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 ⓒ 이민유 기자
‘독일 교육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면서 어른들에게 항상 “공부해라”라는 말을 듣고, 공무원이 최고라고 ‘억지 진로교육’을 받아왔던 기자에게, 수많은 청소년 프로그램과 원하는 직업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기자에게 ‘공부는 단지 학생의 특기일 뿐’이라고 교육하는 독일의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 7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고민은 공부가 1위, 진로고민이 2위를 차지했다. 학생이면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시대적 분위기와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진로 관련 프로그램 탓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고민’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청소년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느낀 청소년들을 위해 열리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고, 미리 체험해보는 ‘청소년 축제’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이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가 ‘꿈을 만나 행복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 2홀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는 다양한 과학·문화·예술 체험부스 운영, 청소년 특강, 동아리 공연, 청소년 상담 등 다양한 청소년활동으로 꾸며졌다. 이번 청소년박람회는 상상마당, 진로마당, 창의마당, 건강마당으로 나뉘어져 150여개의 청소년시설과 동아리가 240여개의 부스로 참여했다.
청소년박람회가 열린 킨텍스 전시장 ⓒ 이민유 기자
진로마당의 서울대학교 드림컨설턴트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서울대학교 대학생들이 직접 상담해준다’는 이벤트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 예약상담을 실시할 정도였다. 건강마당의 ‘시흥시청소년수련관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마련한 부스는 많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앳된 얼굴의 중.고등학생들이 “보삼차 드세요!”를 외치며 직접 보삼차를 타주는 것만으로도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소감은 어땠을까? 시흥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소속으로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에 부스를 운영한 김정환(17, 시흥시) 군은 “어른의 지시 없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두 청소년들끼리 해 온 것이라서 참여했던 의미가 남다르다. 준비부터 운영까지 많이 배운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박람회에 참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끈 톡톡 드림 콘서트 ⓒ 이민유 기자
가족과 함께 온 박은지(15, 서울 동대문구) 양은 “다양한 종류의 부스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서 좋았지만 내부가 너무 복잡해서 원하는 부스를 찾느라 고생했다. 다음에는 안내판 같은 게 많으면 좀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청소년박람회는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축제’이다. 진로상담을 해도, 유명 강사의 강연을 들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돈보다는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것,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라.’라고 해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청소년들. 무얼 할지 몰라 방황하는 20대가 되기 전에, 청소년들을 위한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됨으로써 머지않아 대한민국도 청소년 진로를 위해, 미래를 위해 힘쓰는 독일과 어깨를 겨룰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