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물질> 전시장 입구에 전시에 대한 개괄적 소개가 돼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1970년대 일본 미술계에서는 ‘판’이라는 미디어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도가 이뤄졌다. 그러나 교류가 잦지 않았던 탓에 지금의 우리에겐 일본의 현대 판화라는 장르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 1970년대의 일본 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렸다.
안산시 소재 경기도미술관이 지난 2일부터 오는 4월 3일까지 <영상과 물질>이라는 주제로 이색적인 1970년대 일본 판화 작품 전시회를 개최해 도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시장엔 일본 현대 판화 50점, 우키요에 복각화 20점 등 14명 작가의 7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은 일본 도쿄 마치다시 국제판화미술관의 소장품들로, 경기도미술관을 첫 시작으로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될 예정이다.
사실 일본 판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르는 ‘우키요에’라 할 수 있다. 우키요에는 일본 에도시대(江戶, 1603~1867)에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로, 우키요에의 ‘우키요’는 덧없는 세상·속세를 뜻한다. 우키요에는 사회 풍속이나 인간 묘사 등을 중심 제재로 하며 목판화를 주된 형식으로 대량 생산하여 서민의 수요를 충당했던 회화 양식이었다.
그러나 경기도미술관의 <영상과 물질>전(展)은 우키요에가 한창 성행한 이후 1970년대의 일본 판화를 주로 다룬다. 경기도 미술관에 따르면 일본의 판화는 동시대의 사회와 예술적 조류를 반영해 우키요에와는 다른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
전시장 내부 모습 . ⓒ 경기G뉴스 유제훈
전시장 내부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관람객들은 미디어의 보급에 따라 영상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현대 사회를 반영한 일본 판화를 선보이는 ‘영상표현의 시대’ 파트, 예술과 물질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해 작품들로 선보인 ‘물질 주체의 상’ 파트, 그리고 일본 판화 중 가장 유명한 장르로 불리는 우키요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우키요에 파트’ 이렇게 세 파트에 걸쳐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방초아 경기도미술관 주임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의 관람 포인트로 “판화는 내 손에서 판으로 찍혀져 나오기 때문에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가장 원초적으로 담은 장르라고도 말할 수 있다”며 “그리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실험적 작품이 전시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렇다면 관람객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작품으론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술가 사이토 사토시의 작품「Untitle A」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영상표현의 시대’ 파트에 전시된 작품들은 전통적인 목판 기법과 사진을 직접 전사할 수 있는 현대적 실크 스크린 기법을 접목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1970년대 사진을 사용한 작품 제작을 전개했던 예술가 사이토 사토시의 「Untitle A」라는 작품은 사진으로 찍은 상(image)를 다시 사진으로 찍어 판화로 제작한 작품으로 기자를 비롯한 방문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 예술가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실제와 아닌 것의 차이를 미묘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전시장엔 현대 미술 기법을 적용시킨 판화 외에 전통 우키요에의 복각화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당대의 풍속을 서민적 감각으로 그려낸 우키요에 작품들은 앞서 봤던 현대적 감각의 판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후지산, 폭포와 같이 실제 경치가 그려진 풍경판화나 아름다운 미인들이 그려진 미인도 연작들은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70년대의 전통 우키요에의 복각화 작품들인 미인도 연작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경기도미술관은 이 전시회와 관련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방문객들은 전시기간 중 ▲우키요에 판화 알아보고 체험하기 ▲손바닥 판화 ▲모아모아 판화 찍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주말이나 연휴 기간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체험 인원이 많다”며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모아모아 판화찍기’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그는 “판화라 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고무판화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재료로 판화를 만드는 활동을 통해 ‘이런 것도 판화가 될까?’하는 실험적인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전시된 작품들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1970년대의 일본판화를 국내 처음으로 경기도미술관이 재조명한 점에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경기도미술관 방초아 주임 학예연구사는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연계 프로그램으로 ‘모아모아 판화찍기’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 경기G뉴스 유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