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살롱]은 일상이 바빠 제대로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도민들에게 간접체험의 기회를 드리고자 경기G뉴스가 마련한 기획시리즈입니다. 도내 각종 전시회·발표회·음악회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편집자 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하는 ‘생생화화 生生化化 2016 《산책자의 시선(In the Flâneur’s Eyes)》’전이 15일 오후 3시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산책자(flâneur)’.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도시를 배회하고 관찰하던 일군의 도시 탐색자, 학자와 예술가, 시인들을 지칭했던 말이다. 당시의 예술가들은 자본이 발달한 도시의 풍경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근대 도시를 비판적으로 파악했다. 지금 이 시대에도 그러한 관찰과 기록은 유효할까.
여기,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단한 현대의 풍경에 관심의 끊을 놓지 않고 관찰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그들은 이 시대 풍경을 텍스트로 삼아 그것을 분석함으로써 대중에게 해석의 권한을 부여한다.
21세기 ‘산책자’이자 안내자인 그들의 인도하에 이 시대 다양한 속살을 들여다보고자 15일 안산에 있는 경기도미술관으로 향했다.
김보중 작가가 자신의 작품 <그냥 노는 땅>을 설명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하는 ‘생생화화 生生化化 2016 《산책자의 시선(In the Flâneur’s Eyes)》’전이 15일 오후 3시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산책자의 시선》전은 경기문화재단의 2016 문예진흥 시각예술창작지원 사업 ‘생생화화’의 일환으로 올해 선정된 기성작가 19인의 신작 발표전이다.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은 4년 전부터 작가들에게 창작 지원금과 비평가 연계, 전시 기획을 지원하는 ‘생생화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청년작가 부문과 별도로 기성작가 부문을 신설해 중장년 작가의 신작 시리즈를 대거 12월 15일부터 2월 5일까지 일반에게 선보인다.
전시 제목 《산책자의 시선》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도시를 배회하고 관찰하던 학자와 예술가, 시인들을 지칭했던 ‘산책자’의 개념에서 따왔다.
해양쓰레기의 경로를 탐구하고 수집해 기록한 정재철 작가의 <블루오션>, 노인·노숙자의 모습과 낡은 기계 모습을 병치한 박은태 작가의 <늙은 기계>, 자연과 도시 속에 있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최경선 작가의 <아버지의 정원> 등 작품 133점이 전시됐다.
해양쓰레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재철 작가의 <기록-산방산>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산책자의 시선》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혹은 위기에 처한 동시대의 풍경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그 주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산책자’의 자세를 견지한다.
이날 오프닝에서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올 들어 제일 추운 날 전시 오픈을 하게 돼 죄송스럽지만 작품을 보시면 추위를 싹 잊을 만큼 뜨거운 열기와 예술적 감성이 충만해질 것이다. ‘산책자의 시선’은 곧 예술가의 시선이다. 전시장에서 작가들과 직접 대화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시대적·사회적 시각을 전개시키는 방법을 진정성 있게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땅의 풍경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 김보중 작가는 “우리 작품이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시대에 빚진 자처럼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도록 애써주신 경기도미술관에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기성작가 19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채영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의 해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라운딩이 이어졌다. 참여한 작가들이 직접 작품에 대한 해설과 의미를 설명하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1층 로비에는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현대의 소통방식을 전시한 방&리(Bang&Lee)의 <아레나 투어-기계> 네온 작품과 함께 김보중의 <그냥 노는 땅>이 보랏빛 캔버스가 바로 만져질 듯 눈앞에 펼쳐졌다. 천장 가까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효석의 극사실적인 라이브 몰드(Live mould) 기법의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도 강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임승천 작가의 <빠진 고리>. ⓒ 경기G뉴스 허선량
정재철의 <기록-산방산>은 해양 쓰레기를 몸소 답사해 그 위험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간간이 들리는 제주 앞바다의 화면 가득한 영상과 실제 해양 쓰레기를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아사천에 수묵채색으로 고즈넉한 여백의 미를 한껏 자아낸 김현철의 <진경>도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이 외에도 화려한 색채감에 흠뻑 빠지는 이흥덕의 <지하철 퍼레이드>, 전쟁무기들의 기록을 사진으로 담아낸 방병상의 <밀리터리 구경꾼>, 대한민국 근대사의 모습을 콘크리트로 그린 김지은의 <콘크리트의 생애>, 기독교 삼면화의 형식을 빌려 이 시대 죽음의 아이콘들의 나열을 보여주는 조현익의 <믿음의 도리> 등 작가 19명의 작품이 각기 다른 아우라를 발한다.
민성홍 작가의 <중첩된 감성: 다시락(多侍樂)>. ⓒ 경기G뉴스 허선량
이채영 학예연구사는 “올해로 4년째 맞아하는 이번 생생화화 공모전은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사회적인 여러 현상을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기록하고 표현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산책자의 시선》이라는 타이틀로 꾸려나갈 수 있었다”며 “공공의 재원으로 예술가를 지원하고 그 신작 결과물을 시민과 나누는 것이 큰 의미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가 19명이 작품 제작을 할 때 김해주, 현시원, 정현, 홍지석, 김성은 등 평론가 5명이 비평과 해석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며 “공공재단의 지원과 평론의 조력, 전시 연출이 어우러진 《산책자의 시선》전은 공공기획의 의미와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 기간은 12월 15일~2017년 2월 5일이다. 관람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7, 8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휴관일은 1월 1일, 공유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이다. 관람요금은 성인 4000원, 초등학생·청소년·군인 2000원, 미취학아동 1000원이다.
우대혜택 등 기타 사항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gmoma.ggcf.kr) 또는 031-481-7031로 문의하면 된다.
이흥덕 작가의 <지하철 퍼레이드>.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