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기자는 경기도 의정부시 범골로에 위치한 의정부 가족사랑이음센터를 찾았다.
가족사랑이음센터(이하 ‘센터’)는 기존 사회보호조치 속에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내몰린 경증치매환자를 위해 3월 26일 의정부를 시작으로 경기도에 총 3곳에 개소되었다.
센터는 경증 치매환자에게 인지 개선, 건강관리, 사회활동 등 다양한 주간보호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가족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환자가 중증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의정부 가족사랑이음센터 입구 ⓒ 왕혜림 기자
아침부터 의정부 가족사랑이음센터 안에는 어르신들의 대화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바로 오전에 시작하는 이음프로그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모두 삼삼오오 둥글게 모여앉아 건강관리 간호사와 작업치료사와 함께 오후에 있을 프로그램에 대해 미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 시간이 끝나고 나면 오후 프로그램으로 센터 주변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집 주변에 흔하게 위치해 있지만 말만 들었을 뿐 아직 가보지 못해 기대가 컸는지, 어르신들의 얼굴엔 웃음이 한 가득이었다.
햄버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어르신들 ⓒ 왕혜림 기자
건강관리 간호사와 작업치료사는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하는 방법과 진동벨 이용법, 분리수거 방법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어르신들에게 설명했다. 또한 주문 시 많은 메뉴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예방하고자 사전에 미리 여러 개의 햄버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후에 먹을 메뉴를 선정하였다.
그 중 불고기버거는 강정버거나 치킨버거, 새우버거 등 여러 종류 중에서도 어르신들의 가장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불고기버거 사진이 나오자 한 할아버지는 “저게 제일 맛있겠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옆에 있던 어르신들 역시 입을 모아 “맞다”며 동의했다. 여러 메뉴로 갈등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는 즐거운 기분이 역력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치매로 인해 지역사회와 단절되어 일상을 포기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센터는 매주 간단한 건강 체크와 오프닝프로그램 진행 이후 이런 식으로 외부에 나가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와 관련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기자가 방문한 날은 식당 이용을 통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음식을 주문하는 법과 거기에 대한 금액을 맞게 지불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센터를 꾸준히 방문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김영우(82) 할아버지 ⓒ 왕혜림 기자
이 이외에도 센터에서는 미세운동영역이나 신체활동, 인지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뇌를 자극하고 원예, 레크리에이션, 클레이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감성적인 힐링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 역시 시행하고 있다.
꾸준히 센터를 찾고 있다는 김영우(82) 할아버지는 “센터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왔다갔다 움직이니 재활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기분전환도 되고 프로그램 효과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센터 측에서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 간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된 중증 치매환자와 달리 경증 치매환자는 보호자가 환자의 행동이 질병으로 인한 행동이라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센터 이용 이후 집에선 불필요한 마찰도 줄어들고 환자가 센터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 환자와 가족 간의 관계도 향상되고 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지역사회에는 경증치매로 이러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대상자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센터는 “한 기관에 수용자가 한 회기당 20명을 넘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을 내칠 수 없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센터 측은 “앞으로 이 사업을 기획한 경기도가 어떻게 이에 대응할 것이냐에 대해 공공기관의 숙제로 함께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김포, 양평, 의정부 총 3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족사랑이음센터를 2016년에 8개소, 2017년에 15개소, 2018년 이후 45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