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간’ 광명동굴 관람 코스 중 하나로, 그 화려함 덕분에 인기가 높다. ⓒ 최현민 기자
“이곳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로, 연중 실내기온 12도 내외를 유지하여 전천후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동굴 내에서 와인을 맛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는 이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광명동굴’이다.
강원도 영월이나 충북 단양처럼 석회암 지대도 아닌 경기도 광명시에 어떻게 동굴 관광지가 있는 것일까. 우선 광명동굴은 ‘석회동굴’이 아니다. 1912년 개발되어 1972년 폐광되기 전까지 금, 은, 동, 아연 등 다양한 광물이 채굴되던 광산이었는데, 그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7.8km의 갱도를 따라 동굴 관광지가 탄생한 것이다. 폐광 후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어 광명시민들 조차 잘 모르던 공간이었으나, 지난 2011년 동굴 시민 개방이 시작되면서 차츰 그 존재가 알려졌다.
기자는 비가 내리던 지난 7일, 광명동굴을 찾았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들을 반기는 첫 코스는 ‘바람길’. 요즘과 같은 가을에는 동굴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그리 크지 않아 바람이 잘 불지 않지만, 온도차가 극명한 여름이나 겨울엔 이 ‘바람길’을 통해 바람이 나가고 또 들어온다고 한다.
‘바람길’ 광명동굴 관람 코스 중 맨 처음 등장한다. 뻥 뚫린 바람길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가슴마저 뻥 뚫릴 것 같다. ⓒ 최현민 기자
바람길을 통과하고 빛의 공간마저 지나면 갑자기 물고기 한 마리가 등장한다. 과거 ‘황금동굴’이었던 역사가 있는 곳답게, 관상어도 금빛을 띤다. 황금색 비늘이 아름다워 ‘금룡’으로도 불린다는 이 관상어는 부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다. 화려한 모습에 최고 1억 원까지 하는 비싼 몸이다. 이승아 문화관광해설사는 “부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이 금룡 덕분에 광명동굴이 그런 큰 상(NEXT경기 창조오디션 대상)에 100억이라는 거액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갖고 싶어요? 갖고 싶으면 1억’ 광명동굴 내에 살고 있는 금룡. 정수 등의 별도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온만 맞춘 동굴 지하수 속에서 살고 있다. ⓒ 최현민 기자
동굴 내 계단을 이용하여 더 아래로 내려가면, ‘황금궁전’이 등장한다. 석상이 되어 황금궁전을 지키고 있다는 ‘동굴요정 아이샤’는 돌을 두드리면 황금으로 변한다는 신비로운 망치를 한 손에, 다른 한 손에는 황금석을 들고 우리를 기다린다. 아이샤가 품고 있는 황금석을 끌어안고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풍요를 기원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동굴요정 아이샤’ 황금색의 망치와 돌을 손에 쥐고 황금궁전을 지키는 아이샤. 번쩍이는 황금이 참 탐스럽다. ⓒ 최현민 기자
동굴 관람이 끝나갈 무렵, 광명동굴에만 있는 ‘와인동굴’이 관람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아마 동굴에서 와인을 본 경험이 없어서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사실 동굴은 연중 일정하게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저장 환경의 온·습도에 민감한 와인의 저장고로 제격이다. 올해 오픈한 와인동굴에서는 국·내외 와인을 전시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을 상대로 와인 시음행사도 펼치고 있다. ‘와인셀러’를 분양 받으면, 동굴 내부 와인 레스토랑에서 낭만적으로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어떤 맛일까’ 단체취재 중인 경기도 청소년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와인 시음을 위해 시음대 앞에 줄을 서 있다. ‘무알콜 와인’도 준비되어 어린이나 청소년도 즐길 수 있다. ⓒ 최현민 기자
이렇게 와인동굴 관람까지 마치면 사실상 광명동굴 관람은 끝이 난다. 하지만 동굴 관람이 끝났다고 오늘의 나들이가 전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광명동굴 근처에 위치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는 ‘업사이클’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와 디자인 교육 및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기존의 재활용에서 한 단계 진화해 폐자원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작품 혹은 상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센터 1층에는 업사이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다시 태어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한편 센터 2층에는 동굴카페가 위치해있어, 관람객들이 간단한 음식과 다과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정문. ⓒ 최현민 기자
센터 내에 전시된 업사이클 작품.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 최현민 기자
광명동굴 및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주차장까지 가는 약 1.7km의 차로가 왕복 2차로다. 따라서, 주말에는 많은 관람객이 찾아 혼잡하기 때문에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지하철 7호선 철산역 또는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내려 시내버스 17번을 이용하여 ‘광명동굴’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광명동굴 관람료는 성인 4,000원, 군인 3,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으로, 광명시민에게는 최대 40%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에도 할인 혜택이 적용되며, 만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도 관람료를 할인해준다. 광명동굴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두 곳 모두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 당일은 휴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이제 더 이상 집에서 창밖만 바라보며 우울해 하지 말자. 우리 가까운 곳에 전천후 관광지, 광명동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