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 외갓집에서 머물며 뛰어 놀던 추억이 있다. 푸근한 외할머니 품에 안겨 시원한 수박을 먹던 그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도 뜨거운 여름날을 이기는 한줄기 쉼이 된다. 점점 여름을 즐길 시골이 사라진 요즘, 아이들에게 여름방학 시골 외갓집의 추억을 선물해 줄 순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기도내 마을기업을 찾았다. 시골의 정취가 살아 숨 쉬는 경기도 대표 마을기업의 여름 풍경 속으로 떠나보자. [편집자 주]
용인시 내동마을의 연꽃단지. 이곳에선 수련부터 홍련, 백련, 가시연 등 다양한 연꽃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문수산. 꼬불꼬불 산 비탈길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다 보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높지 않은 산들로 빙 둘러싸여 있어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마저 드는 이곳. 바로 연꽃단지로 유명한 체험마을 ‘내동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2만㎡에 조성된 연꽃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키보다 큰 연들이 바람에 따라 하늘거리는 모습이 마치 치마를 입은 무희들의 군무를 보는 듯하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연꽃단지 내 원두막에 올랐다. 그곳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으니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몸을 감쌌다.
“내동마을에는 잡냄새가 없어요. 흔히 시골의 향기라고 하는 분뇨냄새도 이곳에선 맡을 수 없죠. 연잎이 정화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해요. 특히 연꽃이 만개한 요즘에는 그윽한 연꽃 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우리 마을에 온 사람들이 유독 이곳에서 쾌적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마을에 그윽하게 퍼진 연꽃 향기와 파도가 물결치듯 펼쳐진 푸른 연잎의 향연. 내동마을의 최상봉 사무장은 흔히 볼 수 없는 이 경관이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강조했다.
내동마을 연꽃단지에는 중간중간 쉬었다 갈 수 있는 원두막이 조성돼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 ‘무념무상(無念無想)’ 신선들의 놀이터
“이 마을이 관광명소로 유명해진 것을 10년이 채 안돼요. 그전에는 다른 농촌마을처럼 벼농사를 지으며 평범하게 생활했죠. 내동마을의 내동(內洞)은 안골이라는 뜻이에요. 산골짜기에 둘러싸여 있어서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에는 왕래도 쉽지 않았다고 해요. 개발과는 영 거리가 먼 동네였죠.”
평범한 산골마을이 연꽃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로 변신, 지역의 관광명소가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용인시가 내동마을 인근에 농촌테마파크를 조성하면서 논 일부를 임차해 연꽃지를 조성했던 것. 이후 계약기간이 끝나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최상봉 사무장은 “주민들 사이에 연꽃지를 없앨 게 아니라 농촌테마파크와 연계한 경관단지로 확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초기에는 연꽃과 함께 다른 꽃도 심었는데 후에 연꽃으로 특화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지금의 연꽃단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0년 마을 전체가 꽃으로 둘러싸인 경관단지가 된 내동마을. 하지만 이를 농가소득과 연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마을에서는 애초 구상했던 연꽃체험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면 인절미와 연갠떡을 만들고 있다. ⓒ 내동마을
눈썰매장으로 변신한 내동마을의 겨울 풍경 ⓒ 내동마을
■ 연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 인기
“내동마을의 대표 체험프로그램은 연을 활용한 프로그램이에요. 연잎과 연근, 연꽃을 직접 따고 볶아서 차를 만들고 이를 시음해보는 프로그램부터 연잎밥 만들기 등이 있죠. 이와 함께 여름에는 원두막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연꽃단지에서 연잎을 직접 채취해 연잎차를 만들고 시음하는 3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체험은 참가비 1만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체험 후에는 1인당 1팩씩 연잎차를 가져갈 수 있고 중식으로 비빔밥도 제공된다.
내동마을 소개로 시작되는 체험은 이후 연꽃 단지에서 연 관찰, 연잎 채취, 연잎 썰어 말리기, 연잎차 마시기, 연의 효능 알기 등으로 진행된다.
최 사무장은 “대다수의 체험마을에서 아이들 위주의 프로그램이 이뤄지는데 반해 내동마을은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인절미와 연갠떡 만들기 등 떡메치기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여름용으로 원두막에서 수박 먹기, 겨울용으로 눈썰매장, 얼음썰매 타기 등 계절 맞춤용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동마을 최상봉 사무장은 “원두막 체험과 눈썰매장 등 계절 맞춤용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내동마을 연꽃단지에 조성된 원두막은 1만원을 내면 총 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체험객들은 이곳에서 삼겹살도 굽고 도시락과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연꽃을 즐길 수 있다.
또 2010년부터 시민들을 위한 동계 체험시설로 얼음썰매장과 인공눈 제조기를 이용한 눈썰매장을 운영해왔다. 비료포대 미끄럼 타기, 이글루 만들기 체험 등의 내동마을의 대표 겨울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 외에도 이곳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선 수세미부터 오미자 등 각양각색 과실수로 꾸며진 ‘터널 관람로’가 있다.
관람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연꽃 단지의 끝에 다다른다. 거기서부터 다시 연꽃 단지를 끼고 조성된 길을 따라 꽃을 감상하며 거슬러 올라오다보면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 ‘개구리 왕눈이’를 만날 수 있다.
내동마을의 연꽃단지는 체험객 뿐 아니라 사진가들에게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연잎에 누워 있는 개구리 왕눈이와 여자 친구인 아롱이, 그리고 종이배 조형물은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토존이다.
최 사무장은 “연꽃들은 한 번에 모두 개화하는 게 아니라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다”며 “체험객 뿐 아니라 연꽃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진가들도 꽤 많다”고 전했다.
기존 체험 프로그램 외에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고심 중이라는 최 사무장. 그는 “연잎차 만들기 체험의 경우 뜨거운 프라이팬에 차를 볶아야 하다 보니 더운 여름에는 체험객들이 힘들어 한다”며 “연을 활용한 프로그램 외에도 원두막 만들기 등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구리 왕눈이와 종이배 모형으로 꾸며진 내동마을의 포토존.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