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조원동(棗園洞)은 과거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이장하며 지금의 조원동 지역에 대추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정조의 효심이 깃들어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부상조와 존중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수원 조원시장 내 대추동이 문화마을 방문해 돈가스 만들기 체험과 더불어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협동조합 현장을 둘러보고 도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간담회를 열었다.
수원 조원시장 내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마돈나돈가스’의 전경. ⓒ 김은지 기자
착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착한 음식점 ‘마돈나돈가스’
“마돈나돈가스가 어딘가요?”라고 물으면 누구든 망설이지 않고 길을 알려주는 그곳. 미국의 유명 여가수를 떠올리게 하는 마돈나돈가스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게 이름과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맛있는 냄새가 발길을 절로 이끈다.
‘사장님이 가수 마돈나를 좋아하시나?’하는 막연한 추측에서 ‘마돈나’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알고 나면 돈가스가 더욱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인 ‘마돈나돈가스’는 2013년 수원 마을르네상스의 지원으로 문을 연 수익사업체로 ‘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들터’의 앞 글자만을 딴 것이다. 또한 수익금 전체를 주민 공동체 사업에 환원하고 있으며,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원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남 지사가 조원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은지 기자
남 지사와 이 부지사가 열심히 돈가스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김은지 기자
남 지사와 이 부지사는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아 주문 들어온 돈가스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했다. 주방장의 지도 아래 돼지고기를 두들겨 부드럽게 만들고, 빵가루를 정성스레 입힌 뒤 좋은 기름에 튀겨내는 작업과 그릇에 먹기 좋게 담아 서빙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체험이 끝난 후 남 지사는 “직접 빵가루도 입혀보고 튀겨낸 돈가스를 주민 분들께 서빙하며 경기도정을 이처럼 ‘서빙’하는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던 마돈나돈가스 체험 후 남 지사와 이 부지사는 가게 근처에 위치한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으로 이동했다.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 김은지 기자
아이들의 ‘큰’ 꿈을 만드는 ‘작은’ 도서관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은 크기는 작지만, 전국의 전통시장 내 몇 안 되는 작은도서관 중 가장 활성화된 곳이다. 이날 역시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거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조원시장 새마을금고 건물 지하에 있는 대추동이 도서관은 과거 상인 교육장이었던 곳을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아이들이 책을 읽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 지난 2012년 6월 문 열었다.
시장 속의 도서관이라니 다소 의아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사는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엄마가 장을 보는 동안 아이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엄마를 기다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대추동이 문화마을 플래시몹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김은지 기자
이 작은도서관은 상인과 주민, 아이들을 아우르며 조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결코 작지 않은 행복이 넘치는 공간이다.
이날 작은도서관에서는 남 지사의 주재로 현장간담회를 열어 공동체사업 애로사항과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 앞서 상영된 짧은 영상에는 대추동이 문화마을을 소개하는 아이들의 플래시몹이 담겨있었는데, 상영이 끝난 뒤 남 지사는 “(아이들이) 아주 잘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실제로 보고 싶다”며 웃음과 박수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남 지사. ⓒ 김은지 기자
더 좋은 ‘따복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간담회
따복공동체는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의 줄임말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수원시 대추동이 문화마을을 비롯해 경기도 전역에 따복공동체의 훈훈한 열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남 지사는 “수요자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간담회의 목적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인사말을 전했고, 이 부지사도 “대한민국 전체가 경기도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도민들을 위한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데 뒷받침 하겠다”는 말로 간담회의 문을 열었다.
대추동이 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 김병곤 위원장은 “마돈나돈가스는 수원시 마을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하며 마을 환경개선사업, 돌봄사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마을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며 지난 5년간 마돈나 사회적공동체의 노력을 화두로 던졌다. 그러면서 “수원 KT야구장에 마돈나 2호점을 입점해 사회적·경제적 도약의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현재 마돈나돈가스는 KT야구장 입점을 위한 1차 서류심사를 통과했지만, 2차 심사를 앞두고 입점비 및 시설비, 인테리어비 등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덧붙여 “스페인 몬드라곤의 기적처럼, 마돈나돈가스가 KT 입점에 선정되어 경기도 사회적기업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길 바라며, 이 간담회가 작은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동남 수원시 사회적기업협의회 고문은 “KT야구장 입점과 더불어 사회적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판로 확장과 품질의 안정성”이라며 “대형 유통업체에 사회적 경제 코너를 만들어 그 안에서 수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남 지사와 이 부지사가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김은지 기자
남 지사는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자금지원을 하도록 현장에서 조치하는 한편, “금전적인 문제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실적인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덧붙여 “KT와 푸드코트에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섹션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며 “시설비는 도가 부담하고 사회적기업이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고 말했고, 간담회에 참석했던 마을 관계자들은 감격에 찬 박수로 감사함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에 대한 도서지원과 지역화폐 문제도 논의됐다. 경기도는 교육국을 통해 도서지원 방법을 강구하고 지역화폐는 화폐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상인들이 준비한 깜짝 돈가스 선물에 기뻐하며 감사함을 전하는 남 지사와 이 부지사. ⓒ 김은지 기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를 마친 뒤, 마을의 상인들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도움을 주려는 남 지사와 이 부지사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의 표시로 마돈나돈가스 등을 포장해 전달했다.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에 남 지사와 이 부지사는 함박웃음과 함께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전했고 전통시장 특유의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수원 KT야구장의 전경. 야구장 바로 앞에 수원 조원시장 대추동이 문화마을이 위치해 있다. ⓒ 김은지 기자
수원 KT야구장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조원시장이 나온다. 올 3월 프로야구가 본격 개막하면 수원시민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더불어 가까이 위치한 조원시장의 상권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단, 그만큼 현실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다.
지속적인 회의를 통한 대책 마련과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장 상인과 주민들 그리고 시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대추동이 문화마을’에서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KT야구장에 경쟁력을 갖춘 사회적기업의 입점으로 외식 대기업과 경쟁하며 자리 잡을 수 있는 모범사례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