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된 가금류 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가와 방역담당공무원들은 ‘인력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 양평군청 제공
살처분된 가금류 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가와 방역담당공무원들은 ‘인력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상북도 성주군 농정과 9급 공무원 정모(40)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된 데 이어 30일에는 천안시 축산식품과장 정모(57) 씨가 과로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내 방역담당 공무원들도 AI 발생농장에 투입돼 일주일 이상을 살처분 현장 속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번 AI 사태에 대처하는 도내 시·군 방역담당자들은 현장 애로사항으로 인력난, 매뉴얼 부재 등을 지적하면서도 도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용인시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따라야 할 매뉴얼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점을 개선될 사항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AI 사태는 농가별로 상황이 달라 현장 판단이 최우선시돼야 하는데 중앙정부 등에서 점검을 나오면 현장판단은 뒤로한 채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대책들을 주문해 곤란하다”고 말했다.
양평군 가축방역팀 관계자도 “기관들이 협조는 안 하고 점검만 하고 가고 있다. 점검이 잘돼야 하는 건 맞지만 효율성 없이 매일같이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구두 지시 또는 공문으로 처리해도 되는 사항까지 서류 처리해서 제출하라고 하니 방역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성시 동물방역팀 양경숙 주무관은 “24시간 내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압박이 존재한다. 살처분해야 하는 양은 너무나 많은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 양평군청 제공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력난이었다. 화성시 동물방역팀 양경숙 주무관은 “24시간 내에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압박이 존재한다. 살처분해야 하는 양은 너무나 많은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성희연 이천시 축산방역팀장 역시 “AI 사태의 경우 감염 우려 등 여러 조건상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직원 수가 많지 않다”면서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고 지킬 건 지켜가면서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신 여주시 가축방역팀장은 “여주시의 경우 AI 발생 후 방역대책본부를 설립하고 5개 반을 조직, 24시간 근무 중”이라며 “AI는 체력싸움이다. 피곤한 게 가장 힘들다. 특히 이번 AI는 인체감염 우려가 있는 유형이라서 현장에 근무하려는 사람이 적어 문제”라고 강조했다.
포천시 축산방역팀 조철민 주무관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1명이라도 있다면 교대 근무를 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텐데, 강도가 높은 업무 특성상 다른 이가 대신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이 같은 인력난 해결과 현장에서 고생하는 방역인력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AI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상황실 근무자의 교대 문제와 매몰지 투입 직원들의 부식 및 방한 문제 해결을 지시한 바 있다.
성희연 이천시 축산방역팀장 역시 “AI 사태의 경우 감염 우려 등 여러 조건상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직원 수가 많지 않다”면서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고 지킬 건 지켜가면서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양평군청 제공
김성식 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발생 시·군에 따라 필요금액이 달라 재난기금을 통해 시·군별로 예산을 분배·지원하고 있다”며 “시·군에서 AI 방역에 쓸 주요 장비들을 신청하면 도에서 바로바로 구입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력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현재 수의직 공무원 인력 확충 등을 지원하기 위한 세부적인 기획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수의직 공무원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과 도에서 수의인력을 일괄적으로 관리·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세부사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내에서는 3일 오전 7시 현재 11개 시·군 159개 농가에서 1404만1000수의 가금류가 매몰됐으며, 5개 시에서 고양이 폐사체 AI 신고 15건이 접수돼 정밀검사 중이다. 경기도는 길고양이 등 야생동물 관련 종사자 안전관리수칙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12월 23일 AI재난대책안전본부에서 AI 발생 11개 시·군 부단체장과 함께 긴급방역영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고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