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길을 걷다 우연히 줍게 된 예쁜 단풍잎.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책갈피에 곱게 끼워 넣었다. 그리고 몇 해가 흘러 다시 책을 펼쳤을 때 발견한 것은 더 이상 빨갛고 고운 단풍잎이 아니었다. 그저 색 바래고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일 뿐. 그날의 예쁜 추억만큼 식물의 색도 선명하게 간직할 순 없을까?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식물표본전문기업 ㈜그린팜. ⓒ 서범세 기자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식물표본전문기업 ㈜그린팜은 이 같은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기업이다. 변색과 탈색 없이 장기보존이 가능한 식물표본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에 관한 특허등록과 지적재산권 등도 무려 17건에 달한다.
지금은 식물표본을 제작하는 전문기업이 늘었지만, ㈜그린팜의 나명순 대표이사가 창업을 결심하던 2007년에는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사업이었다.
“취미로 압화(꽃이나 잎 등을 눌러서 말린 그림)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그래서 이걸로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만 해도 식물표본은 기업이 아닌 개인 공방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었거든요. 따로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어요.”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넘어야 할 벽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취미를 사업 아이템으로 완성하기까지 주변의 만류도,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나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박물관, 학교, 생태전시관 등을 찾아다니며 식물표본 교육을 제안하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꼭 필요한 교육이었는데 그동안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며 상대가 반길 때면 그보다 더 큰 응원이 없었다.
‘식물표본전문가’라는 자격증이나 학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명순 대표는 전문가라고 불려도 충분할 만큼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서범세 기자
식물표본이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식물표본은 우리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말린 꽃으로 만든 책갈피나 액자, 카드 등 작은 소품 하나쯤은 갖고 계실 거예요. 그것 역시 식물표본의 일종인 셈이죠.”
‘식물표본전문가’ 타이틀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
식물표본은 식물 고유의 색을 유지하는 것과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게 가공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린팜은 절화 염색과 건조 기술 개발로 문제를 해결했다.
나 대표의 명함에는 ‘식물표본전문가’라고 적혀 있다. 식물표본전문가라는 자격증이나 학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라고 불려도 충분할 만큼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지원사업으로 입체식물건조기를 개발 중이다. 현재 입체식물건조기는 시제품이 나온 상태로 일부 보완을 거치면 곧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식물의 모습 그대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건조기술을 개발 중이에요. 그동안 드라이플라워는 자연건조를 거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곰팡이가 피는 등 문제가 많았어요. 단시간에 식물을 건조시키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요.”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한 그린팜은 현재 4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 대표는 당당하게 말한다. 작지만 기술력 있는 회사라고. 그의 자신감만큼 그린팜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오즈밸리(Ozvalley) 디퓨저는 그림과 향기와 식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기존의 디퓨저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 서범세 기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식물표본 제작과 교육사업을 넘어 ‘오즈밸리(Ozvalley)’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레몬, 라임, 오렌지, 와일드베리 등 천연 향을 블렌딩한 디퓨저(diffuser·방향제)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시중에 선보이고 있는 디퓨저는 많지만 그린팜의 디퓨저는 차별성을 띤다.
“꽃 등 다양한 식물을 취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향기에 주목하게 됐어요. 저희 디퓨저는 그림과 향기와 식물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각각의 향마다 스토리가 있는 오즈밸리 디퓨저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강산하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실 강산하 작가는 나 대표의 딸이다. 딸이 그린 작품을 보며 그에 어울리는 향기와 발향 스틱으로 사용할 식물을 선정한 것. ‘축제(Festival)’, ‘만남(Contact)’, ‘꿈(Dream)’, ‘자유(Freedom)’, ‘고요(Calm)’ 등 다섯 가지의 향기는 강산하 작가의 작품명이기도 하다.
오즈밸리 디퓨저는 차량용, 옷장용부터 고급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시리즈로 출시 중이다. 또한 발향 스틱의 식물도 현재 20여 종에서 차차 늘려갈 예정이다.
“5월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일이 많잖아요. 카네이션 디퓨저 선물을 추천해요. 생화는 금방 시들지만 말린 꽃은 오래 두고 볼 수 있어 선물한 사람의 마음까지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어요.”
오즈밸리 디퓨저는 자체 쇼핑몰(www.thegreenfarm.co.kr)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또 4월 29일부터 5월 15일까지 고양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2016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그린팜은 경기도 내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식물건조부터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커리큘럼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 대표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자체 교육장은 물론, 상품화에 필요한 식물들을 직접 재배하고 건조하며 향을 추출하는 시설까지 구축하고 싶어요.”
이 기사는 도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대상 G-Life 무료 광고·홍보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G-Life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