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은 해마다 수원으로 행차하시어 현륭원을 참배하고 사도세자에 대한 제향을 올리곤 했다. 그 제향에 반드시 필요한 제수가 바로 ‘조율이시’였다. 그래서 정조대왕은 수원에 대추, 밤, 배, 감을 최고의 품질로 재배하여 제향에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한 조건은 수원의 진산인 광교산의 기운을 받은 마을이어야 했다. 광교산 북쪽 끝자락 율전동은 밤을 재배하고, 광교산 줄기 이목동에서는 배를 재배했으며 광교산 입구 연무동 인근에서 감을 키웠다. 그리고 대추나무를 심어야 할 곳은 수원에서도 가장 광교산의 기운이 정화된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오늘날의 조원동인 ‘대추나무골’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1일 오후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와 최민경 경기도사회적경제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권운혁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과 수원시 조원동 대추동이 문화마을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경기연정 실천 방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남 지사와 이 부지사는 앞으로 매주 1회 ‘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마돈나돈가스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이날 현장방문의 주제는 ‘따복공동체’로, 남 지사는 사회적협동조합인 마돈나돈가스(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들터)와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을 둘러보고 성공적인 따복공동체 만들기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마치 ‘매우 좋다’는 의미의 포르투갈어 ‘따봉(tá bom)’을 떠올리게 하는 따복공동체는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의 줄임말로 민선6기 경기도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다.
먼저 마돈나돈가스를 방문한 남 지사는 이기우 부지사와 함께 돈가스 만들기를 체험했다. 남 지사는 빵가루 입히는 작업을, 이 부지사는 튀기는 작업을 맡았다.
마돈나돈가스는 2013년 수원 마을르네상스의 지원으로 문을 연 수익사업체다. 수익금 전체를 주민 공동체사업에 환원하고 있으며 조원동을 대표하는 대추로 맛을 낸 돈가스 소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수요자 중심의 도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이어 남 지사는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에서 ‘성공적인 따복공동체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며 “마돈나돈가스에서 돈가스를 손님들에게 서빙한 것처럼 경기도정도 도민들에게 서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요자 요구 파악을 공무 제1원칙으로 삼아 도민들이 정말로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도민을 위한 것이라면 여야 구분 없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 한현규 기자
이기우 부지사는 “도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여야 구분 없이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나가 되는 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 연장선에서 마을공동체를 추진해야 하며, 따뜻하고 훈훈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병곤 위원장이 마돈나돈가스와 대추동이 문화마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 김병곤 위원장은 “마돈나 사회적협동조합의 수익금으로 지역주민 다섯 분의 일자리 창출, 주민센터 쌀 지원, 지역아동센터 급식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한 뒤 “KT 야구장에 마돈나 2호점 입점을 신청하고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상태인데 입점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더 많은 소외계층을 돕고 사회적 경제 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또 “대추동이 문화마을이 수원을 넘어 경기도의 따복마을 우수 모델이 되었으며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대추동이 마을 주민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경제의 통합적 안내·지원 ▲조원시장 내 주차장 건립 ▲KT 야구장 내 입점 지원 등을 요청했다.
정순옥 부위원장이 따복공동체 사업 추진에서 미비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 정순옥 부위원장은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교육 탓에 아이템을 찾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주입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아이템과 해결책을 함께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도민이 찾아가서 요구하는 지원이 아닌 도가 찾아와서 서비스하는 맞춤형 지원체계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따복마을 지원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어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연속성이 깨져 어려움을 겪는다. 연속성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현 따복마을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거듭해서 지적했다.
이에 남 지사는 “한 자리에서 오래 일하며 성과를 내는 분에게 혜택이 가도록 이번에 인사체계를 바꿨다. 앞으로 맞춤형 지원과 함께 마을공동체 사업이 지속가능성과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영호 조원시장 상인회장은 “시장 주변 대부분이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이어서 손님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인근에 홈플러스가 생기면서 잃었던 손님을 오는 3월 KT 야구장이 생기면 그나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주차장이 없다면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며 주차장 설치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KT 야구장에 마돈나돈가스 판매부스를 설치하면 주민들의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입점 및 부스설치에 대한 도의 지원을 부탁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도정에는 원칙이 존재함을 밝히고 이를 명백히 했다. ⓒ 한현규 기자
그러자 남 지사는 “저희가 쓰는 돈은 모두 세금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측정해서 지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제도와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에 근거하지 않은 지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최선의 지원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남 수원시 사회적기업협의회 고문은 “사회적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판로 확장과 품질의 안정성”이라며 “수원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에 사회적 경제 코너를 만들어 그 안에서 수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김 고문은 실제 서수원 하나로마트의 경우 11개 사회적기업의 입점을 허가하고 수익금의 5%만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또 최근 문을 연 수원 롯데몰에도 곧 사회적기업 전용 부스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김 고문의 발언에 마돈나돈가스의 KT 야구장 입점을 위한 시혜적 지원과 제도권 내 융자 지원을 놓고 이뤄지던 논의가 KT 야구장 내 사회적기업 부스 마련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참석자들이 경기도의 몬드라곤이 되고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남 지사는 “도민의 세금으로 마돈나돈가스의 야구장 입점이나 부스 설치 비용을 지원해 드리기는 어렵지만, KT와 푸드코트에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섹션을 설치하는 방안은 검토해 볼 만하다”면서 “시설비는 도가 부담하고 사회적기업이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보자”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에 대한 도서지원 문제와 지역화폐 문제도 논의됐다. 도는 도서지원 방법을 강구하는 한편 지역화폐는 화폐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류인권 경기도 따복공동체추진지원단장은 “정조의 효심이 깃든 대추동이 문화마을이 우수한 따복공동체가 되어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견주는 그러한 공동체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경기도는 도민 및 시·군으로부터 현장방문 신청을 받아 ‘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의 다음 방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따복공동체란? |
핵가족 심화, 세대 간 단절 심화, 주민 간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마련됐다. 이웃 간 만남·소통·신뢰를 통해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회복과 사회적경제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통하고 이해하는 공동체,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 가치회복, 협동과 연대의 사회적경제 구현,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의 행복을 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