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공식 방문 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8일 오후 동일본 대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를 방문해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다. ⓒ 경기도청
일본을 공식 방문 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정치 현안을 다뤄야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본 정·재계 인사들에게 전했다.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8~10일 2박3일간 방일 중인 남 지사는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기에 앞서 8일 동일본 대지진 재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를 찾았다.
남 지사는 히요리야마 공원에서 사사노 다케시 이시노마키시 부시장으로부터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 듣고 위령탑을 찾아 헌화했다. 이시노마키시는 2011년 3월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37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주택 2400여 가구가 부서졌다.
위령탑 헌화에 이어 남 지사는 이시노마키시 오하시단지 가설주택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오하시단지에는 410여 가구, 1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날 일본 외무성,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직원 등 50여 명과 간담회를 한 남 지사는 “과거의 피해, 현재의 노력, 미래의 희망을 보는 것 같다. 경기도민이 작은 힘이나마 돕겠다”며 조속한 복구를 기원했다.
이시노마키시 오하시단지 가설주택을 방문한 남경필 지사가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 경기도청
남 지사는 방문 이틀째인 9일 도쿄로 이동해 정·재계 주요 인사를 만나 상호 관심사항,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지도자 역할과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오쓰카 다쿠(大塚拓) 일본 자민당 의원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활성화 특명담당대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榊原定征) 일본 경제인단체 연합회장 등이 이날 남 지사가 만난 인사들이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남 지사는 전날 이시노마키시 이재민을 위로한 것을 언급하며 “생명존중, 인권은 인류보편의 가치다. 이런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접근한다면 한일 양국 관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 지사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올해는 종전·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이고 특히 올 상반기가 한일관계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각 분야에서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일본 정치인의 협력을 당부했다.
남 지사는 먼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오쓰카 다쿠 자민당 의원을 만났다. 2016년 창건 1300주년을 맞는 고마(高麗) 신사와 관련, 활발한 교류를 희망한다는 오쓰카 의원의 제안에 경기관광공사와 협의해 관련 자매도시와 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마 신사는 고구려에서 온 이주민을 시조로 모시는 신사다.
9일 일본 정부합동청사에서 남경필 지사가 이시바 시게루 특명담당대신과 면담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청
오후 일정으로 이시바 시게루 지방활성화 특명담당대신을 만난 남 지사는 양국의 지역활성화 정책에 대해 인식을 함께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경제인단체 연합회장과 한 면담에서는 경기도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남 지사는 경기도 투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관심을 요청하면서 경기도의 제2판교 조성 사업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면담할 때는 역사인식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남 지사는 지난 1월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오카다 의원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 한일 양국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남 지사는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될 예정인 아베 총리의 담화에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담겨질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9일 일본 민주당 본부에서 남 지사가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청
이 밖에 이날 남 지사는 정·재계 인사와 별도로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 이나 히사요시 닛케이신문 전 논설위원,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 등 국제관계 전문가와 간담회를 했다. 남 지사는 간담회에서 한·일 간 새로운 미래협력 방안과 동아시아 안보 상황, 한일 양국의 다방면에 걸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북핵문제 해결뿐 아니라 통일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방문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도내 투자 모기업 관계자 간담회, 일본 신재생에너지 정책 관련 전문가 면담 및 관련시설 방문 등이 예정돼 있다.
남 지사의 일본 방문은 지난 12월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다.
일본 외무성은 매년 각국의 유력 지도자를 초빙해 양국 간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중장기적 우호관계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9년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2009년 원희룡 제주지사가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방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