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면서 구수한 감칠맛이 나는 청국장.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에 밥 한 그릇을 쓱쓱 비벼 먹는 맛은 천하일미가 따로 없을 정도다.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행복한 시간이다.
청국장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어릴 적 시골에서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음식솜씨가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의 장(醬) 맛이 뛰어났기 때문에 어머니가 만든 모든 음식이 맛이 있었던 것 같다.
1766년 편찬된 『증보산림경제』도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으뜸이다. 집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채소나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장은 음식 맛의 기본이다. 오래 묵힌 좋은 장은 음식의 맛을 좌우하며, 가족의 건강까지 책임질 정도로 중요했다.
청국장은 겨울 계절장이다. 콩을 푹 삶아 자배기나 옹배기 같은 그릇에 꾹꾹 눌러 담고 솜이불을 덮어 씌운 뒤 뜨끈한 아랫목에 두면 2~3일 만에 하얗게 실이 생긴다. ⓒ G-Life 편집팀
깊고 구수한 맛으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 주는 청국장은 겨울 계절장이다. 콩을 푹 삶아 자배기나 옹배기 같은 그릇에 꾹꾹 눌러 담고 솜이불을 덮어 씌운 뒤 뜨끈한 아랫목에 두면 2~3일 만에 하얗게 실이 생긴다. 여기에 심심하게 소금 간을 하고 고춧가루, 마늘 다진 것을 함께 섞어 절구에서 쿵쿵 찧은 뒤 항아리에 담아 두고 먹는다. 청국장을 되직하게 풀고 김장김치, 돼지고기, 두부 등을 숭숭 썰어 넣고 끓이면 한겨울 추위를 막아 주는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보양식이 완성된다.
청국장은 끈기가 있고 독특한 맛과 냄새가 나는데, 자연발효로 만들어진 까닭에 영양분이 많고 소화가 잘된다. 특히 청국장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비롯해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5대 영양소를 두루 함유하고 있다.
나는 왜 ‘청국장’이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문헌을 살펴보았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들이 군량식품으로 많은 양의 장을 댈 수 없어서 콩을 숙성·발효시켜 썼는데, 그 장 이름이 청국장(淸國醬) 또는 전국장(戰國醬)으로 불렸다고 한다.
청국장을 되직하게 풀고 김장김치, 돼지고기, 두부 등을 숭숭 썰어 넣고 끓이면 한겨울 추위를 막아 주는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보양식이 완성된다. ⓒ G-Life 편집팀
경기도에서 ‘콩’하면 파주 장단콩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장단’이란 콩의 품종이 아니라 지명이다. 지금은 파주시 장단면이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경기도 장단군이었다. 장단콩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생겼는데, 일제는 장단 지역에서 수집한 재래종 콩에서 ‘장단백목’이라는 장려품종을 선발했다.
그러나 장단콩은 한국전쟁 후 자취를 감췄다. 장단 지역 대부분이 민간인통제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장단콩이 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파주시가 장단콩 브랜드 육성사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임진강 맑은 물이 흐르는 민통선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장단콩은 품질이 우수하고 맛이 뛰어나며 골다공증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는 이소플라본 및 노화를 방지하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통일촌을 비롯해 파주지역 곳곳에 장단콩 전문식당과 장류 가공공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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