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수많은 관심 속에 개최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연설회. ⓒ 조혜지 기자
2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경기도 첫 방문과 함께 연설이 있었다.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연설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강득구 도의회 의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도의원, 지역 오피니언 리더 등 40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 연방 총리를 역임했다. 독일의 실업률 감소와 독일 경제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로 독일 연정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통일된 독일은 대한민국의 좋은 모델로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번 방문은 지난 해 독일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에 큰 관심을 가져 왔으며, 22일 오전 11시부터 약 40분간 대한민국의 통일과 경기도 연정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반도의 통일과 경기도 연정에 대해 조언하는 슈뢰더 전 총리. ⓒ 경기G뉴스 제공
이날 연설은 방청객을 위한 동시통역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됐다. 슈뢰더 전 총리는 “소수의 의견과 차이를 없애가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 합의해 법안을 마련한다면 올바른 연정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독일 통일 및 연정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게 단순한 조언이 아닌 경험을 나누고자 했다.
독일에서는 제1민주주의가 나치 때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런 실패에서 독일은 협력의 중요성을 경험했고, 때론 고통스러운 결과를 동반할 수 있으나 결코 협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슈뢰더는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만 인간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람이 중심이 된 연정 이론을 전파했다. 현재 경기도는 야당에서 부지사를 선출하는 등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연정을 실천하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연정을 앞서 경험한 슈뢰더 전 총리의 연설은 더욱 뜻 깊었다.
이어서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의 통일은 이념적 갈등 등 머릿속의 장벽을 없애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며 독일의 통일 과정 극복에 대해서도 말했다. 통일 이전의 동독과 서독은 가치관과 의식구조가 너무도 달라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한다. 슈뢰더는 머릿속의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역사청산이다. 사람들은 자기 역사와 직면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거 청산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젊은 세대의 역할을 언급했다. 미래를 책임지는 젊은 세대가 그 잘못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면 밝은 미래가 없다는 것. 전쟁을 직접 일으킨 장본인이 아니더라도 과거에 대해 책임을 함께 느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통일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한 왕도의 법칙은 없다. 비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돈이 사람보다 먼저 앞에 올 수 없다”며 사람 중심의 통일 방향을 제안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경기도의 연정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사와 부지사를 사실상 직선제로 선출했지만, 연정을 통해 경기도는 타협과 상생의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경기도가 연정의 첫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도의회 로비에서 스탠딩 인터뷰를 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슈뢰더 전 독일 총리. ⓒ 조혜지 기자
연설을 마친 후 남 지사와 슈뢰더 전 총리는 의회 로비에서 스탠딩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에서도 슈뢰더 전 총리는 남 지사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고, 앞으로 계속될 한반도의 통일 과정과 경기도의 연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이번 연설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이 존재하는 정치와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1960~1970년대 수많은 한국의 간호사나 광부들이 파독돼 일했다. 한국인의 활약은 독일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됐고 현재도 독일은 유럽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로 손꼽힌다.
한국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독일에는 ‘라인강의 기적’이 있다. 이렇게 독일과 한국은 서로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교류를 통해 두 나라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 배우고 도와간다면 더욱 발전된 모습을 갖출 것이다.
꼭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젊은 세대들이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삶의 질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국의 발전, 안정적인 한반도의 통일까지 이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