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의 ‘행복카셰어’를 이용한 정경순 씨가 담당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 경기G뉴스 고정현
“어찌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는데 ‘행복카셰어’ 덕분에 해결됐어요.”
4일 오후 4시 경기도가 무료로 지원하는 공유 자동차 서비스인 ‘행복카셰어’ 사업을 이용하기 위해 경기도청을 방문한 정경순(46·용인)씨. 초조하게 이용할 차를 기다리던 정 씨 앞으로 11인승 스타렉스가 들어오자, 그녀의 눈이 커졌다.
“와우~이 차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거예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을 거듭하던 정 씨는 자동차 키를 받자, 그제야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용인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아동·청소년 소규모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인 정 씨는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시설 아이들과 캠핑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문제는 차량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총 7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어린이날을 맞아서 양평의 글램핑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첫 캠핑을 가기로 했죠. 문제는 이동수단인 차가 없었어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차량지원을 신청했지만 규모가 작다보니, 다른 복지기관에게 순서가 밀렸다. 한국도시가스협회의 사회공헌사업인 ‘민들레 카’도 알아봤지만 황금연휴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여유 차량이 없었다.
“사방팔방으로 알아봤지만 차량이 없었어요. 캠핑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정말 막막했죠. 그러던 중 사회복지시스템 메일로 경기도의 ‘행복카셰어’ 사업 내용을 받고 바로 신청했어요.”
후원자들의 개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아이들과의 약속인 캠핑을 포기해야 할 암담한 상황에서 만난 경기도의 ‘행복카셰어’는 말 그대로 정 씨와 7명의 아이들에겐 행복 그 자체였다.
정 씨는 “후원자의 차량을 이용할 경우 보험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며 ‘행복카셰어’ 덕분에 이 모든 고민이 한방에 해결됐고 아이들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막냇동생의 어린이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행복카셰어를 신청한 윤영광 씨가 자동차 키를 받고 있다. ⓒ 경기G뉴스 고정현
교통비부터 입장료까지, 일석이조 ‘행복카셰어’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까지, 나흘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경기도가 ‘행복카셰어’ 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행복카셰어’ 사업은 도가 주말 및 공휴일에 사용하지 않는 공용차량을 저소득층 도민들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으로, 지난해 말 젊은 공직자의 아이디어를 도정에 반영하는 ‘영 아이디어 오디션’에서 선정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설 연휴동안 시범 운영을 거쳐 5월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면서 총 대여 가능 차량 대수를 60대에서 100대로 늘렸다. 특히 도청에서 차량을 수령해가기 힘든 도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차량 30대를 추가해 운영한다.
또 이용자들이 차량을 타고 찾아갈 수 있는 한국민속촌, 고양국제꽃박람회, 양평 세미원·소나기마을, 도립물향기수목원, 경기문화재단 소속기관 7곳 등 도내 문화·관광시설 무료 이용권도 지급한다.
막냇동생의 어린이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행복카셰어’를 신청했다는 윤영광(23·성남) 씨는 “차가 없다보니 가족들과 함께 제대로 된 나들이 한번 가보지 못했다”며 “초등학생인 막냇동생이 한국민속촌을 꼭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행복카셰어’를 통해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어 “렌터카의 경우 하루 빌리는데 5~8만원 정도 비용이 들고 민속촌 입장료도 1인당 2만원이 넘는데 ‘행복카셰어’로 교통비랑 입장료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소식을 듣고 동생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모두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막냇동생의 어린이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행복카셰어를 신청한 윤영광 씨가 차량에 이상이 없는지 외관과 내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 경기G뉴스 고정현
이번 연휴 기간 동안 ‘행복카셰어’ 이용을 신청한 건수는 총 106건으로, 이 중 자격 조건과 지역별 여유 차량을 고려해 총 64대가 지원된다.
김성우 도청 차량지원팀장은 “설 연휴 동안 행복카셰어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차량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좋았지만 도청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도내 8개 시·군에 소재하는 16개 기관의 차량까지 확대해 이용자들의 편리성과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이번 연휴에도 직원 10명이 출근하는 등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차량을 이용하는 도민들의 미소를 보면서 행복을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사업 초기인 만큼 적극적으로 사업을 알려 더 많은 도민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행복카셰어를 통해 전라남도 해남군 처갓집에 다녀올 예정이라는 김모 씨는 “장모님이 몸이 편찮으신데 아이가 4명인 대식구이다보니 교통비가 부담돼서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다”며 “행복카셰어를 통해 비용 부담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만큼 이번 연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향후 31개 시·군까지 사업을 전파해 차량이 필요한 도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원 대상 폭을 확대하기 위한 ‘경기도 공용차량 공유 사용에 관한 조례’ 제정도 추진 중이다. 오는 6월 말경 조례가 제정되면 이용대상이 현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서 한부모·다자녀·다문화·북한이탈주민 가족으로 확대돼 더 많은 도민이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4일 경기도청을 방문한 행복카셰어 이용자 윤영광 씨가 카메라를 향해 하트를 보내고 있다. ⓒ 경기G뉴스 고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