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규 경기도 동물위생방역소장은 “AI 전파를 막으려면, 10만수 규모의 농장을 기준으로 40~50명의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 인원을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 경기G뉴스 고정현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되는 등 AI 확산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서도 인·물적 행정 자원을 총가동하고 있다.
특히 AI 조기종식을 위해 투입되는 현장 방역인력들은 살처분과 시료채취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현장에서 쪽잠까지 자며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12월 20일 수원시 금곡동에 위치한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를 찾아 생생한 현장상황을 들어봤다. 이들은 “무엇보다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임병규 소장은 “AI는 걸리고 나면 대책이 없다. 무조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장주와 근무자들이 투철한 방역의식을 갖고,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G뉴스
■ AI 발생 시기 빨라졌다…“인력 확충 절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의 바이러스 ‘H5N6’형은 기존의 것보다 독성이 강하고 잠복기가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 과거에는 오리를 중심으로 퍼지던 것이 이번에는 사육두수가 많은 산란계를 중심으로 확산돼 어려움이 큽니다.”
임병규 도 동물위생시험소장은 올해 발생한 AI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예전에는 1~2월에 발생해 3~4월에 종식되는 경우가 흔했는데 올해는 12월에 발생했다. 동절기에는 바이러스가 활동적이고 생존기간도 긴 반면, 방역활동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방역관들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얼마 전 농림부에서 전국적으로 필요한 방역인력 수를 조사했어요. 가축사육두수와 농가수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 시험소에는 97명의 방역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평상시에 필요한 인력이에요.”
현재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남부)에는 79명의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축산물검사를 위해 도내 도축장 20곳에서 근무하는 34명과 야생동물센터에서 근무하는 4명을 제외하고 나면 방역인력은 단 41명에 불과하다.
임병규 소장은 “AI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발생한 개체를 최대한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닭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력이 동원돼야 한다. 10만수 규모의 농장의 경우 40~50명의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 인원을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직원들이 AI 발생농가 현장의 근무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고정현
■ 현장서 쪽잠 자며 방역활동
“현장을 가면 일주일에서 열흘을 농장 창고나 소파에서 지내요. 침낭을 펴고 쪽잠을 자야 하죠. 이렇게 농장 한 곳을 다녀온 방역관들은 최소 1주일간 다른 농장을 못 나가요.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되기 때문이죠.”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는 현장방역에 직접 참여했던 이호승·김재훈·조현수·박태현 주무관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이호승 주무관은 “시료를 채취한 농장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오면 통제와 함께 살처분이 끝날 때까지 상주하게 된다. 잠은 방역차량이나 창고에서 잤다. 모두 바쁘기 때문에 먹을 것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생활이 며칠씩 반복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7박8일간 농장에서 근무한 김재훈 주무관은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일을 시작한다. 인근 농장으로 전파됐는지 계속 확인하며 물건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과 매몰지 환경오염에 관한 부분, 야생동물 접근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살처분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에요. 그 냄새가 있어요. 살처분할 때 맡던 부패된 동물 사체 냄새. 아직도 생각이 나요.”
김재훈 주무관은 “AI가 발생하면 닭장 안에 설치된 선풍기를 꺼놓는다. 실내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 닭들이 죽는데 꺼내는 동안 부패가 일어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6층짜리 케이지에 쌓여 있는 닭을 하나하나 손으로 꺼내 포대에 담고, 리어카로 실어날라 매몰지에 버린다. 썩어 문드러진 닭들을 계속 만지면서 일하는 것은 마스크와 장갑을 껴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현장 근무 직원들은 “이 와중에도 고유의 업무는 계속 쌓인다. 우선시되는 일을 하는 것은 맞지만 분업과, 인력보충이 안 돼 힘들다”고 말했다.
임병규 소장은 “일반인들은 철새 도래지나 축사 주변에 가는 것을 삼가고, 혹시 철새 도래지를 방문했다면 농장 및 관련자와의 접촉을 최소 일주일(바이러스 잠복기) 이상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기G뉴스
■ “AI, 사전 예방이 최우선…기본 방역수칙 지켜야”
그렇다면 해마다 AI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새에 대한 방역에도 문제가 있으나 야생동물을 매개로 한 감염까지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동물위생시험소의 설명이다.
김재훈 주무관은 “방역팀이 조류독감을 못 잡아서 철새 탓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에서 ‘철새’만 언급하고 유입에서 전염까지의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오해받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조류독감이 철새로부터 유입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새 도래지에서 머무는 동안 인근 야생동물, 토종새, 쥐, 고양이 들이 감염되거나 새의 분변을 몸에 묻혀 이동시키기도 한다. 어느 농가를 가도 쥐나 고양이가 한 마리도 못 들어가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역관들은 농가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방역 매뉴얼을 개선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호승 주무관은 “지금은 현장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고 며칠씩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상당하다. 현장인력들을 대상으로 방역을 실시해 숙소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면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임병규 소장은 “AI는 걸리고 나면 대책이 없다. 무조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장주와 근무자들이 투철한 방역의식을 갖고,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반인들은 철새 도래지나 축사 주변에 가는 것을 삼가고, 혹시 철새 도래지를 방문했다면 농장 및 관련자와의 접촉을 최소 일주일(바이러스 잠복기) 이상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