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탄생’을 의미하는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기 위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도내 31개 시장·군수 간담회가 열렸다. ⓒ 허필은 기자
‘스티브 잡스 이후로 세계의 시장은 변했다.’ 이 문장은, 또는 이 문장과 동일한 의미를 내포하는 문장은 새롭게 다가올 세상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일 것이다. 실제로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목을 매는 인문학적 소양, 감성적 접근, 감성 디자인 등은 스티브 잡스 이후 주류로 편입된 것들이다.
과거 제품의 마케팅에 있어서 기업은 제품의 효율성을 강조했고 실제로 제품 생산 또한 효율적인 측면을 부각했다. 이렇듯 효율성이 제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던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은 스티브 잡스 이후로 완전히 뒤집힌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의 완성에 있어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에 기업의 철학을 담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의 시도는 성공을 거두어 아이팟, 아이폰, 맥북 등 애플에서 출시한 제품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애플만의 철학이 담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한 기업의 철학적 가치를 구매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기업가라기보다 예술가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정도다.
경기도를 운영하는 방법을 나누는 자리 마련돼
스티브 잡스 이후로 많은 기업이 제품에 독자적인 철학을 담기 시작하면서 취업, 경영 등 기업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도 인문학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인문학과 다른 분야와의 통섭이 강조되는 이러한 흐름은 기업적 측면에서 시작돼 기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이는 공직사회 또한 예외는 아니다. 더 나은 공직사회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은 공직사회, 또 더 나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지난 21일 경기도청 신관4층 제1회의실에서는 31개 시장·군수가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와 각 시·군 지자체가 만나 새해 업무계획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박수영 경기도행정1부지사, 김희겸 행정2부지사,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참석했다. 더불어 경기도청 실국장 전체와 경기도 31개 시·군의 시장과 군수들이 자리했다.
경기도의 디오니소스적 르네상스가 도래할 때
‘경기도 르네상스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 허필은 기자
31개 시장·군수 간담회는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의 연초 강연으로 시작했다. ‘경기도 르네상스 만들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강 대표는 ‘재탄생’이라는 르네상스의 뜻을 강조하며 경기도의 재탄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알렸다.
특히 강 대표는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들며 아폴론적인 인간과 디오니소스적인 인간의 조화를 중요시했다. 이성과 예술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재탄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러한 사례를 개인, 조직, 행정으로 확대시켜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아폴론적인 가치보다는 디오니소스적인 가치를 더욱 강조했는데, 이는 디오니소스적인 에너지에서 창조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오니소스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를 니체는 인간 존재에서 발전한 또 다른 존재인 ‘위버멘쉬(Übermensch)’라고 표현한다. 강 대표는 삶을 창조하는 예술가인 위버멘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정치가와 행정가, 기업가 또한 예술가적 기질을 가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 대표에 의하면 근현대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의 가속도를 붙이면서 효율성을 중요시했지만, 어느 정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경영과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예술적 창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경영에서는 소비자, 도정에서는 도민들을 도취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도민들을 도취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 속 결핍을 고찰해야하는데 마케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민의 ‘니즈(Needs)’를 파악해야 한다. 경기도민의 아픔을 볼 때 비로소 그들을 도취시키는 도정이 가능해지고, 디오니소스적인 에너지로 인한 창조가 발현된다. 강 대표의 강의는 경기도에게 한 가지 물음을 던진다. “경기도는 결핍과 아픔을 볼 수 있는가?”
결핍과 아픔을 보는 경기도의 도정을 소개합니다
아픔과 결핍을 보는 경기도의 도정을 소개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 허필은 기자
남 지사는 도정 주요시책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해 강의가 던지는 물음에 답했다. 남 지사 또한 강 대표와 마찬가지로 “인문학적 감수성, 즉 디오니소스적 야성을 가져야 국민들의 아픔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해 도정의 철학에 힘을 주는 모습이었다. 이어 남 지사는 “정치의 목표는 ‘나’로 인해 경기도의, 대한민국의, 세계의 새로운 스탠더드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경기도지사로서의 철학을 설명했다.
또한 남 지사는 “시장·군수들도 지역의 새로운 스탠더드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며 “경기도가 ‘힐링’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도정의 원칙 세 가지, 도민이 원하는 도정, 객관적인 빅데이터 분석,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시했다. 남 지사가 제시한 원칙 세 가지는 도민의 요구와 실질적인 정책 실행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경기도의 의지를 공통적으로 나타낸다.
지자체의 수요에 대해 귀 기울인 결과를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남 지사는 예산 편성과 인사 문제의 일방적 결정, 광역화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장들 간 협조의 필요성 등을 꼽으며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보충했다. 마지막으로 남 지사는 “새로운 스탠더드를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에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무엇보다도 정책은 도민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핍과 아픔을 보는 경기도의 도정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디오니소스적 지자체 성공사례, 아폴론적 대화의 시간
안양시의 지자체 성공사례 발표가 진행 중이다. ⓒ 허필은 기자
남 지사의 도정 설명 이후에는 지자체 성공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안양시와 고양시의 사례가 지자체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안양시는 안전도우미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방범 CCTV와 스마트폰의 연계가 가능하게 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고양시는 고양이 캐릭터를 이용해 시민들과 즐거운 SNS 소통을 이루어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안양시와 고양시가 보여준 성공사례는 강 대표가 언급한 디오니소스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안양시와 고양시의 행정에 도취되었고, 이러한 도취는 실제로 안양시의 범죄발생률 감소, 고양시의 시민들과의 즐거운 소통으로 이어졌다. 디오니소스적 가치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시장·군수 간담회에 참석한 모두가 위버멘쉬가 될 때 경기도 르네상스가 만들어진다. ⓒ 허필은 기자
이에 반해 시장·군수와의 대화의 시간은 디오니소스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남 지사는 대화의 시간 순서에 각 지자체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는데 광명시의 국내 가구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 건의, 의왕시의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의 맹점 지적 등은 다분히 효율성을 강조하는 아폴론적인 가치를 반영한 것들이었다.
남 지사는 이러한 건의사항에 대해 “사업계획서를 받는 대로 진행하겠다”, “중앙정부에 건의해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시장·군수와의 대화의 시간을 마친 후 남 지사는 시장·군수들과 함께 오찬을 갖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기도를 예술로 새롭게 창조하는 위버멘쉬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또 강 대표가 강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도정 또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할 시기다. 아폴론적인 가치만을 고집한 태도에서 벗어나 디오니소스적인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때라는 말이다. 효율성이라는 고질적인 사슬을 풀고 경기도만의 철학을 담아내야 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과정과 같다. 경기도, 더불어 경기도 내 지자체는 경기도라는 소재를 예술로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다. 경기도라는 명작을 재탄생시키는 위버멘쉬, 그것이 바로 정치가, 행정가, 또 경기도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정신이다. 경기도는 물론 시장·군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예술가가 될 때 경기도는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