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가격과 품질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과 품질이 비슷한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을 때 무엇을 택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장이 예쁘거나 고급스럽게 디자인 된 제품에 손이 갈 것이다.
상품을 판매할 때 디자인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시중에는 이미 다양한 가격대에 맞춰 질 좋은 제품이 차고 넘친다. 넘쳐나는 제품 중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제품의 특성을 한눈에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이 필수요소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여러분은 영세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가? 농협 등에서 판매하는 지역 특산물 외엔 딱히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세기업은 자영업주에 의해 운영되고 생계유지를 위한 생업의 성격을 지니는 기업으로, 대부분 소자본으로 운영된다. 소규모, 소자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홍보나 디자인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상품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경기도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성과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 ⓒ 천한얼 기자
이에 경기도는 열악한 상황에 처한 영세기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경기도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영세기업의 제품 디자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는 영세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는 노후 경관 개선과 복지시설 디자인 컨설팅, 정보화마을의 지역특산물 디자인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한양대학교 교수의 설명을 듣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 천한얼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청 제3별관에서는 그간의 성과와 대학생들의 재능기부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성과 전시회가 열렸다. 올해 재능기부에는 한양대, 경희대, 가천대, 대진대 등 MOU를 맺은 4개 대학교의 시각디자인과 학생 59명과 교수 7명, 자원봉사자 21명 등이 참여했다.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비누 디자인 뜨랑비. ⓒ 천한얼 기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의 비누 디자인을 개발한 경희대학교 학생은 “프로젝트와 연계된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참여하게 됐다. 작업을 하면서 업체와의 의견 조율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시중에 내가 만든 디자인이 출시된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양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생들. ⓒ 천한얼 기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건축디자인과 신용복 주무관은 “지원 받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노후화된 경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디자인이 필요한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은 도내 영세기업과 복지시설, 고물상, 정보화마을, 지역 특산물은 총 52건에 달한다. 이번 프로젝트로 개발된 제품 디자인은 기업 통합 이미지 로고와 광고지, 포장 디자인, 견본품 등 총 112종으로 해당 기업이나 기관에 무상 양도되지만 실제로는 약 4억500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다.
시중에 판매 중인 지난해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결과물. ⓒ 천한얼 기자
경기도의 이러한 프로젝트는 영세기업의 디자인 비용을 절감시키면서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대학생들에게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디자인을 직접 맡게 함으로써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올해는 사업을 확장해 영세기업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환경을 살리고 노인회관, 복지시설 등 소외된 계층에도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디자인 나눔 성과 전시회에서 나타난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시중에서도 이어져 영세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