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은 금요일이다. 길고 길었던 한 주를 마무리하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그 누구에게나 행복한 요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직장인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경기도민들에게도 금요일은 기다려지는 요일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도지사 좀 만납시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민이 금요일을 기다리는 이유다.
지난 23일 금요일,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청 언제나민원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직접 민원인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민원을 처리하는 ‘도지사 좀 만납시다’가 진행됐다.
생계를 위해 1톤 화물트럭으로 용달운송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김모 씨는 “고양시에서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기존 영업용 번호판을 사려면 1800~2000만원 가량의 금액을 지불해야하는데 서민입장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없다”고 고충을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부서인 철도물류정책과에서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신규 허가를 완화해 달라는 민원인의 부탁은 기존 화물차가 공급과잉인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며 택배는 가능하니 지금 민원인의 상황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주기로 약속했다.
다음 민원은 사립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느티나무도서관 관계자는 “2008년과 2009년에는 도에서 자료구입비를 지원해줘 운영에 어려움이 없었으나 이후부터는 지원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현재 느티나무도서관은 후원금과 재단 사업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 지원해야 하는 근거도 명확히 있고 또 이전에 도에서 지원한 바 있으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립도서관에 대한 예산을 다시 세워달라는 요청과 함께 도서관 연장을 할 수 있게 연장 관련 예산도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남 지사가 민원 해결을 위해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양연주 기자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시책으로 올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가평군에서 온 김모 씨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햄버거와 피자를 만들어 제공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데 도시계획도로 확장에 따라 점포 건물이 도로시설사업에 편입되면서 그런 봉사자들을 교육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베이스캠프와 같은 장소가 사라지게 됐다.
김 씨는 “가평군으로부터 받은 손실보상금으로는 봉사를 이어나갈 장소를 마련하기 힘들다. 봉사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공공의 목적을 위한 대안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관련부서인 도시주택과에서는 “영업보상 외에는 법률적으로 국가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또 지금까지도 그런 전례가 없었기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하며 공공기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일이라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남 지사는 당장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인 측에 “민원인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마련해오면 도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사유재산권 제한에 따른 보상 관련 민원도 있었다. 용인시 이동면 천리 도로 편입 때문에 15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남모 씨는 조속한 보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부탁했다. 또 이처럼 국가에서 함부로 선을 그어놓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남 지사에게 당부했다.
남 지사는 자신의 권한은 아니지만 그러한 권한을 가진 분들에게 잘 전달해 앞으로 국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돼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용인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 씨는 “경기도에서 하는 공동주택 품질검수 및 사후검증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져 전시행정으로 보인다”며 “입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런 현장을 많이 발굴해서 직접 방문하길 원한다며 굿모닝자문단에 있는 전문가를 건축파트와 소방파트로 나눠 현장에 파견하겠다고 답했다.
또 버스정류장 신설, 따복마을 연계 등의 추가 민원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답변했다.
안산시에서 온 황모 씨는 아파트 관리 비리와 관련해 공공주택조사단의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남 지사는 입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향상될 수 있도록 2월말 전에 경기도 비리조사단을 파견키로 결정지으면서 민원은 해결됐다.
또 다른 이들은 80% 가량 진행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로부터 10년 이상 방치된 안산타워에 대해 원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에 의한 도의 조치를 문의했다.
마지막 여덟 번째 민원인은 “1994년 3월부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서 주유소를 10년간 운영하다 그곳이 도로로 수용되면서 대체 부지를 매입해 주유소를 하기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으나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이유로 2차례 불허가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농업진흥구역에 이미 유사시설이 허가된 사례도 있는데 왜 자신은 허가가 나질 않느냐며 도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현행법상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왜 불허가 판정이 났는지와 인근 주유소는 왜 허가가 났는지에 대해 민원인이 납득하게 설명하라고 지시하며 이날 도지사 좀 만납시다는 끝이 났다.
과거 민원상담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불신으로 담당 공무원이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해도 민원인이 귀 기울여 듣지 않아 민원해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민원상담에서는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소통이 이루어져 더 원활하고 신속하게 민원이 해결될 수 있었다.
“이곳에 가면 담당 관할이 아니라며 저리로 가라하고 저리로 가면 또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곳을 안내해 왔다갔다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 또한 복잡하고 까다롭다.”
도지사를 찾아온 민원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참다 참다 마지막 한줄기 희망으로 도지사를 찾아오면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작게 보면 한 사람, 한 가정이지만 크게 보면 이 모두가 우리 도민이고 더 나아가 국민 전체 이다. 정책을 세우고 도정을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도민 개개인의 민원을 잘 보살피고 그들의 아픔을 헤아려 도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소통에 참여하는 자세는 두 번 강조할 필요 없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