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 독일 쿤스트할레 뮌스터와 공동주최로 오는 12월 3일까지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한다. 한국과 독일의 현대미술교류전 ‘아이러니 & 아이디얼리즘’에서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과 독일 작가 8인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동향을 보여준다.
한국의 김홍석, 남화연, 배영환, 안지산, 독일의 마이클 반 오펜, 만프레드 퍼니스, 비욘 달렘, 윤종숙 작가 등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영상과 설치, 조각, 회화 작품 50여 점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이러니와 충돌과 대비를 여러 모양으로 드러내었다.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남화연 작가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선보인 2채널 퍼포먼스 영상 ‘욕망의 식물학’을 선보였다. 꿀벌이 꽃을 찾아내는 영상과 오늘날 주식시장의 목소리를 종합한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자연과 인간, 사회에 숨겨진 욕구를 표현했다.
남화연 작가의 ‘욕망의 식물학’. ⓒ 오서진 기자
뒤셀도르프와 뮌스터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반 오펜 작가는 19세기의 이탈리아, 독일 화가들의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등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사진을 전공했던 작가는 재현을 목적으로 존재했던 회화가 카메라의 등장으로 더 이상 재현이 아닌, 개념을 표현하는 현대미술로의 전환에 주목했다. 작품으로는 ‘풍경’, ‘외젠 들라크루아 이후의 복제’ 등이 있다.
마이클 반 오펜 작가의 ‘풍경’. ⓒ 오서진 기자
1990년대부터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김홍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김홍석 작가의 ‘노동’을 표현한 작품 중 하나. ⓒ 오서진 기자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만프레드 퍼니스 작가는 합판, 콘크리트 등 익숙한 재료들을 조합 혹은 재조합하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관계성에 주목했다. 독일현대조각에서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하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만프레드 퍼니스 작가의 아프리카를 형상화한 작품. ⓒ 오서진 기자
네덜란드에서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2015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해온 안지산 작가는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을 전시하며 물체의 실체를 탐구하는 화가의 질문을 담아냈다. ‘떨어져 사라지다’라는 조금 무섭고 슬픈 주제를 담은 작품에는 자신의 작업실 모습을 담은 ‘낮잠 2’, 세월호가 침몰한 후 비통하기만 한 마음을 담은 ‘잔잔한 물결에서의 삶’ 등이 있다.
안지산 작가의 ‘잔잔한 물결에서의 삶’. ⓒ 오서진 기자
비욘 달렘 작가는 과학과 예술의 접점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우주의 신비로움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각목, 백열등, 유리 등 부서지기 쉬운 재료를 통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예술로 시각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비욘 달렘 작가의 ‘달’. ⓒ 오서진 기자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는 윤종숙 작가는 2012년부터 이어온 회화 작품 시리즈 ‘마인드 랜드스케이프’를 선보였다. 산등성이, 굽이진 길, 정자와 같이 눈에 익은 풍경을 한국 전통 수묵화와 독일 추상표현주의를 동시에 사용했다. 수묵화나 서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동양적인 선을 사용해, 작가만의 독특한 회화언어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종숙 작가의 ‘플라워’. ⓒ 오서진 기자
배영환 작가는 사진, 조각,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하여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적 감성과 사상을 표현했다. 2012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추상동사’ 시리즈에서 춤을 통해 삶과 죽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와인 병, 각종 술병 파편, 철, 알루미늄 등 일상의 재료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배영환 작가의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 ⓒ 오서진 기자
특히 전시회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배영환 작가의 ‘걱정-서울 오후 5:30’으로 종소리가 울리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미술관 전시장 밖 테라스까지 확장되어 작가가 깊게 고심하는 ‘치유’에 관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황세숙 도슨트는 “공부하느라 심신이 지친 청소년들을 위해, 견학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잠시 앉아 종소리를 듣게 한다”고 전했다.
배영환 작가의 종소리가 나는 조형물. ⓒ 오서진 기자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전시회의 작품들을 감상하니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해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 & 아이디얼리즘’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갔던, 살아가는, 살아갈 이 세상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느끼길 기대한다.
경기도미술관 전경. ⓒ 오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