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시장에서 일하는 동안 기존 교육제도에 염증을 느낀 송 강사는 따복공부방을 통해 미래교육의 희망을 만날 수 있었다. ⓒ G-Life
지난해 9월부터 따복공부방 기초보충학습(국·영·수) 분야의 강사로 활동한 송성곤(47) 씨. 그는 따복공부방에 대해서 학생과 선생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이곳에서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스승은 학생을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가 실제로 작동되고 있다는 얘기다.
‘왜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할까?’
지난 10년간 사교육시장에서 영어와 수학, 코딩 전문강사로 활동해 온 송성곤 강사.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베테랑인 그가 지난해 따복공부방 강사에 지원하게 된 것은 교육에 대한 원초적 궁금증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 때문에 지난해 한국방송통신대학에 편입했는데, 이곳에서 평생교육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었죠.”
평소 평생교육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는 잘 몰랐던 송 강사는 평생교육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됐다.
‘따복공부방’은 학습형 일자리 창출과 사교육비 완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사업이다. ⓒ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미래교육의 희망을 보다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평소 그의 꿈을 지지하던 부인이 따복공부방 강사에 지원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따복공부방 강사에 지원한 그는 따복공부방 강사양성교육을 통해 기존의 수업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강의식 수업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함께 풀어가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었어요. 공부의 주도권을 선생이 아닌 학생에게 넘겨 준 셈이죠.”
이러한 학생 주도의 수업은 기존 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육현장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교육 방식이었다. 사교육시장에서 일하는 동안 기존 교육제도에 염증을 느낀 송 강사는 따복공부방을 통해 미래교육의 희망을 만날 수 있었다.
소외계층 아이들의 멘토가 되다
교육 이수 후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로 배치된 송 강사는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인 형제의 기초보충학습을 도와주는 일을 맡았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 온 그였지만, 이 아이들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단 한 번도 공부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어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공부를 강요하거나 혹은 함께 해 주는 사람이 없었죠. 아이들은 아무도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특별대우가 아니었어요.”
공부를 해야 할 동기가 없는 아이들이다 보니 수업 진행 자체가 어려웠다. 공부를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바닥에 드러눕기 일쑤였다. 이에 송 강사는 자신의 진심을 전하며, 아이들을 설득했다. “단호하게 얘기했어요.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너희를 진심으로 대할 테니 너희도 진심을 보여 달라고 했죠. 마지막으로 ‘자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 달라’고 했어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보람도 커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그의 모습에 아이들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약속한 공부의 양을 끝마치기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수업시간을 기다렸다가 궁금한 점을 먼저 질문했다. 지난 1월 따복공부방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송 강사는 따로 시간을 내 이 아이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은 종료됐지만 아이들이 계속 공부를 봐주길 원했어요. 얼마 전에도 만났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숙제를 물어보더라고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선생님이 자신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 것을 특별대우라고 여겼던 아이가 스스로 숙제를 챙기는 모습이 정말 기특했어요.”
올해도 따복공부방 사업에 참여한 송 강사는 교육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역사회의 교육 나눔이 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따복공부방은 단순히 아이들의 성적을 1~2점 높이는 것보다 소외된 아이들을 지역의 안전망 속으로 편입시킨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어요. 대학생과 경력단절여성 등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또 그들이 가진 재능을 소외된 아이들에게 나누는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경기도가 나서서 만들었다는 사실에 도민으로서 정말 고맙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 경기도 ‘따복공부방’이란? |
‘따복공부방’은 학습형 일자리 창출과 사교육비 완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경력단절여성, 대학재(휴)학생, 청년 및 분야별 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강사 희망자를 모집해 강사로 양성한다. 양성된 강사들은 지역 마을공동체,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 시간당 2만~4만 원의 강사비를 받고, 교육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무료학습지원을 제공한다. 모집 분야는 기초보충학습(국·영·수), 문화예술, 창의교육, 정서지원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