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이 또 하나의 새로운 특별전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고려도경(이하 고려도경)’으로, 지난달 26일에 막을 올려 10월 21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경기’라고 이름 지은 지 올해로 천년이 되는 것과 고려 건국 1100년을 기념해 기획한 전시로, 고려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려는 대외적으로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우수한 기술 등을 수출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성숙한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번 ‘고려도경’ 전시에서는 특히 중국인의 눈에 비친 고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융합해 고려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고려도경’ 전시관 전경 ⓒ 최지원 기자
‘고려도경’ 전시관은 ‘<고려도경>이란?’, ‘수도 개경’, ‘고려인의 풍속’, ‘비색청자와 세밀가귀’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도경(원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은 1123년 중국 송나라 사절단이 고려에 방문해 실제 보고 들은 정보를 기록한 책으로, 북송 휘종의 명령으로 고려를 방문한 사절단의 일원인 ‘서긍’이 사절들을 통해 모은 정보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견문 보고서다. 따라서 고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자세히 기록한 현존하는 최고의 자료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중국의 교화 덕분에 고려의 문화가 발달했다는 중화 중심적 시각이 담겨 있다는 약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서긍은 <고려도경>을 통해 수도 개경의 구조와 궁궐, 관청과 사찰, 궐에서 거행됐던 공식행사 등을 상세히 다뤘다. 서긍은 고려의 도읍지 개경을 용이 물을 마시는 형상으로 보았다. 송악산을 따라 두 줄기의 능선이 내려오면서 도성 안으로 광명천이 흐르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현대판으로 나온 <고려도경>이 곳곳에 놓여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읽어볼 수 있다. ⓒ 최지원 기자
서긍은 고려인의 풍속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그는 고려인들을 다른 이민족들과는 달리 정신과 물질문화가 잘 정비된 민족이라 보고, 이것을 중국 제도의 도입으로 교화돼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 문화의 우월감과 자국 문화를 기준으로 타 문화를 바라보는 자문화 중심주의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려인의 풍속’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무늬가 새겨진 돌그릇’, ‘얼굴무늬 기와’, ‘국화무늬가 그려진 청자 화장용기’, ‘세발 달린 향로’, ‘석관’ 등을 볼 수 있다.
‘비색청자와 세밀가귀’ 섹션에서는 전 세계가 극찬한 고려의 화려하고도 단아한 기술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고려 왕실은 솜씨 좋은 장인을 우대하며, 궁성 주변에 두어 최고 품질의 물품을 만들도록 지원했다.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나전(螺鈿)’, ‘청자잔 받침’, ‘청자 매병’ 등이 매우 정교하게 제작됐다고 했다. 특히 ‘나전은 세밀해 가히 귀하다 할 만하다’고 기록될 정도로 그 정밀함이 뛰어나다. 이곳에서는 ‘은제 도금 잔과 받침’, ‘모란과 용무늬가 새겨진 청자 매병’ 등이 전시돼 있었다.
<고려도경>은 19세기 무렵 다시 등장해 고려의 인식이 개선된 조선에서 개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각종 역사서와 실학자의 역사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 최지원 기자
경기도박물관은 이번 특별전과 관련해 다양한 이벤트들도 진행했다. 이달 17일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기도박물관 전역에서 ‘경기도박물관 여름방학 뮤지엄 캠프’가 열렸으며, 24일에는 ‘외국인 서긍이 본 고려와 <고려도경>’을 주제로 학술대회도 열린다. 학술대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경기도박물관 강당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