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알고 있는 악기의 종류를 말해보라고 하면 자연스레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이 앞서 나온다. 우리의 전통악기를 먼저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서양악기에 비해 전통악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전통악기도 서양악기 못지않게 음색이 풍부하고 아름답다.
경기도립국악단의 공연이 열렸던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전경. ⓒ 이우원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의 한 무대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우리 전통악기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和 Ⅵ 환상, 그 울림’을 주제로 한 경기도립국악단의 프리미엄 콘서트가 열린 것.
경기도립국악단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국악 예술단체로서 경기도의 소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전통음악의 계승 및 발전을 목표로 1996년에 창단되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의 전 분야를 아우르며 전통음악의 보존과 계승은 물론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또한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접목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듣고 즐기는 살아있는 한국 음악을 창조해 가고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한 다양한 관객들. ⓒ 이우원 기자
‘和’는 경기도립국악단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국악 관현악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장르와의 만남을 기조로 국악계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에 열린 제98회 정기연주회에서도 아름다운 동·서양의 조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인 가야금, 장구, 거문고뿐만 아니라, 몽골의 찰현악기 마두금, 서양의 대표 악기인 바이올린의 연주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무대였다.
공연 시작 전, 무대의 모습. ⓒ 이우원 기자
이번 공연은 창작곡 3곡을 포함한 총 5곡의 연주로 구성되었다. 경기지역 논매는 소리를 주제로 한 국악 관현악 ‘땅의 사람들’이라는 곡으로 힘차게 공연을 열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공연은 이정자 씨의 가야금 연주였다. 17현 가야금과 관현악은 서로 하나가 되어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다이내믹한 연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공감’이라는 주제로 허익수 씨의 거문고와 이석종 씨의 동해안장구가 마치 대화하듯이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호응하기도 하며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다. 다음 무대는 나리수 씨의 마두금 연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두금이라는 악기를 생소해하면서도 이내 악기의 소리와 연주자의 후마이 창법에 빠져들었다. 마두금의 아름다운 선율과 사람의 소리가 하나 되어 생태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신지아 씨의 바이올린과 경기도립국악단의 동·서양 조합으로 장식했다. 특히 바이올린협주곡 ‘이별가’는 죽음으로 인하여 이별의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진혼의 노래로, 최근 각종 사건사고의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곡이었다.
‘和 Ⅵ 환상, 그 울림’ 포스터. ⓒ 이우원 기자
노래는 가사를 통해, 춤은 몸짓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악기는 소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굳이 노랫말이 없어도 소리를 통해 진한 울림을 전한다.
늘 새로운 것만을 쫓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잠시 멈춰 우리 고유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진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열흘간 7500여명의 도민과 함께했던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은 막을 내렸지만, 예술과 문화를 향한 관심과 발전은 앞으로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이전보다 더 다채롭고 유익한 예술의 향연들이 펼쳐지길 바라며, 경기도민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 확대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