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비전선포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경기북부지역은 흔히 통일의 전진기지이자 미래 성장 동력의 거점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기반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은 이제 주장이 아닌 공공연한 경기도의 과제로 남아있다. 경기북부지역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은 그 중요성에 비해 미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측면에서 경기북부지역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교통체증은 만성적인 문제로 굳어진지 오래다. 통계적으로도 경기북부지역의 도로 상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좋지 않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북부지역에 도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동두천시의 경우, 주한미군 이전계획 등으로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450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경기도는 동두천시 상패동에 위치한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 구간을 경기북부 5대 도로 사업에 포함해 도비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토지보상비 100억원을 지원하는 등 북부 5대 도로 사업에 총 530억원을 편성해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을 촉진하자는 입장이다.
남 지사의 깜짝 등장, 두 번째 ‘NEXT경기 현장방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현장방문 전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경기도의 관심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지난 29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주부터 시작한 ‘NEXT경기 현장방문’의 두 번째 지역으로 동두천을 선택했다. 재정 상황의 악화로 공사가 중단된 상패동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 구간을 방문해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비전을 선포하는 시간을 가진 것. 아울러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 시간까지 보내 남 지사의 이번 방문은 경기북부지역 발전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현장방문에는 남 지사를 비롯해 정성호 국회의원,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안충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이 함께 했다. 또한 오세창 동두천시장을 포함해 5대 도로 관할 시장·군수가 자리했으며 경기북부지역 현장과의 소통을 위해 동두천시, 연천군 주민대표 10여 명이 참석했다. 남 지사는 동두천 상패와 연천 청산을 이을 예정인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주민의 고충을 듣는 등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단절의 상징을 연결의 희망으로 바꾸는 시간
지도를 가리키며 질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 허필은 기자
남 지사는 본격적인 현장방문 전 동두천 상패와 연천 청산 간의 연결에 대한 건의사항을 언급하며 “연결이 되지 않아 이제는 단절을 상징적으로 말하는 용어로까지 굳어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도로의 완성이 미래를, 특히 통일을 내다보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경기북부 5대 도로 사업이 단순히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것만은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남 지사는 경기북부를 ‘통일을 위한 혈관’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종일관 경기북부지역의 중요성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감사의 뜻을 전달했으며, 안 청장은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 굉장히 중요한 도로이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해 남 지사와 뜻을 같이 했다. 또 오 시장은 “여태까지 경기도에서는 경기북부지역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남 지사 이후 많은 지원과 관심 속에서 활발히 발전하고 있다”고 전한 후 “도로 개통은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어 남 지사는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황 보고를 청취했다. 물류이동 중심노선인 국가지원지방도 39호선과 지방도 371호선, 동서축 교통량 분산 노선인 국가지원지방도 98호선 및 지방도 364호선 등과 함께 5대 도로 사업에 포함된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은 동두천 상패와 연천 청산을 잇도록 예정되어 있다. 1999년에 공사에 착수해 지난해 의정부 장암에서 동두천 상패까지 27km에 달하는 도로는 완공했지만 상패까지의 9.9km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황을 청취한 남 지사는 직접 지도를 가리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현황 청취 후에는 북부 5대핵심도로 조기 개통을 위한 관계기관 비전선포식이 진행됐다.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을 위해 경기도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5대 도로 관할 시·군은 북부 5대 도로 사업을 2022년까지 완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지역주민 대표의 건의사항에 귀를 기울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 허필은 기자
이 날 마지막 일정은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였다. 남 지사는 동두천시와 연천군 지역주민 대표들의 경기북부지역 주민으로서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다.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과 관련해서는 우선 보상비 문제가 제기됐다. 이 외에도 도로 건설로 인해 마을이 4등분된 사정도 이야기됐는데 그 방안으로 설계변경에 대한 건의가 이루어졌다. 안 청장은 “설계변경을 하면 오히려 보상비 자체가 낮아져 효율적일수도 있으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사업비가 올라가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지역주민들의 합의가 완료된다면 설계변경을 하겠다”고 답했다.
교통량 증가로 인한 소음공해도 문제로 지적됐다. 주민대표는 “주거 지역만이라도 소음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동두천 IC를 조속히 개통해달라는 의견도 건의사항 중 하나였는데 두 문제에 대해서는 각각 소음재측정을 통한 방음벽 설치 검토, 청산 쪽으로의 도로 연장 이후 IC 개통으로 결론지어졌다.
남 지사는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과 관련된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경기북부지역 주민으로서 겪는 어려움까지 고려했다. 간담회에서는 도시가스 문제, 탄약고 문제 등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남 지사는 “실제 현장 방문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해 향후 경기북부지역을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으로 간담회를 마쳤다.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호로바쿠이(Horror Vacui), 남 지사의 처방전
호로바쿠이의 원인인 경기북부지역의 공백은 이제 연결의 도로로 완치될 것이다. ⓒ 허필은 기자
여태까지 경기도는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호로바쿠이(Horror Vacui), 즉 공백공포를 겪고 있었다. 빈 공간, 공백으로 남아 있는 경기북부지역, 또 북한이라는 공백의 땅으로 이어지기도, 단절되기도 한 경기북부지역은 결핍의 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결핍에 대한 공포, 빈 공간에 대한 공포인 호로바쿠이는 경기도가 앓고 있는 고질병일지도 모른다.
경기도의 아픔이 서린 경기북부지역은 여태까지 호로바쿠이의 원인이었지만, 남 지사의 두 번째 ‘NEXT경기 현장방문’을 통해 호로바쿠이는 치료될 것이다. 경기북부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될 국도대체우회도로 3호선은 남 지사의 표현대로 경기도의 ‘혈관’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은 비단 경기북부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경기도 전체, 나아가 통일을 선도해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호로바쿠이라는 고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남 지사는 이 날 일종의 처방전을 준 셈이다. 호로바쿠이는 이제 경기도에서 완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