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 수원에서 ‘경기천년, 4차 산업과 通하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경기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KAIST 공학박사 김지연 교수, 경기연구원의 배영임 연구위원, 작가이자 출판기획자 최용범 대표, <광수생각>의 저자 박광수 작가를 패널로 초청해 여러 의견을 들었다.
‘경기천년 드론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항곤 씨의 ‘남한산성의 수어장대’ ⓒ 정영진 기자
포럼에 앞서 ‘경기천년 드론사진 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했다. ‘경기천년 드론사진 공모전’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월 18일부터 11월 2일까지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작품을 접수했다. 촬영 주제는 ‘경기천년, 경기도 문화유산, 4차 산업혁명, 첨단산업 시설 등 경기도 문화, 산업, 정주환경 소재’였다. 대상은 ‘남한산성의 수어장대’를 찍은 김항곤 씨가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드론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대상을 수상한 김항곤 씨와 서정문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 ⓒ 정영진 기자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있는 김지연 교수는 과거 삼성전자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2011년에 “3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며 “이것이 완성되려면 적어도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5년 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으며,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몇 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 실질적으로 변화를 따라가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데, 대체 여부는 중요치 않다. 결국 모든 직종에 AI가 다 들어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AI가 ‘얼마나 많이’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관련에 객석에 자리한 한 고등학생이 질문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데, 학원 선생님이 그 직업은 미래에 사라질 거라고 해서 두렵다”며 정말 디자이너 같은 직업이 사라질지 물었다. 디자인을 전공했고, 만화가인 박광수 작가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의 앞뒤 균형에 맞게 자동차를 섬세하게 디자인하는 일은 AI가 더 잘하겠지만, 디자인에는 심미안적 능력도 필요하다”며 “심미안적인 것은 여전히 사람이 더 잘하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또 김지연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바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며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디자이너가 AI 등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더 놀랍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왼쪽부터) 김지연 교수, 배영임 연구위원, 이수정 아나운서, 최용범 대표, 박광수 작가가 ‘경기천년, 4차 산업과 通하다’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 정영진 기자
경기연구원 정책분석부에 연구위원으로 있는 배영임 박사는 미국, 독일, 일본이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소개하며, 경기도의 역할과 도민이 가져야 할 자세를 제안했다. 먼저 미국은 ‘글로벌 시티 팀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세계 각국과 공유한다. 제조 강국인 독일은 인력 감축 없는 스마트 팩토리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계는 직접 제조하는 일을 하고, 인간은 기획, 설계하는 일을 맡도록 한다.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은 ‘건강수명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해 노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고 있다.
세 나라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도 기술을 수단으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아이디어와 기획 능력도 중요하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도민은 취업이라는 관점을 가지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가능성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박광수 작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일본에서는 만화 ‘아톰’을 그린 만화가 데스카 오사무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데스카 오사무가 만화 속에서 상상한 것을 바탕으로 일본 과학자들이 여러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 예를 들며 박광수 작가는 “과학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은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상상은 매우 즐겁고 중요하다”며 “상상에 기술이 더해져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모든 패널이 입 모아 말했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할지 도민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배영임 박사는 기술 관련 항목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교육과 인력양성 관련 항목도 도민에게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은 학생들이 외부와 소통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현하도록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내 직업을 내가 스스로 창조,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외부에는 산업용, 촬영용, 임무용 등의 다양한 드론이 전시돼 있었다. ⓒ 정영진 기자
패널 토론이 끝난 후 객석에 자리한 관객의 질문을 받았다. 한 관객은 “직장생활 37년차고, 이제 퇴직을 1개월 앞두었다”며 “퇴직과 미래를 대비해 여러 가지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을 김지연 교수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하며 칭찬했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문맹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닌, 학습과 재학습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바야흐로 평생학습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배영임 박사가 경기도가 해야 할 일과 도민이 가져야 할 자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얼마 전 경기연구원에서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삶에 있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물었다. 어떤 문제가 1위로 나왔을까? 바로 미세먼지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배영임 박사는 “경기도는 기술 발전, 융합을 통해 도민이 첨단을 경험하게 하는 것보다는 도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민은 수동적인 정책 적용 대상, 정책 수요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도 공동의 정책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역 문제 해결과 여러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많은 도민이 본인 목소리를 내고 창작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민 주도, 시민 참여형 정책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날 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해보았다. 경기도와 도민이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4차 산업과 通하는’ 경기도가 되길 바란다.