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년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에 대해 기록한 보고서인 ‘고려도경’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다.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고려도경’ 특별전이 10월 21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경기도박물관은 7월 26일 오후 2시, 1층 교육실에서 김대식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을 강사로 초대해 ‘경기천년과 고려도경’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대식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이 전시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 조현민 기자
김대식 학예실장은 고려도경의 의미와 고려 시대 삶을 조명한 전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박물관 관계자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기회를 선사했다. 고려 때의 숟가락과 술잔, 거울 등을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내준 것이다.
강연에 이어 경기도박물관 이소희 학예팀장의 사회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고려시대에 귀한 손님을 맞는 상황을 재현한 ‘고려 다례 시연’을 진행했다.
‘고려 다례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 조현민 기자
이날 개막식에는 박희주 경기도박물관장을 비롯해 설원기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성임 (사)경기도박물관 협회장, 채신덕 경기도의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많은 관계자와 도민들이 함께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조현민 기자
박희주 경기도박물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고려도경은 당시 고려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도와주시고 기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베일에 가려진 고려가 여러분들께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희주 경기도박물관장이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조현민 기자
전성임 (사)경기도박물관 협회장은 축사에서 “올해 경기도는 참 의미 있는 특별한 해다. 고려시대에 ‘경기’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고 10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라며, “경기도박물관이 이번 특별전으로 재도약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원복 부산박물관장은 축사에서 “고려는 세계에 자랑할 것이 많다. 그것을 다시 밝혀주는 건 우리들의 임무고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테이프 커팅식을 가진 후, 전시관을 함께 관람했다. 전시관에는 고려청자와 차, 술, 향약, 음식과 그릇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준영 학예사가 전시물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고려도경은 당시 중국인의 시각으로 본 고려사회의 문물과 풍습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그런데 편찬되고 얼마 되지 않아 원본이 유실돼 그림은 없어지고 현재는 글만 남아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고려와 송나라의 교류를 주제로 한 전시라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인 서긍이 고려를 방문한 시기는 ‘위기와 번영’이 공존한 시기였다.
당시 동아시아는 서로의 상황에 따라 대립 또는 연합을 반복하며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려는 유연한 외교 정책을 펼치며 활발한 대외무역을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능력 있는 장인을 발탁해 독창적인 문화로 발전시켰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제도가 정비되고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고려의 귀족 문화는 절정에 이르렀다.
고려 전기부터 꾸준히 제작돼 온 ‘대장경’, ‘불화’, ‘비색청자’, ‘금속공예’는 고려의 자랑거리였으며, 그 중심은 개경 주변의 경기지역이었다.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고려도경’ 특별전의 유물들. ⓒ 조현민 기자
전시는 크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서긍의 고려도경’에서는 ‘고려도경’을 편찬한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화친을 위해 고려를 방문했던 서긍 일행의 의도와 고려, 송, 거란, 여진의 외교관계를 엿볼 수 있다.
2부 ‘수도 개경(開京)’은 서긍이 한 달간 개경에 머물면서 참석한 행사와 보고 들은 내용을 소개한다. 당시 사절단은 고려의 감시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궁궐과 사절단이 묵었던 숙소에서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3부 ‘고려인의 풍속’은 이 전시의 핵심으로, 고려의 귀족과 서민의 생활상에 대해 다룬다. 서긍은 고려를 다른 이민족과는 달리 정신과 물질문화가 잘 정비된 사회로 여겼다. 하지만 이를 중국의 교화 덕분이라고 본 시각은 이 책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전시에서는 중국문화와 토착문화를 융합해 이뤄낸 고려문화의 개방성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려청자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흰색 베옷에 노랑 치마를 입었던 고려시대 여성의 복식을 재현하고, 이를 직접 입어보는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 4부 ‘비색청자와 세밀가귀’에서는 중국인도 부러워한 고려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천하제일로 불리던 고려의 비색청자와 세밀하고 귀했던 금속공예품 그리고 고려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초조대장경과 불화가 공개된다.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고려도경’ 특별전은 화려했던 고려 문화의 절정기를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