 뒤를 돌아보니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던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었고, 그 무게감은 고려와 조선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까지도 담고 있는 듯 했다.
투호 놀이를 즐기는 경대기. ⓒ 김석영 기자
숭의전 앞마당에는 투호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는데, 경대기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투호놀이에 열중했다.
‘평화’를 찾아서-태풍전망대
전망대 중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태풍전망대. ⓒ 김석영 기자
경대기의 마지막 연천 여행지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태풍전망대였다.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는 듯 했다. 눈앞에는 평화로운 능선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나, 사실은 평화와 가장 거리가 먼 곳이 아닌가 싶다.
북쪽을 향해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군인의 저지에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로 현장을 담는 경대기는 사진 본능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는 가끔 북한 주민들이 농사를 짓거나 빨래를 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연천의 ‘맛’을 찾아서-연천역 농산물 장터
연천역 농특산물 장터. 율무 막걸리가 유명하다. ⓒ 김석영 기자
오후 4시30분 열차를 타고 연천을 떠나기 직전, 연천역 바로 옆에 펼쳐진 농산물 장터를 볼 수 있었다. 이 장터에는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연천의 특산품 율무를 첨가한 막걸리를 비롯해 부침개, 도토리묵, 각종 나물 등을 판매 중이다.
최근 DMZ 트레인의 개통과 함께 약 4만 여명의 방문객들이 이 장터를 찾게 되면서 농특산물 교류와 연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달콤한 연천에서의 시간여행, 그 후
연천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DMZ 트레인에 오른 경대기는 점점 연천과 멀어짐을 느꼈다. 하지만 자연과 역사 그리고 평화가 깃든 곳 연천에서의 시간여행이 준 강렬한 인상은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