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의회 1층 로비에서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지난 2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이하 슈뢰더 전 총리)의 연설이 진행됐다. 이번 연설은 지난해 10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독일을 방문해 슈뢰더 전 총리에게 독일의 통일경험과 연정에 대해 고견을 나눠줄 것을 부탁하면서 성사됐다.
슈뢰더 전 총리는 경기도의회 1층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한 후 도의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는 “한국과 독일의 인연은 아주 오래되었다”고 말문을 연 뒤 “한국은 과거 가난한 농업국에서 몇십년 만에 명실상부 산업대국으로 발전했다. 사회의 발전과 함께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점에서 독일과의 긴밀한 관련이 있다”며 라인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을 통해 한국과 독일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경기도의 훌륭한 인프라, 우수한 인력에 대한 칭찬과 독일 바이에른 연방국과 경기도가 맺은 파트너십에 대한 기쁨을 표한 슈뢰더 전 총리는 이어서 통일에 대한 조언을 바탕으로 연설을 이어 나갔다.
“독일과 한국은 모두 분단의 아픔을 겪은 나라다. 독일은 다행스럽게도 이를 극복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독일의 분단 이유는 나치의 폭정 때문이지만 한국은 전쟁에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반대로 고통을 겪었다”며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은 통일이 불가능하다 생각한 순간에 통일이 찾아왔다. 통일의 과정은 위험이 크다”며 진솔하게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경제와 화폐의 사회통합, 동독의 국영기업 민영화, 동독의 낙후된 인프라 재건을 3가지 중요한 결정으로 꼽으며 이와 더불어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그는 “성공적인 통일은 비용, 고통스러운 구조 개혁이 따른다”며 통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은 비용이 아닌 사람이다. 사람들이 만나는 것, 흩어진 가족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정책에서도 이것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며 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가 실천하고 있는 연정에 대해서는 “연정은 두개의 뿌리가 자라 하나의 성공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정당간의 경쟁은 있겠지만 국민의 신뢰, 국가의 중대사에서는 국가, 국민이 우위에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협력이란 상호 존중과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함을 전달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연설을 마무리 하며 “통일은 어쩌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먼 환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어려움을 이겨내 온 역사에 비추어 언젠가 한국이 통일될 것을 확신한다. 경기도에 대한 투자는 통일된 한국에 대한 투자일 것”이라며 한국의 통일과 경기도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는 한편 “독일이 넘어야 할 것은 베를린 장벽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있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끝까지 소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설을 마친 슈뢰더 전 총리는 도의회 1층 로비에서 스탠딩 인터뷰를 진행한 후 봉녕사로 자리를 옮겨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일정을 마무리 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슈뢰더 전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40분간 진행된 슈뢰더 전 총리의 연설에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에 대한 소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말은 통일의 주체가 될 10대와 20대에게 사람이 중요하다는 울림을 전달해 주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감당해야할 경제적, 사회적 몫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만을 가져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이다.
젊은 세대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 통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슈뢰더 전 총리의 말처럼 성공적인 통일에는 비용,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비용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원래 하나의 뿌리였던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이 만나는 것, 흩어진 남한의 가족들과 북한의 가족들이 만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