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씨 가족은 지난해 6월 29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5년 만에 마주한 부모님 앞에서 그녀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 경기도 아카이브
중국 산둥성 출신의 결혼이민자 왕효연 씨. 그녀에게 고향은 늘 그립고도 그리운 존재다. 지난 1997년 결혼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그녀는 2001년 다시 고향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지금처럼 3~4년에 한 번씩은 고향을 방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후 다시 고향을 찾을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고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녀는 눈물이 앞섰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늘 마음으로만 고향을 그리던 중 부모님의 건강 악화 소식을 접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남들은 여행차 수시로 드나든다는 중국.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에 정신지체 3급인 왕 씨에게 고향은 지구 반대편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부모님의 병원 입원 소식을 듣고 자식 된 입장에서 어찌 마음이 편할 수가 있나요. 당장 달려가 보살펴드리고 싶지만, 먹고살기 힘든 빠듯한 형편에 제 몸도 성치 않아 고향에 갈 엄두조차 내질 못했어요.”
가슴으로만 걱정과 눈물을 삼키며 지내던 어느 날, 어쩌면 고향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였다. 경기도의 ‘다문화가족 모국방문 사업’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35개 가정 136명의 다문화가족 모국방문 지원
다행히도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왕 씨는 모국방문 대상자로 충분하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왕 씨 가족은 지난해 6월 29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5년 만에 마주한 부모님 앞에서 그녀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못 본 사이 연로하고 쇠약해진 부모님의 모습이 모두 본인의 잘못인 양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눈물을 거두고 친정 가족들과 행복한 추억 쌓기에 나섰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보살피지 못한 부모님의 병간호도 하고, 가까운 명소로 나들이도 다니며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나눴다.
경기도는 왕 씨와 같은 도내 거주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족 모국방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장기간 고향을 찾지 못한 도내 결혼이민자 부부와 그 자녀들에게 모국방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도는 지난해 3월 한국가스공사 경기지역본부와 제주항공에 직접 사업을 제안해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 받았다. 이어 7월에는 ㈜케이팝스시큐리티로부터 모국방문 체제비 후원금도 지원받음에 따라 2017년까지 총 35개 가정 136명의 다문화가족에게 왕복항공권, 체재비, 기념앨범제작비, 유류할증료 등을 지원한다.
한편,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다문화가족 자녀 제외)은 8만9877명으로 전국 30만5446명의 29.4%을 차지하고 있다. 도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한국어교육, 방문교육, 통·번역 서비스, 진로지도, 취업교육, 다문화사회 이해교육 등 맞춤형 정책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