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부천시 소재 A아파트를 방문해 노후 상수도관 녹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고정현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돗물은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 122개국 중 8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노후한 상수도 배관과 그에 따른 녹물 피해 발생으로 인해 우리나라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낡은 상수도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녹물은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입힌다. 빨랫감이 얼룩지거나 누렇게 될 뿐만 아니라, 요리와 샤워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녹과 부식이 심한 가정 수도관을 통해 나오는 수돗물은 심미적 오염, 중금속 용출 등 음용수 사용이 부적합한 것은 물론, 건강 위해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도내 20년이 지난 면적 130㎡ 이하의 노후주택 중 20만 세대를 대상으로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내 20년 이상 경과 노후주택(130㎡ 이하)은 약 100만 세대로, 이 중 상당수 세대가 녹슨 상수도관에서 나오는 녹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전용면적, 단독주택은 연면적 기준으로 경기도에는 현재 93만6000여 세대가 사업대상에 해당된다.
경기도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도내 20년이 지난 면적 130㎡ 이하의 노후주택 중 20만 세대를 대상으로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경기도는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저소득층의 자가주택 ▲공용배관 또는 옥내급수관이 아연도강관으로 설치된 주택 ▲소형 면적 주택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20만 세대만 먼저 개량사업을 추진키로 했으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8만1,200세대의 녹슨 상수도관을 교체했다.
도는 올해 도비 130억 원 등 총 2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30개 시·군 6만1,200세대의 녹슨 상수도관 교체를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금은 사업대상별로 차등을 둬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소유주택 총공사비는 전액 지원한다. 노후주택은 면적 60㎡ 이하 80%, 85㎡ 이하 50%, 130㎡ 이하 30%를 공공 지원하며 나머지만 소유주가 부담한다.
예컨대 60㎡ 이하 노후주택의 공사비가 100만 원일 경우 80만 원은 도와 해당 시·군이, 나머지 20만 원만 소유주가 부담하는 형식이다. 또한 공용배관의 경우 세대별 최대 50만 원, 옥내급수관의 경우에는 150만 원까지 지원해 세대별 최대 200만 원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개량사업’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공약사업이다. 남 지사는 도지사 후보 시절이던 2014년 5월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 녹물이 나오자, 노후 수도관 개량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경기도는 올해 도비 130억 원 등 총 2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0개 시·군 6만1,200세대의 녹슨 상수도관 교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 경기G뉴스
이후 경기도는 2014년 7월 안양시청에서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교체지원’을 안건으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노후주택의 녹슨 상수도관의 관리실태 및 교체지원의 필요성, 서울특별시 추진사례, 경기도 지원기준 및 규모, 사업 추진상 문제점과 검토사항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도는 노후주택의 녹슨 상수도관은 원칙적으로 수용가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교체·갱생 등 개량해야 하지만, 개량에 드는 비용이 80만~300만 원까지 소요돼 사실상 수용가에서 자발적으로 개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수도사업자인 특별·광역시나 시·군에서 조례로 정해 일정 부분 비용보조가 가능하지만, 이 또한 각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문제로 일부 재정 여건이 나은 시·군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 도비 보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남경필 지사가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개량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천시 중동 소재 A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녹물 해소 현장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남경필 지사는 이 자리에서 “콜레스테롤이 껴 있는 혈관과도 같은 녹슨 수도관 내부 등을 실제로 보니 주민들의 불편을 실감하게 됐다”며 “도민 여러분께서 마음 놓고 안전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쓰실 수 있도록 ‘집집마다 녹물 없는 경기도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녹슨 수도관 교체 전(좌) 후(우) 모습. ⓒ 경기G뉴스
도는 2020년까지 20만 세대를 우선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총 30만 세대의 노후 수도관 교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에는 도비 및 시·군비 1350억 원과 자부담 777억 원 등 총 2127억 원이 투입된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수돗물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20년 이상 된 노후 상수도관은 전국에 1,200㎞가 넘는다.
특히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1994년 4월 이전 건설된 노후주택들에 주로 사용된 아연도강관은 통상 5년 이상 사용하면 아연이 소모돼 부식방지 효과가 상실되고, 60℃ 이상에서는 급격히 부식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정부는 부식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1994년 4월부터 상수도관에 아연도강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옥내급수관 및 공용배관에 아연도강관을 사용한 노후주택의 경우 부식과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많다”면서 “녹슨 상수도관 교체는 주민 만족도가 아주 높은 사업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개량사업’ 지원 희망자는 해당 시·군 수도 관리부서 또는 공동주택 관리부서로 신청하면 된다.
경기도는 2014년 7월 안양시청에서 ‘노후주택 녹슨 상수도관 교체지원’을 안건으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 경기G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