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을 알리는 현수막이 경기도문화의전당 앞에 걸려있다. ⓒ 양연주 기자
지난 17일 저녁,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시공간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이 펼쳐졌다. 경기도문화의전당 10주년을 맞아 열린 제2회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 중 경기도립국악단의 ‘和_환상, 그 울림’ 무대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경기도립국악단의 ‘和_환상, 그 울림’ 공연을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 양연주 기자
1996년 8월에 창단된 경기도립국악단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국악예술단체로, ‘경기도의 소리를 중심으로 한 한국 전통음악의 계승 및 발전’을 목표로 하며 현대적인 감각의 창작국악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접목을 통해 전통음악의 대중화를 추구하고 살아있는 한국 음악을 창조하고 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관현악을 기본 편성으로 경기민요, 판소리 등의 성악파트와 사물놀이팀 등 총 80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장르의 초청공연과 수준 높은 정기·기획공연 및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 공연들을 제작 보급하고 있다.
공연 시작 30분 전, <‘和’ 발견과 이해>라는 주제로 로비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 양연주 기자
이번 제2회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에서는 ‘로비토크(lobby Talk)’라는 관객 감상교육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며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작품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나 사전지식을 들려줘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영화 ‘두레소리’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함현상 작곡가는 <‘和’ 발견과 이해>라는 주제로 로비토크를 진행했다. 로비토크를 통해 관객들은 마치 옆자리의 지인과 작품 정보를 주고받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공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번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은 총 276명의 예술가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축제이다. ⓒ 양연주 기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와 함께 열린 첫 번째 무대는 경기지역 논매는 소리를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 ‘땅의 사람들’이었다. 대표적인 노동요인 논매는 소리는 경기도 가평, 양평, 여주, 이천, 안성의 논매기 소리를 소재로, 음악적인 요소보다는 이 땅의 민중들이 힘겨운 노동을 하며 노래하는 모습에 담긴 이면의 정서를 표현한 곡이다. 우리나라의 국악과 서양의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작곡가의 실험정신이 깃든 음악이었다.
두 번째 공연은 17현 가야금협주곡 ‘달하노피곰’으로 일반적인 가야금은 12줄이지만 17현으로 개량함으로써 독주자의 기량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가야금과 관현악이 서로 하나가 되어 대화 하는듯한 기교를 잘 어우러지게 표현했다.
전통음악 레퍼토리와 즉흥성을 소재로 하여 창작한 세 번째 곡 ‘공감’은 거문고의 타악기적 특징과 장구의 솔로악기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한 곡으로 동해안 별신굿장구의 제한을 넘나드는 연주가 인상 깊었다.
관객들의 가장 큰 호응을 끌었던 네 번째 공연 마두금협주곡 ‘원(源)’에서는 국가1급연주자인 나리수가 마두금을 연주하며 후마이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 마두금은 몽골을 대표하는 현악기로, 몽골의 자연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초원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말의 머리 모양을 한 거문고이다.
후마이 창법은 한 사람이 노래를 하면서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2개의 다른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창법으로 지속적인 저음과 함께 화음이 이루어지는 선율을 만드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없는 공연에 관객들은 신기해했고 연이은 요청에 앵콜 무대에서는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아리랑을 연주함으로써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마지막 공연인 바이올린협주곡 ‘이별가’는 이 시대에 죽음으로 인하여 이별의 고통을 겪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김성국 작곡가는 본인의 작품에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예술로만 표현하는 작곡가인데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느꼈던 감정을 ‘이별가’에 담았다고 전했다.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그들을 위로해주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노래였다. 경기민요 이별가의 선율적 내용을 차용한 바이올린협주곡 ‘이별가’는 공연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경기도립국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려는 관객들로 로비가 붐비고 있다. ⓒ 양연주 기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뒤떨어지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전통 국악이 더 이상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 되어 돌아왔다. 이번 ‘和_환상, 그 울림’은 우리에게 동(東)과 서(西)의 아름다운 어울림을 선사하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새롭게 진화하는 진정한 화(和) 음악회를 보여주었다는 것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