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양주시 은형면 도하리에 설치된 거점소독소에서 한 차량이 소독을 받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따르릉~’
지난 11월 20일, 양주시 백석읍 소재 한 산란계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올해 경기도 최초 발생 사례다. 이에 양주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바로 농가를 방문해 정밀검사를 진행,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하고 당일 살처분을 완료했다.
이어 지난달 26일과 29일 첫 발생농가로부터 3㎞ 이내 보호지역에서 잇따라 AI 확진 농가가 발생하며 농가와 담당자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것으로 끝이다.
포천, 안성, 이천, 평택, 용인 등 도내 다른 시·군에서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경기도 첫 AI 발생지인 양주시에서는 현재 AI 의심신고조차 접수되지 않고 있다. 도내에서 AI가 발생한 지 한 달째인 20일, 첫 발생지인 양주시를 찾았다.
■ 전국 최초 시·경·군·민 협조체계 구축
“양주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했지만 지난달 29일 신고를 끝으로 추가발병이 없어요.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죠. 인근 포천에서 AI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최근 방역소를 확대 설치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에 설치된 AI방역대책본부에서 만난 방한식 작물축산과장은 AI와 관련해 지난달 첫 신고부터 현재까지, ‘심각’ 수준의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 대책본부에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하루 35명의 직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 방한식 작물축산과장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양주시 가금류 사육농가는 모두 61농가로, 알을 낳는 산란계 33농가(122만8,497마리), 육계 26농가(72만6,100마리), 오리 2농가(7,000마리) 등 사육 두수는 모두 196만1,597마리다.
대부분 농가들이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10㎞ 안팎에 있어 추가 발생 위험이 컸다. 하지만 확진을 받은 3농가 외에 추가 발생은 없었다. 도살처분도 발생농가에서 500m 이내 관리지역에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을 한 2농가(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를 포함, 5농가 16만1,440마리에 불과하다.
방 과장은 양주시가 현재까지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철저한 초동방역과 신속한 살처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이에 지난달 20일 첫 발생 후 바로 당일 살처분을 완료하는 등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이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살처분에 투입된 직원들의 경우 일이 완료될 때까지 작업장을 떠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사람에 의한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사람들의 동선도 최소화해야만 했어요. 그러다보니 살처분에 투입된 직원들의 경우 교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초과근무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 결과, 신고 후 하루 혹은 이틀 만에 살처분을 완료할 수 있었죠.”
다행히 양주시는 전국 최초 공무원과 군인-경찰-민간인 간 협조체계를 구축해 작업에 필요한 인력 수급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다른 시·군의 경우 살처분 인력을 구하기 위해 매일 인력시장을 찾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저희는 인력에 대한 걱정은 없었으니 상황이 나은 편이에요.”
지난달 30일 양주에서는 닭과 분뇨, 사료, 계란 등 AI 바이러스 오염원이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매몰 처분됐다.
AI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차가 양주시 신천 둑방길을 따라 달리며 연신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 AI 첫 발생 후 1천만마리 살처분
“인근 시·군에서 여전히 AI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안심할 단계는 아니에요. 거점소독소와 이동통제초소를 확대하는 한편 농가별로 담당자들이 매일 전화로 상황을 살피고 있죠.”
경기도 AI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현재 도내에서는 10개 시·군에서 61건의 AI 발생이 확진됐다. 또 도내 살처분 대상 농가 중 107농가의 865만5,000마리가 살처분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AI 확산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도내 살처분 가금류는 조만간 1,000만 마리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는 도내 전체 사육 가금류의 20%에 육박하는 규모.
이에 양주시는 방역 반경을 발생농가 인근 3㎞ 이내에서 10~15㎞로 확대했다. 또 거점소독소와 이동통제초소도 기존 8곳에서 3곳을 추가해 11곳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농가에 들어가기 전 모든 차량은 이곳에 들러서 소독을 받아야 해요. 차량 내·외부는 물론이고 운전자와 탑승자 등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방역하고 있습니다.”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678-4에 설치된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소에서 농가출입 차량들의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조경두 씨는 빨간 유도등을 들고 한 차량의 진입을 도우며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양주에서 첫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바로 다음날 이곳에 거점소독소가 설치됐으니깐, 이곳에서 근무한 지도 오늘로 딱 한 달이 됐네요. 농민들도 많이 힘들어 하시고,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시 공무원 1명과 축협 관계자 2명, 민간인 2명 등 5명이 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 거점소독소에는 분무식 소독기를 설치, 바퀴는 물론 차량 전체에 소독액이 살포하고 있다.
또 양계농가가 밀집돼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된 8곳의 이동통제초소에는 시 공무원과 민간인 외에 군인과 경찰이 함께 근무해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에 설치된 AI방역대책본부에서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 피해 농가 생계 지원 등 대책 마련 시급
“피해 농가의 경우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예산범위 안에서 살처분 보상금의 40%를 미리 드리고 있습니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 예은하 가축방역팀장은 농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로 막대한 피해를 본 살처분 농가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예 팀장의 주장이다.
“살처분 농가의 경우 생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보상금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아직 보상 기준이 나오지 않아서 보상금을 100%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이에 올해 기준을 토대로 약 40%를 우선 지급하고 보상 기준이 나오면 추가 정산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양주시는 농가들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농가들이 참여한 SNS방을 운영해 실시간으로 정보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결국은 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예요. SNS방에서 이뤄지는 실시간 대화는 정보와 상황의 공유는 물론이고 농가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AI에 대해서 방한식 과장과 예은하 팀장 등 현장 전문가들은 사람과 차량에 의해 AI가 확산되는 만큼 철저한 위생관리와 함께 이동을 제한하는 등 체계적인 사육 시스템 구축과 근본적인 축산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주시농업기술센터 방한식 작물축산과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AI 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축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