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청에서 경기도 메르스 대응 평가 및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메르스, 현장 100인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지난 70여일 간 메르스와 함께 현장에서 근무했던 전문가, 외래거점병원 의료진, 보건소 관계자, 자가격리자 등 100인이 함께했다. 또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민관합동 의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등이 참석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메르스 대응평가 100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남 지사는 토론회에 앞서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우리 정부는 실질적인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그간의 잘못과 부족함을 민낯 그대로 드러내고, 그 가운데서 우리가 잘했던 것을 다시 평가해 항상 우리를 노리고 있는 미래 위험, 미래 바이러스에 대해서 시스템으로 준비해야한다”고 전했다.
토론회는 1부, 2부로 나뉘어져 진행됐으며 경기도 메르스 대응 추진경과, 메르스 대응상황 평가, 경기도 감염병 종합대응체계 구축방안, 도 종합대응체계 보완 및 발전 방향, 메르스 현장 영웅들의 이야기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이기우 부지사는 “메르스 종식을 앞두고 관계자 분들을 모시고 100인 토론회를 하게 돼서 뜻 깊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감염병 보다도 빠르게 번진 공포심이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경기도 메르스 대응 추진경과를 보고했다.
이 부지사는 5월 20일 메르스 환자 발생, 21일 메르스 환자 발생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방역대책본부 설치, 29일 메르스 확산에 따라 방역대책본부를 사회통합부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경기도 메르스 종합대책본부로 확대, 6월 3일 메르스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한 메르스 상담전화 운영, 6월 9일 경기도 메르스 치료 민관 네트워크 출범식, 컨트롤타워로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의료위원회 구성, 17일 메르스 장기화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와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 메르스 심리지원 프로그램 운영, 30일 외래거점병원 간담회를 개최해 선별진료 체계에 대한 의료기관 간의 공유체계 구축 등 메르스 발생부터 종식에 이르기까지 추진경과를 일자별로 자세하게 보고했다.
시민, 관계자, 취재진 등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경기도 메르스 대응 추진경과 보고 후에는 ‘경기도 메르스 대응 상황평가’와 ‘경기도 감염병 종합 대응체계 구축계획’에 대한 주제 발표가 있었다.
임승관 아주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경기도 메르스 일지를 시작으로 경기도감염병관리본부 메르스 방역체계, WHO 메르스 유행 곡선, 슈퍼 전파 조건, 메르스 유행의 원리, 방역중심 의료기관 네트워크 등을 언급하며 “민관네트워크를 신속하게 가동한 것이 경기도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임 교수는 “슈퍼 전파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슈퍼 전파의 조건만 존재한다. 바이러스는 변함이 없는데 사람과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감염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 가봐야 바이러스와 얼마나 밀접한 환경인지 파악이 가능하다”며 현장감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최보율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종합대응체계 보완 및 발전 방향에 대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 토론에는 이왕준 서남대의대 명지병원 이사장, 최원석 고려대학교안산병원 교수, 탁상우 미국방부 역학조사관, 이지혜 조선일보 기자가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남 지사는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제일 후회하고 반성하는 시기가 첫 환자가 발생하고 1주일 정도다. 그때 중앙정부의 일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가장 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고 반성하는 일이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저희 지방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역량을 갖춰야겠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왕준 이사장은 “경기도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감염병 관리본부가 있었고 민관 협동체계를 즉각적으로 구축했으며 공공병원이 희생을 하면서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관 협동체계, 민관의 의료전달 체계 구축을 감염병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난, 방사능, 화학, 생화학 등 감염병뿐만 아니라 더 포괄적인 공중보건의 위기상황 대응으로 쌓아놓는다면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상이나 트라우마 이후에 자기 회복성을 말하는 레질리언스 프로그램을 경기도에서 선도적으로 준비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원미정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 김민형 기자
패널 토론에 이어 남 지사의 진행으로 메르스 현장경험자 100인의 토론이 시작됐다. 수원병원 안주희 내과과장은 “처음엔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두려웠다. 그러나 경험해보니 길은 분명히 있었다. 이제 훈련은 끝났다. 많은 시행착오와 희생을 통해 이뤄냈다. 감시체계가 명확하게 만들어져서 환자 스스로 찾아오고 제보할 수 있도록, 자가신고를 이끌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자원봉사자는 “메르스가 준 교훈은 파급효과가 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와의 싸움과 시민 공포와의 싸움이었다. 시민들의 공포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중요한데 핵심이 빠진 것 같다. 시민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고 또 하나는 자가격리, 즉 왕따다. 메르스에 감염되면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공포를 어떻게 치유해 줄 것이냐에 대해 상시적으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161번 환자 보호자인 장옥배 씨는 “어머니는 이름도 없는 161번 환자였다. 지금은 완치가 됐지만 그 이후에 후유증이 너무 크다.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머니 역시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메르스가 완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어 하신다. 후유증에 대해서는 정부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희 어머니처럼 후유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후유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많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미처 전하지 못한 의견과 건의사항은 별도 마련된 종이에 써서 받기로 했으며 추후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을 약속했다.
메르스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민형 기자
남 지사는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여러분의 생생한 목소리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 귀하게 쓰일 것이다. 오늘 하신 말씀 허투루 듣지 않겠다. 앞으로 계속해서 똑같은 열정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함께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끝인사를 전했다.
경기도는 토론회에서 나온 건의사항 등을 종합해 다음 달 초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감염병 관리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