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대표하는 선수에서 이제는 한국 빙속계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른 신예 김민석 선수와 함께 이달의 여행을 떠났다. ⓒ G-Life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결선이 있은 지난 2월 13일, 스크린에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태극기를 펼친 김민석 선수가 화면 가득히 채워졌다. 열아홉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 선수로 첫 출전한 경기에서 국내 최초, 아시아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날이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선수에서 이제는 한국 빙속계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른 신예 김민석 선수와 함께 이달의 여행을 떠났다.
천년의 정기가 서린 곳을 찾아
꽃 피는 춘삼월에 만난 빙속 스타 김민석 선수. 그는 사슴처럼 맑은 눈빛과 범처럼 날렵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사상 처음 올림픽 메달을 따낸 그의 수줍은 미소가 다시 한번 스쳐 지나갔다. ‘스무 살 그때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수상의 소감을 부탁하는 말에 그는 “경기도에서 태어나 지금도 이곳 안양에서 살고 있는데, 경기도를 대표해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게 저로서는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를 무척 반기듯이 그가 나고 자란 경기도 안양은 겨울의 찬바람이 남아 있었다. 일곱 살 때부터 시작한 선수 생활로 지금껏 바로 곁에 있는 안양천으로도 나들이를 떠나 본 기억이 없다는 그의 말에 이번 여행은 안양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함께 비춰 주는 안양박물관에서 시작됐다. 그 발길에 경기도 대학생기자단 소속 조지연·김현재 기자가 함께했다.
안양박물관 초입에 자리한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삼층석탑’. 신라 흥덕왕 즉위 원년에 지어진 ‘중초사’는 이듬해 당간지주를 세웠고, 고려시대에는 ‘삼층석탑’을 놓았다. 그 유물들이 천년 세월 동안 전해지고 있다. ⓒ G-Life
경기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안양박물관
안양역사관으로 개관해 지금의 ‘안양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 2017년 9월 안양예술공원 내에 새롭게 문을 연 안양박물관에는 안양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안양사지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니 보물 제4호인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삼층석탑’이 기품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지금으로부터 근 1200년 전, 신라 흥덕왕 즉위 원년(826)에 지어진 ‘중초사’의 흔적들이다.
경기 정명 1000년을 맞은 2018년에 첫 메달을 쏘아올린 뜻깊은 시점에서 뿌리를 찾게 된 김민석 선수는 기쁨과 놀라움, 설렘까지 역력한 표정이다. “처음 알았어요.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유년 시절, 저를 데리고 이곳 안양유원지로 자주 나들이를 나오곤 하셨다는데, 사실 저는 그때 기억이 나지 않거든요. 여기뿐만 아니라 안양 시내도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아요. 오늘 참 만감이 교차하네요. 나중에 시간을 내서라도 다시 한번 둘러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나라 1세대 근대 건축가 김중업 선생의 초기 작품인 ‘유유산업 공장’을 리모델링한 김중업건축박물관을 거친 후 안양천으로 향했다. ⓒ G-Life
한 인물의 기념비적 업적에서 세계 최강을 꿈꾸다
1000년의 정기를 듬뿍 안으며 일행은 천천히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향했다. 김중업 선생은 프랑스대사관, 평화의 문 등과 같은 큰 업적을 남기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우리나라 1세대 근대 건축가로서 많은 건축가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박물관은 그의 초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유유산업 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제게 있어 롤모델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의 최강자인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 선수예요. 그는 10년 가까이 최강이란 타이틀을 유지해 올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죠. 그 부분을 배워 저 또한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을 가진, 오래도록 기억되고 추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기에 항상 초심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안양예술공원에서는 인공폭포와 야외무대, 방갈로, 전시관, 산책로 등을 거리 곳곳에 들어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 G-Life
안양예술공원에서 “다 함께”
안양천을 따라 걸음은 자연스레 안양예술공원으로 향했다. 2010년 경기도 음식문화의 거리로 재탄생한 이곳에서는 인공폭포와 야외무대, 방갈로, 전시관, 산책로 등을 거리 곳곳에 들어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매번 즐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김민석 선수는 이곳에서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자단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주변 풍경을 즐겼다.
“안양의 문화명소에 걸맞게 볼거리, 먹을거리가 다양하네요. 함께 어우러진다면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종목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떨칠 거라고 봐요. 팀추월은 한 명이라도 낙오자가 있어선 안 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세 명이 다 함께 그리고 빠르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이곳 또한 모든 요소 요소가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칠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진다면 경기도를 대표하는 명소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빙속 스타, 더 큰 미래를 향해
이어 이곳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열정이란 것을 갖게 된 지난날을 떠올려 보는 김민석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시즌이었는데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나들이를 마치며, 앞으로 선수생활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가까이는 다음 베이징올림픽에서 최정상에 오르는 것이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은퇴를 맞을 30대가 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될 수 있도록 공부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국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성원을 바랍니다.”
● 추천 여행 코스 |
충훈2교 : 매년 4월 벚꽃이 필 무렵이면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안양천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수 있다. 벚꽃이 병풍 터널을 이룬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기에도 좋고,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어 자전거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838-1
카페 봄(BORM) : 안양박물관 앞쪽으로 4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카페로, 맞춤형 좌식 테이블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엔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 바로 앞에는 안양천이 흐르고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 봄날의 운치를 흠뻑 느끼기에 그만이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경수대로1192번길 29
031-472-7776
안양사 : 오늘날 안양시 지명 유래의 근원지인 안양사는 신라 효공왕 3년(900년)에 고려 태조왕건이 삼성산에 오색 구름이 가득 피어오르자 이를 이상히 여겨 살펴보다가 세워진 사찰로 전해진다. 전통사찰 제10호로 수려한 등산로를 자랑한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31번길 103
031-471-48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