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성남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오프닝 행사에서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로 유명한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드 대표가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이미영
“한지로 된 악보를 한 장씩 세워서 전혀 새로운 풍경으로 재탄생한 작품이에요. 이렇게 한지를 세로로 세우는 작업이 굉장히 힘들다고 하는데요. 소리를 담는 사공우 작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홍콩에서도 주목받는 작가입니다.”
22일 성남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오프닝’ 행사.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로 유명한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드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던 관람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쉽고 친근한 작품 소개와 함께 집이나 사무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까지,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 작품이 일상 속으로 한층 가깝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미술품 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미술품 거래 오픈플랫폼’이 마련돼 화제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오는 28일까지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행사를 열고, 22일 오프닝 행사를 진행했다.
‘아트경기 스타트업’은 쉽게 접하기 힘든 국내 유명 화가와 신진작가들의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모아, 직접 경매를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사로, 국내 미술시장 발전과 신진작가 육성, 국민들의 미술문화 체험 기회 제공을 위해 경기도가 마련한 공공미술축제다.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경기도
■ 전국 최초 ‘미술품거래 오픈플랫폼’ 구축
이번 행사는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마련한 ‘경기도 사고파는 미술품 거래소 설립 및 운영 조례’의 실천 방안을 놓고 다각적인 검토 끝에 도입된 시범사업이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발굴·전시·유통하기 위해 사고파는 미술품거래소를 설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도는 미술품거래소 설립에 앞서 신진작가 양성과 도민들에게 미술품을 사고팔 수 있는 경매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아트경기스타트업’ 행사를 마련했다. 즉, “작가들의 작품을 팔아주자”는 게 이 행사의 취지인 셈.
22일 열린 오프닝 행사에는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이효경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 김진흥 성남부시장, 남민우 판교글로벌포럼 회장, 설원기 경기문화재단 대표,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기열 도의회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신진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이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이효경 도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이 지난해 조례를 만들었고 이번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행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이어 “신진작가들이 도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 행사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돼야 한다”며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경기도가 될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대신해 인사말을 전한 이희준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아트경기 스타트업은 공공이 미술품 전시와 판매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민간에서 거래를 주도하는 ‘경기도형 공유적 시장경제의 한 플랫폼’”이라며 “가난한 예술가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아트경기 스타트업이 미술계의 스타트업인 신진작가들이 대중과 만나 유명작가로 도약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대중들에게는 미술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자문위원을 맡은 최병식 미술평론가는 “국내에선 약 5000명의 작가가 있는데 그중 3000명이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크리에티브 코리아’를 만드는 데 있어 경기도의 역할이 큰 만큼 이번 행사의 의미가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이강소, 이세현, 정현 박미나, 안윤모 등 국내 신진부터 중견작가까지, 121명이 참여해 총 157점을 선보였다. 참여 작가들은 신진 53명, 중진 54명, 유명 작가 14명 등으로 이 가운데 경기도에 거주하거나 작업실을 갖고 있는 작가가 95명에 이른다. 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 80% 이상이 경기도에서 활동 중이다.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과 작가, 기업인, 미술애호가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이미영
■ 미술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해소 기대
특히 이번 행사는 미술품 전시 판매와 함께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경매도 마련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행사는 22일부터 27일까지 공공경매에 접수된 미술작품 전시와 판매가 이뤄지는 프리뷰와 28일 전문경매사 주도로 열리는 공공경매로 나뉘어 진행된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미술품 경매는 국내 경매사 1호인 박혜경 대표가 직접 나서 경매를 진행한다. 출품작은 50점으로 최고가가 840만원으로 주로 500만원 이하다.
도는 이번 행사에 이강소, 정현, 박서보 등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는 물론 박미나, 안윤모 등 중진 작가가 다수 참여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개인전을 5회 이상 개최한 실력파 신진작가들도 참여해 신진작가들에게는 작품 판매를, 일반 대중에는 믿을 수 있는 작품 구입의 마당이 되도록 했다. 특히, 경기도 대표 이미지인 비둘기를 3D프린팅으로 제작한 후 여기에 소설가 김훈, 명지대 유홍준 석좌교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사회 유명인사가 직접 사인과 채색을 더한 작품도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붉은 산수>라는 작품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세현 작가는 “예술을 위한 씨앗이 작가라면, 이러한 전시 기회는 싹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뿌리 역할”이라며 “아트경기 스타트업이 단발성의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미술계의 튼튼한 뿌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획전을 주관한 에이트 인스티튜트 박혜경 대표도 “전체 출품작 158점 가운데 89점이 500만원 이하로 참가 작가들의 명성에 비해 가격이 낮게 출품됐다고 할 수 있다”며 “평소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이번 행사가 첫 컬렉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 판매 및 경매 모두 미술품 구입에 따른 별도의 수수료는 없으며, 판매 금액의 20%는 경기문화재단에 기부돼 향후 경기도 주관 미술 공공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도는 작가와 출품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 기간 중 매일 2회 도슨트(지식을 갖춘 안내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술 애호가 김나리 씨는 “그림을 보는 것을 즐기는데 모두가 아는 대가들의 작품이 아닌 신진 예술가들의 검증된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 전시에서 만난 김민주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전시와 경매 외에도 일반 대중을 위한 다양한 미술 강의도 함께 마련됐다. 22일 오후 4시에는 전시기획자 유진상 교수의 ‘무대에 오른 미술, 이 시대 작가와 작품을 말하다’ 강의가 진행됐고 24일과 25일에는 미술 애호가를 위한 박혜경 대표의 ‘미술시장과 아트컬렉션 A to Z’ 강의가 예정돼 있다.
2016 아트경기 스타트업 오프닝 행사에 이어 재즈 콰르텟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 경기G뉴스 이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